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6일 금요일

[사설] 한-일 군사협정 인책, 외교·안보정책 대전환 계기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05일자 사설 '[사설] 한-일 군사협정 인책, 외교·안보정책 대전환 계기로'를 퍼왔습니다.

한-일 군사협정 파문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협정의 밀실 처리를 주도한 쪽이 외교통상부가 아니라 청와대였음을 발설한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이 사의를 밝힌 데 이은 두번째 행동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책임은 무게가 전혀 다르다. 김 기획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번 사안을 주도한 당사자지만, 조 대변인은 그야말로 긴 과정의 일부 사실을 공개한 데 불과하다. 사의 표명의 순서도 잘못됐다. 사안의 성격상 김 비서관이 먼저 하는 게 맞다. 이렇게 순서가 뒤바뀌고 책임의 경중이 희미하다 보니, 감독과 선수도 분별하지 못하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있는 청와대가 조만간 책임 소재와 그에 대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니 지켜볼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 사건을 마무리하진 않으리라 믿는다. 청와대는 최소한 4월23일 가서명을 통해 협정문을 사실상 확정해놓고도 국회에 두 차례 설명을 하면서 왜 이를 속였고, 그런 행위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지, 협정을 처음에 주도한 김관진 국방장관과 나중에 이를 넘겨받아 처리한 김성환 외교장관, 이를 조율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비서관은 어떤 책임이 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이런 큰 그림을 드러내지 않은 채 김 기획관에 조 대변인, 실무국장인 조세영 외교부 동북아 국장을 끼워 문책하는 선에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 사태로 ‘네오콘’ 시각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및 미·일 일변도 외교를 주도해온 김 기획관이 자리를 내놓은 것이다. 김 기획관은 이 대통령 친구의 아들이라는 것을 배경으로, 직제와 직위에 구애됨이 없이 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쥐락펴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사태도 자위대의 한반도 유사사태에 대한 개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그의 시각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이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그의 낙마가 그동안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던 대북정책과 경시돼온 대중정책의 균형을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또 이번 사태는 외교·안보정책이 특정 개인의 취향에 좌우돼선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런 점에서 외교·안보 관련 부처 간의 견제와 균형, 의견 교환을 법률적으로 제도화하는 지난 정권 때와 같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부활이 시급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