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위키프레스 2012-08-07일자 기사 '"그들은 철저히 '사냥'했다" '를 퍼왔습니다.
-삼성과의 '10년 싸움', 얼라이언스 시스템 조성구 대표의 이야기

찌는 듯한 폭염이 몰려온 여름, 기자는 전라남도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이슈 털어주는 남자'와 '손바닥 TV'에 출연했던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 시스템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알려진대로 조 사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재벌그룹 삼성과 10년째 싸우고 있는 상태다. 그 자신조차도 "이렇게까지 올 줄 몰랐다"고 말한다. 조 사장은 "처음 삼성SDS를 사기 건으로 고소하고, 검찰 수사가 들어가게 됐을 때 까지만 해도 쉽게 끝날 줄 알았다"며 “증거를 빠짐없이 준비했는데도 여지껏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얼라이언스'의 대표이사였다. 단지 외국제품에 뒤지지 않는 좋은 국산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제품개발에 매진했고,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프로그래밍 능력이 좋은 인도의 개발자들, 여기에 한국의 엔지니어들까지 끌어모아 사무 자동화 처리 소프트웨어인 ‘엑스톰(Xtorm)’을 2000년도에 완성한다.

얼라이언스 '엑스톰'과 외산 소프트웨어의 성능비교 표. '엑스톰'은 외국산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었다.
완성된 ‘엑스톰'의 성능은 당시 승승장구하던 미국 업체 ‘파일넷'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성능을 가볍게 웃돌았다. 최신 기술을 접목해 처리 속도는 2.5배 가량 빨랐고,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호환성 또한 훌륭했다. 조 사장은 “당시 성능평가에서 파일넷의 제품에 단 한번도 뒤진 적이 없다"며 “제품개발에 70억 정도를 투자했는데,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에 굉장히 좋은 제품을 개발했던 것"이라 자부했다.
품질에 자신이 생긴 조 사장은 적극적으로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나섰다. 보통 중소기업 등에 먼저 납품하면서 명성을 얻은 뒤 점점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아닌, 은행권 납품을 추진한다. “당시 은행권은 IT업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는 조 사장은, “품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은행권 납품을 추진했다. 은행에 우리 제품이 들어가 성공사례를 만들게 되면, 정부부처나 보험사, 카드사 등에 납품하기는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 때의 조 회장은 얼라이언스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사업확장의 길을 모색하던 조 사장은 얼라이언스의 기술력을 눈여겨 본 삼성 SDS와 손을 잡게 된다. 2002년 삼성SDS와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한 얼라이언스는 이를 통해 더욱 큰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했고, 그 첫 작품이 당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의 입찰에 참여하게 됐다.
삼성SDS는 2002년 4월 얼라이언스의 '엑스톰'을 앞세워 경쟁사였던 IBM, LG, 현대 등을 제치고 우리은행의 입찰을 성사시키게 된다. 당시 삼성은 30억에 달하는 제품을 11억 5천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찰을 따 냈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삼성이 멋대로 11억 5천에 성사시키고, 이후 우리가 '그 가격은 곤란하다'고 하자 5달 뒤인 9월에 차액 18억 5천 만큼 계열사에 판매해주겠다며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즉 삼성은 저렴한 가격을 제안해 경쟁사들을 제치고, 이에 불만을 제공한 얼라이언스에는 '계열사 판매'라는 조건을 내세워 무마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삼성은 계열사에 ‘엑스톰'을 판매하지 않았고, 미국업체인 ‘파일넷'의 제품을 판매했다. 조 사장은 “이후 이에 대해 항의하자, 삼성SDS는 “엑스톰이 좋긴 하지만 계열사가 미국 나스닥 상장 제품을 원한다"는 변명만 늘어놨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의 입찰 제안서(좌)와 삼성SDS와 얼라이언스 간 계약서(우). 은행의 입찰조건은 Un-limited 조건이고, 얼라이언스와의 계약조건은 '300명' 사용자 조건임을 알 수 있다.
조금씩 삼성 측의 횡포에 불만을 품던 중, 2004년 조 사장은 삼성이 우리은행과 계약한 내용이 '허위'였음을 알게 된다. 그동안 얼라이언스 측은 우리은행과의 계약 당시 '300명 사용자 제한 조건'으로 알고 있었다. 삼성SDS 쪽으로부터 그렇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 2002년 당시의 입찰조건은 ‘언리미티드(Un-limited, 무제한 사용)조건'이었다. 300명 사용자 조건과 무제한 조건은 금액부터 4배 가량 차이가 나게 된다. 조 회장은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삼성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래서 너희가 어쩔건데, 계속 거래하고 싶으면 고소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는 적반하장의 답변뿐이었다"고 회고했다. 물론 조 사장은 삼성의 ‘각서 작성 요구'를 거절했다.
이후 2004년 8월, 얼라이언스는 삼성을 검찰에 고소했다. “당시 증거가 많아서 이길 것이라 확신했다"는 조 사장은 우리은행 입찰 당시 사용자 조건이 담긴 문서와 같이 입찰에 참여했던 타 회사 담당자들의 답변까지 모두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갑자기 수사관이 교체되면서, 삼성SDS와 관련된 수사는 기소조차 되지 않고 마무리된다. 검찰 측은 불기소 이유를 공지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의 해명을 내놓는다. 가 조 사장으로부터 입수한 당시 ‘불기소 이유 공지'에 따르면, 우리은행 측은 “입찰사들이 합의 하에 300명으로 했다"고 밝힌 반면에 삼성SDS 측은 “조성구 사장의 얼라이언스 측이 우리은행과 직접 협상해 ‘300명 사용자제한'으로 결정했다"는 것. 당사자들의 해명이 상이함에도 검찰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불기소 처분에 충격을 받은 조 사장에게는 또 하나의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삼성SDS에 장비를 납품하는 회사였던 콤텍시스템과의 문제다. 조 사장이 과거 콤텍 측으로부터 14억여원을 빌린 일이 있었는데, 삼성 문제를 대검찰청에 항고하자 곧바로 콤텍시스템이 얼라이언스 측에 빌려간 돈을 갚으라며 지급명령 등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과의 싸움으로 자금줄이 막힌 조 사장은 연대보증을 통해 총 43억여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삼성과 다투기 시작하자 국내 시장에서 매출이 점점 줄어들고, 콤텍시스템의 상환요구에 해결책을 모색하던 얼라이언스는 결국 2005년 4월 울며 겨자먹기로 콤텍시스템과 ‘업무협약'을 맺게 된다. 계약 내용은 ‘엑스톰'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콤텍에 내줌과 동시에 채무에 대해 ‘출자전환 계약'을 함으로써 채무관계를 정리하는 조건. 이와 함께 콤텍 측은 얼라이언스 미국 지사 연구원들의 신상 정보를 원했고, 얼라이언스는 이 역시 넘겨주게 된다.
업무협약을 맺은지 두 달여의 시간이 지난 2005년 6월 30일, 조 사장은 콤텍으로부터 '뒤통수'를 맞게 된다. 콤텍이 얼라이언스 미국 연구원들로부터 '엑스톰'의 소스코드를 받아내 '알레로'라는 제품을 출시한 것. 조 사장은 “누가 봐도 이것은 ‘엑스톰'을 카피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이 공개한 ‘알레로'의 제품 소개 자료에 의하면, ‘엑스톰'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특정 페이지는 날짜 변경을 제대로 하지 않아 ‘엑스톰' 발표 시절의 날짜가 찍혀 있기도 했다.

엑스톰'과 '알레로'의 제품 소개 자료. 한 눈에 봐도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알레로'를 발표한 콤텍 측은 본격적으로 제품 영업에 나선다. 출시 다음 달인 7월부터 홍보를 한 콤텍 측은 당시 얼라이언스의 등기이사들까지 동원해 ‘알레로'를 홍보하기에 이른다. 조 사장은 “호텔에서 개최한 런칭쇼에 얼라이언스 등기이사인 미국 연구소의 핵심 직원들까지 동원해 기자회견을 하며 ‘알레로' 홍보에 나섰다"며 “이는 명백한 배임"이라고 밝혔다. 이후 9월, 콤텍시스템은 수협에 ‘알레로'를 사달라며 제안서까지 제출했다.
'알레로'를 출시한 콤텍은 기존의 협력사 입장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2005년 10월 18일, 콤텍은 일방적으로 팩스로 양 사 간의 업무협약에 대한 일방적 해제통보를 한 뒤, 과거 출자전환 계약으로 소멸된 조 사장의 채권을 부활시켜 총 14억원에 이자까지 “11월 21일까지 갚으라"며 상환요구를 하기에 이른다.

콤텍측의 업무협약 해지 통지서(좌)와 대표이사 해임안을 위한 이사회 소집 통지서(우). 이사회 소집 장소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사무실이다.
콤텍시스템의 일방적인 행동은 또 이어진다. “11월 21일까지 빚을 갚으라"고 했으면서 기한까지 4일 남은 시점인 11월 17일 이사회를 소집해 조 사장을 해임한 것. “기한이 도래한 것도 아니었는데 해임까지 한다는 것은 손발을 다 묶어버리겠다는 뜻"이라는 조 사장은,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 사장 해임안에 대한 이사회가 열렸던 장소는 당시 얼라이언스와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삼성SDS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사무실이었다.
조 사장이 해임되면서 선장을 잃은 얼라이언스는 철저히 망가진다. 콤텍의 자회사인 인젠트의 사장이었던 이모 씨가 얼라이언스의 사장으로 온 뒤, 얼라이언스는 그대로 방치돼 국세청에 의해 ‘폐업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이후 얼라이언스 매각을 위해 감정평가에 들어갔고, 그 결과 1억 2천 8백만원이라는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 책정된다. 결국 얼라이언스는 헐값에 매각된 후, 이후 최종적으로 콤텍시스템에 넘어가게 된다. 경쟁사였던 미국 ‘파일넷’이 IBM에 한화 1조 5000억원이 넘는 액수에 매각된 사례에 비교해보면, 얼라이언스가 얼마나 헐값에 넘어갔는지 알 수 있다.

얼라이언스 시스템에 대한 감정평가서. 평가액은 1억 2800만원이다.
결국 조 사장은 채무 43억을 짊어진 채,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으로 얼라이언스 지분 60%(액면가 10억원 상당)와 자신의 아파트(약 12억 원 상당)를 경매 처분당해 거리로 내몰렸으며,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사회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조 사장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 다짐하며 2006년 봄, ‘대중소기업 상생협회'를 만들고 국회 토론, 언론 인터뷰, 국정감사 증인 출석 및 1인시위까지 하며 삼성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해결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조 사장은 “2008년 서울고검에서 ‘전면 재수사'지시를 내려 우리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으나, 삼성에 대해서는 손도 못 대고 수사가 흐지부지 종결됐다"며 “참여정부 시절에도 국정감사에서 계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으나, 삼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결국 이 사건은 콤텍을 앞세운 삼성에게 철저히 ‘기업사냥'을 당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이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회사를 이용해 전도 유망한 중소기업을 철저히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2010년 조 사장이 콤텍시스템 사장과 당시 얼라이언스 등기이사들을 상대로 형사고소했으나 이마저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상태이며, 법원에 제출한 재항고 요청조차 지난 3월 기각된 상태다. 이후 조 사장은 콤텍시스템 사장 및 당시 배임한 이사들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9월 7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세번째 공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지만 (redpill@wikipres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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