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8-14일자 사설 '[사설]민노총의 통진당 심판, 진보의 대전환 계기 돼야'를 퍼왔습니다.
민주노총이 어제 새벽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철회했다.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한 표결권자 39명 중 27명이 찬성한 압도적 결정이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부정경선 시비로 촉발된 통진당 자구 노력이 조합원과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변화의 몸부림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26일 의원총회에서 문제의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당 혁신이 표류하고, 급기야 분당 국면으로 접어든 통진당 사태에 대한 민노총의 심판인 셈이다.
민노총의 지지 철회는 진보정당사에서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민노총은 통진당의 전신으로 2000년 출범한 민주노동당과 함께해왔다. 지난 5월 기준으로 통진당에 당비를 냄으로써 투표권이 있는 진성당원 7만5000여명 중 46%에 달하는 3만5000여명이 민노총 조합원이다. 민노총은 1997년 대선 때도 국민승리21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는 등 진보정당 운동의 근간을 이뤄왔다. 민노총의 결정이 현재 모습의 통진당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린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이제 진보의 쇄신과 재구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민노총의 지지 철회가 곧 신주류 쇄신파의 신당 창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창당이 힘을 받을 공산은 커졌다. 지지 철회는 버티기로 일관하는 구주류 당권파를 응징하는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밑그림은 나와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당 혁신비대위 산하 새로나기 특별위원회가 두 달 전 제시한 당내 패권적 정파 질서 종식과 진보적 가치 혁신, 노동가치 중심성 확립이라는 3대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구주류 당권파의 저항과 반발이 예상되나 큰 변수는 아닐 듯싶다. 당권파는 이날도 ‘분열·분당 반대 중앙위원회 성사를 위한 비상회의’를 열어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당내 진보정치혁신모임을 해산하라고 촉구했으나 울림이 없다. 그들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반대하는 등 아직껏 국민의 눈높이 맞추기가 아닌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는 탓이다.
통진당은 이번 사태를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노당 전직 최고위원 등 17명은 “이번 결정은 노동자의 숙원이자 시대의 명령인 노동 있는 민주주의, 노동 중심의 진보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번 맞는 말이다. 당의 모든 책임 있는 주체들이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를 따르는 마음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신당 창당도 껍데기보다 내용을 채우는 쇄신이 그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4·11 총선 패배로 해체된 진보신당 창준위와의 대화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민주통합당과의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 등 대선 공간에서의 역할은 그다음의 문제다. 통진당이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진보의 재구성에 나서고, 정당이라는 틀 외에는 모든 것을 새롭게 하겠다는 쇄신을 실천함으로써 진보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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