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1일 토요일

[토요판]CD금리 짬짜미 의혹, 혹시 내 대출이자도?


이글은한겨레신문 2012-07-20일자 기사 '[토요판]CD금리 짬짜미 의혹, 혹시 내 대출이자도?'를 퍼왔습니다.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한때 ‘미모의 여기자’로 불렸지만(…응?) 이젠 그냥 ‘여기자’가 된 경제부 최혜정입니다. 이렇게 ‘친절한 기자’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니, 두근두근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평소 ‘친절도’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네요.며칠 전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 파문으로 금융권이 뒤숭숭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증권사 10곳과 은행 9곳을 대상으로 금리 짬짜미(담합) 여부를 캐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물고 있는 이자비용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몇년 전 부족한 전세금을 보태느라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석달마다 ‘시디금리+1.5%’로 금리가 오르내립니다.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으신 분들도 저처럼 시디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매달 이자를 물고 계신 분이 많을 겁니다. 시디금리의 오르내림이 가계의 주머니 사정과 직결되는 셈이죠. 최근 많은 분들이 “시중금리는 내리는데, 내 이자는 왜 안 내리나”라는 의문을 갖고 계셨을 것입니다.변동금리부 대출금리의 기준인 이 시디금리는 단기자금 시장의 주요 지표입니다. 시디는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채권인데요. 은행이 돈이 부족할 땐 시디를 발행해 금융시장에 내다팝니다. 만기가 석달·반년 단위로 짧아서 빨리 쓰고 빨리 갚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렇게 발행된 시디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사 등에 팔게 되는데, 여기서 형성된 금리(유통금리)가 변동금리 대출자들을 울고 웃게 하는 시디금리입니다. 시디금리의 오르내림에 따라 대출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결정되는 거죠.금리 0.1~0.2%포인트쯤이야 ‘그까이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대출액이 적을 경우엔 이자 변동분이 크지 않아 별 신경 안 쓰는 분들도 많겠지요. 한데 전체 규모를 놓고 보면 차원이 달라져요. 현재 우리나라 은행 대출 가운데 시디금리에 연동된 대출이 얼만 줄 아세요. 무려 324조원이라네요. 가계대출은 이 가운데 166조원이고, 우리나라 가구 10곳 가운데 7곳이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시디금리가 0.1%포인트 올라가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액이 1660억원 늘어나게 되는 거죠.현재 공정위는 은행이 증권사와 ‘짜고’ 금리를 일부러 높게 책정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은행으로선 이자 오르내림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의심의 눈길을 받고 있는 거죠. 그리고 사실로 확인된다면 금리 조작 규모와 기간에 따라 가계가 부당하게 내준 금리는 수조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답니다. 벌써 일부 소비자단체가 거액의 집단소송을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어요. 공정위 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만일 짬짜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금융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는 거죠.짬짜미 여부와 관계없이 시디금리가 결정되는 구조도 문제가 많답니다.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만나 가격(금리)이 결정돼야 하는데, 이 시장은 사실상 붕괴된 지 오래래요. 시디의 거래량은 2008년에 228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줄어들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거래량은 14조5000억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돈이 넘쳐나는 은행들이 더 이상 시디를 발행하지 않다 보니, 증권사가 그냥 알아서 금리를 매기고 있었던 겁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거죠.제 대출이자를 좌우하는 시디금리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니 참 허탈하더군요.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런 문제를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손 놓고 있다가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논의를 시작하고 있지만, 이미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은행과 증권사가 각각 혹은 함께 짬짜미를 했는지 여부는 앞으로 공정위가 밝혀내겠죠. 아직은 혐의도 구체화되지 않았고 실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현재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은 이해관계자가 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비합리적 구조와 도덕적 해이, 금융당국의 직무유기 등이 어우러진 사건입니다. 우리 금융시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고요. 결국 믿을 것은 우리 금융소비자들의 부릅뜬 눈밖에 없을 것 같네요.

경제부 최혜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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