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25일자 기사 '안철수 “정치 아마추어”라더니 “정치공학 심하다”?'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기존 정치권·언론 ‘정치 프로’들의 이중잣대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담집 발간, 방송 예능프로 출연 등의 행보를 두고 안 원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정치권과 상당수 언론에서 ‘안철수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인과 정치인들이 안철수를 비판하는 주된 논리인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이론은 공허한 메아리를 넘어 역풍을 맞을 우려마저 있다. 그런 태도가 바로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기존 정치권에 대해 염증과 절망감을 갖게 한 모습의 반복형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진보 성향의 언론에서도 그 비판 수위만 다를 뿐 “정치란 전문 정치인의 영역”이라는 사고의 틀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사설 에서 “‘대통령은 정치를 알아야 잘할 수 있다. 나쁜 정치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라는 지적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썼다. 또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정책구상을 갖고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정치세력 없이는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며 “안 원장 지지율은 트렌드(유행)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

▲ 경향신문 7월 25일자 사설
한겨레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는 지난 5월 29일 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칼럼에서 역시 도발적인 주장을 내놨다. 그는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이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세력의 재집권을 원하지 않는다면 대선후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며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를 잘 모르는 일반 유권자는 의문을 갖게 된다. 소위 ‘정치 프로’들이 잘 안다는 그 ‘정치’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명쾌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제시된다면 이 같은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태까지 정치 경험이 많은 ‘정치인’들이 부족해서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불신과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안 부재? 실행의지가 관건
또 하나 안 원장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자신만의 새롭고 참신한 정책이 없으며 기존 정치권의 모범답안과 평균치를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6면 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문제 제기만 있을 뿐 구체적 대안 제시가 없다”,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들도 이미 기성 정당에서 나온 모범답안들을 나열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 조선일보 7월 25일자 6면 기사
물론 정치 지도자에 있어 구체적인 정책 아이디어나 색다른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한 자질이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색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 때문에 기존 정치권이 상당수 국민으로부터 개혁과 청산의 대상이 된 것일까. 정치 지도자에 있어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국정철학과 본인이 내세운 기본과 원칙에 대한 ‘실행의지’일 수 있다. 기본과 원칙에 대한 실행의지는 우선 그 자신의 ‘진정성’이 필수항목이며, 그 다음으로는 그것을 방해하는 구태와 관습으로부터의 독립과 탈피가 관건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안철수 현상’이라는, 기존 정치권에서는 두렵고 기이한 현상이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제정임 세명대 교수가 표현했듯 “안 원장이 정치 참여를 고민하게 된 것은 기성 정치세력들이 제시하는 국가 비전과 대안에 대한 설득력과 신뢰성,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진정성의 부재’에서 오는 ‘신뢰의 상실’, 그로 인한 ‘설득력의 저하(또는 상실)’ 때문이다. 비전과 대안의 부실함이 주된 요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강준만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에서 “안철수에겐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독보적 강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분노하는 강남좌파’라는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보수·진보 진영의 ‘눈에 핏발 선 증오’는 현 시대적 난국을 타개할 수 없다고 경계하면서도,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원칙을 관철할 수 있는 지도자의 의지임은 인정한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안 원장은 에서 자신은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라며 “특히 저는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한 성격이기도 하다. 약자에게는 따뜻하게 대하는 편이지만, 강한 사람이 부당하게 공격하면 더 세게 맞받아치는 ‘괴팍한’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온순한 이미지로 인해 유약해 보인다는 평가까지 받는 안 원장이 지난해 국회에서 강연을 하면서 “사기꾼들은 다 사형시켜야 한다”는 수위가 센 발언을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안철수가 두려운 이들의 이중잣대…“정치 아마추어”라더니 “정치공학 심하다”?
재밌는 것은 안 교수에게 “정치를 모른다”며 정치능력을 저평가하던 정치 프로들이 안 교수의 행보에 대해선 “정치셈법으로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며 안 교수의 정치 감각을 높이(?) 평가하는 이중잣대다.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모르고 순진하다’는 평가와 ‘정치인보다 더 정치적’이라는 정면으로 상충되는 평가가 동시에 쏟아지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은 지난 23일 출연한 SBS 에서 “나는 숨은 의도를 갖고 말한 적이 없다. 의도가 있다면 그 의도로 말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 25일자 8면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정치권은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다. ‘숨은 의도’ 찾기에 열중했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계가 특히 그랬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7월 25일자 8면 기사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하면서 책 팔고, TV 녹화, 출간, 방송을 치밀하게 진행시키는 건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한 의원은 “정치공학이 너무 심하다. 비겁하고 위선적”이라며 “진심·상식 등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위험천만한 정치 아마추어의 등장”이라고 혹평했다. 김영환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는 “안 원장은 힐링 캠프가 아니라 경선 캠프에 갔어야 한다. 정치인보다 더 정치적이고 이벤트를 잘한다”고 했다.
앞서 대표적 보수논객 조갑제씨는 안 원장에 대해 “그는 정치엔 아마추어”라며 “정치인은 진흙탕에서 뒹구는 미꾸라지가 돼야지 맑은 물에서 유유자적하는 금붕어가 되려 해선 안 된다” “겸손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갑제씨는 그러면서도 안 원장이 ‘위선’이라는 정치 속성에서만큼은 충실한 사람이라는 상충되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위선은 정치의 속성이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염치가 있어야 한다”며 “아마추어리즘과 포퓰리즘과 위선이 합작하면 사람을 상하게 한다”고 혹평했다.
물론 정치인과 대선 후보자를 대할 때는 ‘성악설’에 기초해 그의 언사를 해석하고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만큼, 안철수 발언의 진의를 의심하는 것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에 입각해 최악의 경우 안 교수가 인기에 편승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이 돼보려는 ‘꼼수정치’를 부리고 있다손 치더라도, 지금까지 ‘꼼수 정치’의 선구적 행보를 보여 왔던 ‘정치 프로(?)’들이 이를 지적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 원장은 정치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은 “리더십의 바탕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진심이 있어야 사람들이 믿고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치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지적이 사실이라면 안 원장의 논법이 현실 정치를 모르는 순진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정치권의 관습과 구태에 익숙지 않은 ‘청정구역’인지를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 또 이 장단점의 경중을 비교형량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그에 대한 유권자의 높은 지지율이 보여주듯 상당수 국민은 이를 장점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 인터뷰 안 해서 실망했나?
한편 안 원장이 내세우는 ‘소통’에 대해 ‘인기에 편승하는 포퓰리즘 행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25일자 사설에서 안 원장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피하고 연예프로에 나가 상처받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올리기에 급급한 모습에서 실망감을 느낀다”면서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을 흐려놓는 감성 정치”라고 혹평했다.

▲ 동아일보 7월 25일자 사설
박근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인 교수는 “안 원장이 청춘콘서트에서 2000~3000명을 모아 놓고 현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하니까 20~30대들이 박수를 쳤다”며 “그건 소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5일 기사에서 “안 원장은 소통이라고 하지만 결국 지금까지는 책이나 방송, 아니면 지지자들 팬클럽 성격인 청춘콘서트 등 일방적인 의사전달이었다”는 윤성이 경희대 교수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2030세대가 안철수에게서 ‘소통’의 가능성을 보며 열광하는 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안철수 원장의 행보에 대해 ‘일방적인 의사전달’이라거나 ‘소통이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소통에 대한 표면적이고 일차원적인 잣대를 들이댄 결과일 수 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소통이라는 것은 여러 방식이 있다”며 “기성 정치는 대변인 정치라든지 언론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들이었다. 그런 형식적인 툴(도구)의 소통이 아니라 어느 공간에 그 사람이 존재하는가, 상존하는가는 소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구체제에 대해 불신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있는 공간에 가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소통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박새미 기자 | psm@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