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8일 수요일

[‘용역 폭력’과 노조 파괴](1) 사적 폭력과 결합한 자본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07일자 기사 '[‘용역 폭력’과 노조 파괴](1) 사적 폭력과 결합한 자본'을 퍼왔습니다.

ㆍ기업은 옥죄고, 경찰은 방조, 정부는 정책 압박 ‘노조 죽이기’

‘회사는 노조의 교섭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 노조가 파업한다. 회사는 불법파업이라며 직장폐쇄를 한다. 동시에 용역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노조원들을 몰아내고 대체인력을 투입한다. 직장폐쇄 기간에 친기업 성향의 복수노조를 만들도록 한다. 기존 노조를 고립시키고 탈퇴를 유도한다. 공권력은 회사의 노조와해 공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과 폭력을 묵인·방조한다. 정부는 노동권 보호보다는 친기업적 행태를 보인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경기 안산시 SJM 등 일부 사업장에서 최근 진행된 일명 ‘노조 죽이기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2~3년 전 등장했다. ‘센 노조’로 알려진 금속노조 핵심 사업장들이 주요 대상이다. 노조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다. 2010~2011년 발레오전장, 상신브레이크, KEC, 유성기업 등의 노조가 무너지거나 약화됐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투쟁력이 강한 노조를 한꺼번에 와해시키는 수단으로 자본이 용역을 동원한 폭력과 공격적 직장폐쇄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화기 던지는 용역 지난해 6월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에 투입된 경비용역들이 회사 정문 앞에 있던 노조원들에게 소화기를 던지고 있다. | 금속노조 제공

▲ 3년 전에도 유사 사태타임오프 등 법 악용친기업 노조만 생존


경북 경주 발레오만도 노조는 당초 임금 인상을 하더라도 성과급이나 수당이 아닌 기본급을 올릴 만큼 힘이 셌다. 그러나 2010년 용역 투입과 직장폐쇄, 곧이은 친기업 노조 설립으로 현재는 해고자 20여명이 남아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 상신브레이크의 경우는 해고자 4명만이 남았다. 


구미의 반도체업체 KEC 노조만이 살아남았다. KEC 노조는 회사가 친기업 노조 설립을 기획하고 노조를 탄압한 증거들을 찾아내 회사를 압박했다. 회사가 정리해고를 하려 하자 맞서 싸워 철회하도록 하기도 했다. KEC 노조 관계자는 “ ‘어용노조’를 탈퇴하고 다시 가입한 조합원이 최근 40여명이 된다”고 말했다. 


SJM과 만도는 이 시나리오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용역업체 컨택터스는 민간 군사기업 수준의 무장과 장비를 자랑했으며, 만도의 경우 용역을 동원한 직장폐쇄가 이뤄진 지 사흘 후 복수노조가 신설돼 조합원의 85%가 탈퇴했다.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 측이 보유하고 있다며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경비 장비 사진들. 사진 왼쪽부터 경찰이 시위진압 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수력방어 특수차량(일명 물대포차·위쪽 사진), 견종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로트와일러(일명 히틀러 경비견·왼쪽 아래), 시위대 내부의 불법행위를 채증할 수 있는 항공 채증용 무인 헬기(오른쪽 아래). | 컨택터스 홈페이지 캡처

노동계는 ‘노조 말살 시나리오’의 이면에는 정권의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0년 시행된 타임오프(노조전임자근로시간면제 한도제)로 노조전임자 수를 줄여 노조를 약화시키고, 지난해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기업의 지원을 받는 친기업 노조만 살아남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김지희 대변인은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가 자본의 노조 탄압의 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벌이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가자 올림픽과 여름휴가라는 시기에 맞춰 사회적 관심이 덜한 시기에 노조 무력화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작동한 기업들의 노동권은 후퇴하고 있다. 친기업 노조는 사측과 종전보다 후퇴한 내용으로 임금단체교섭을 맺고 임금 삭감, 정리해고, 외주화 등이 이들 기업에서 진행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발레오만도는 1인당 연 1000만원의 임금이 삭감됐고 KEC에서는 상여금이 삭감됐다. 외주화 논의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조직력이 탄탄한 노조들이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에 대해 기존 노조운동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민주노조의 조직기반이 부실하다는 것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며 “민주노조운동의 조직기반이나 자기 정체성이 조합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조 진영이 실리적 노조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아 조합원들이 자기 임금을 극대화할 수 있는 노조를 실리적으로 선택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이 기존 노조에서 탈퇴하고 친회사 성향의 복수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현재의 노동운동을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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