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6일자 기사 '“EBS 친정권 이사진 때문에 내부검열 심해졌다”'를 퍼왔습니다.
EBS 노조, 이사 후보 3명 추천 방침…“지배구조상 공영아닌 국영, 개정시급”
방송통신위원회가 10일 EBS 이사 모집 공고를 낸 데 대해 EBS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이 친정부 이사들 때문에 내부 검열이 심해졌다며 자사 출신 등 이사 후보를 최대 3명까지 추천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EBS 노조는 16일 오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공영성 강화를 위한 EBS 임원선임 개선방안’ 토론회(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이 주최)에서 이같이 밝혔다. 류성우 노조위원장은 “노동조합은 교과부와 대통령이 정하는 교육단체 추천 몫 2명을 뺀 7명에 대한 이사를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토론회 이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EBS에서도 본사 출신 이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만큼 노조에서는 이를 포함해 최대 3명까지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성우 위원장은 ‘지식채널e 구럼비 편’ 결방, 도올 김용옥 강의 중단 등 사례를 들며 “친정권, 이념편향적 임원들 때문에 내부 간부들도 자기검열이 심해졌다”며 이사 추천을 시급한 과제로 지목했다. 류 위원장은 또한 이번 국회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현행 EBS 이사 선임 방식은 방송통신위원회, 나아가 정부에 완전히 종속돼 있는 구조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 EBS의 이사는 방통위의 동의를 얻어 방통위원장이 임명하고 마찬가지 방식으로 해임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한국교육방송공사 정관 제 16조).
여야 비율이 반영되는 KBS 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구성 방식과 달리 EBS의 지배구조는 100% 정부 영향력에 놓여 있어 공영방송이 아닌 사실상 ‘국영방송’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곽덕훈 현 EBS 사장에 대해서도 ‘낙하산 사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9명 이사 전원을 임명하는 EBS의 이사 선임 구조는 감독기구의 구성과 운영이 정부가 행사하는 임명에 의해 좌우되는 ‘정부모델’이다. 이사선임에서 해임까지 청와대의 영향력이 언제든 개입할 수 있게 돼 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공영방송으로서 EBS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방통위가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당시 언론학자 100명 중 82명이 ‘EBS 이사회의 정치권력 독립성 약화’를 우려했고, 현행 사장선임제도에 대해서도 78명이 방통위 종속 구조를 지적한 바 있다.
김동준 실장은 EBS 이사 선임구조에 대해 EBS 노사와 방통위가 이사추천구성위원회를 설치해 “정당, 교육계, 시민단체, 지역 등을 고려한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공모가 시작돼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BS의 중장기적인 이사선임 구조 개혁 과제에 대대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KBS와 같이 11명로 바꾸는 것도 대안 중 하나”라면서 교육단체 추천 1명을 포함해 여야가 4명씩 추천하고, 노동조합에서 2명을 추천하고 교과부 장관이 1명을 추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한 신 교수는 이와 병행해 제작자율성을 위한 편성위원회와 편성규약 등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은 “EBS는 KBS MBC에 비해 공공성을 지키기 힘든 구조”라면서 “공영방송의 위상 높이고 이에 걸맞은 지배구조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배 의원은 △EBS 이사를 12명으로 늘리고 여야 동수로 6인씩 추천하며 △대통령이 이들을 임명하도록 하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또한 EBS 사장 선임 방식에 대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사람 가운데 이사회가 특별다수제(재적이사 3분의 2 찬성)를 통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현행 방통위원장이 임명하고 임면하는 현행 사장 선임방식에 대해 김동준 실장은 “대통령 직속기관인 방통위원장이 사장을 임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사장추천위원회를 방송법이나 교육방송공사법에 명시하자고 밝혔다.
앞서 노조는 10일 성명에서 곽덕훈 사장의 임기가 10월 14일에 끝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 8일로 임박했다는 점을 들어 절차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라고 방통위에 촉구했다. 노조는 “정권 말기에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비전문가를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했을 때 사회적으로 야가될 엄청난 혼란과 갈등이 매우 우려된다”며 사장 선임 일정을 기계적으로 추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EBS가 수능채널로 전락했다며 구성원들부터 저널리즘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EBS가 교육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 않고, 교육정책에 맞게 수능프로그램을 하는 채널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시청자들이 EBS를 바라보는 시각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성원들도 EBS가 KBS MBC와 같이 저널리즘에 기초한 방송사라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많은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전문성 있는 교육채널로 가기 위해서라도 현행 이사 선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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