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7-08일자 기사 '[사설]미군 ‘수갑 사건’이 한·미관계에 던지는 교훈'을 퍼왔습니다.
미군 헌병이 한국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오후 경기 오산의 미 7공군기지 앞에서 미군 헌병대 7명이 주차 문제로 시비를 벌인 시민과 이를 제지하는 행인 3명을 수갑을 채운 채 부대 앞까지 끌고 갔다. 출동한 한국 경찰이 수갑을 풀도록 요구했으나 이들은 한동안 이를 무시하다 수갑을 풀어줬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 사이에 비난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주한미군 측이 사과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미군의 ‘수갑 사건’은 명백한 월권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미군 시설 및 구역 밖에서 미군 헌병은 반드시 한국 당국과의 약정에 따라 조치하고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SOFA에 의거한 ‘한·미 합동순찰’도 ‘미국 법집행당국(주한미군 헌병대)은 미군 구성원이 관련된 것 외에는 대한민국 법률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권한이나 책임이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돼 있다. 이번 경우 미군은 한국 경찰을 불러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따라서 미군이 다짜고짜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우고, 한국 경찰의 시정 요구마저 외면한 것은 한국에 대한 그릇된 인상을 반영한 것이거나 SOFA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례적이고도 신속한 우리 외교부와 미군의 대응이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SOFA 합동위원회 한국 측 수석대표는 미측 수석대표를 불러 엄중한 항의와 함께 주한미군 최고 지도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고도 단호한 조치다. 이 자리에서 미군 측은 유감 표명과 수사 협조를 약속했고, 이에 따라 한국 경찰서 출두를 거부하던 미군 헌병들이 평택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어제 오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사과 성명에 이어 오후에는 미 7공군 사령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 표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주한미군 연루 사건들이 대개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면서 한국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바람에 반미와 같은 극단적 반응을 자초하곤 했던 학습효과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건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지만 신속한 사후 대처는 평가할 만하다. 동시에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민감한 한·미관계의 실상은 물론, 이를 유지·보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보여줬다. 같은 맥락에서 주한미군이 SOFA와 같은 법적 절차에 의존하기에 앞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입증했다. 이는 존중받고 싶을수록 상대를 더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인간사나 다를 바 없다. 한·미 양측은 다시는 이 같은 불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한·미관계를 숙성시키는 길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