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1일 수요일

연합뉴스 낯 뜨거운 ‘박비어천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10일자 기사 '연합뉴스 낯 뜨거운 ‘박비어천가’'를 퍼왔습니다.
[비평] 공정성 파업 복귀 한 달도 안 돼서… “권력자의 선전 찌라시, 훌륭한 잡문”

연합뉴스의 도 넘은 박근혜 찬양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10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정식에 맞춰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소개를 별도의 꼭지로 내보냈다. 그런데 이 기사 곳곳에서는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언론이 쓰기 어려운 표현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대선에 출마한 주요 정치인들의 이력을 담는 기사는 여타 언론사에서도 내보내고 있고, 이런 기사의 경우 대체로 후보의 인생역경을 담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하지만 이런 기사의 경우 ‘어떤 어린시절을 지냈고, 어떻게 성장했으며, 정치인으로서 어떤 과정을 거쳤다’는 식으로 소개하는데 반해, 연합뉴스 기사는 소개 중간 중간 낯 뜨거운 평가를 집어넣었다. 

문제의 기사는 10일 연합뉴스의 (사상 첫 여성대통령 노리는 박근혜 누구인가)다. 이 기사에 대해 공정성이 의심 가는 것은 찬양에 가까운 평가도 있지만


▲ 10일 인터넷에 보도된 연합뉴스 <사상 첫 여성대통령 노리는 박근혜 누구인가> 기사.

가장 단순하게는 분량에서 차이가 난다. 박 전 위원장 기사는 200자 원고지 기준 17매다. 이는 7매의 김두관 후보, 6매의 문재인 후보에 비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물론 박 전 위원장 특유의 인생스토리가 분량을 늘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사의 내용이다.

“우리나라가 가난에서 탈출해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을 권력의 심장부에서 생생히 지켜봤다. 조국·민족·국가 같은 단어를 어린 나이에 인지했다”, “이공계인 서강대 전자공학과(70학번)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수출을 늘리려면 전자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에서 영향을 받았다”

“육영재단 이사장, 영남대학교 이사장,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내면서 선친의 업적과 역사적 정당성을 외롭게 주장했다”, “‘이회창 대세론’에 반발해 당 개혁안을 요구하며 탈당, ‘미래연합’을 창당하는 강단을 보였다”, “2006년 지방선거 지원유세 때 테러를 당했으나 병원 입원 중 ‘대전은요’라는 한마디로 선거의 판도를 바꿔놓을 정도로 그의 짧은 한마디가 정국을 뒤흔들었던 적이 많았다”

“정치적 혹한을 맞은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소극적 지원의 의미로 정치적 ‘칩거’를 선택했다. 정치적 언행을 최대한 자제한 침묵의 행보”, “세종시 원안고수는 그를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하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각인시켰다”

위에 언급한 기사 내용은 대체로 능동태다. 보통 언론들이 대선주자들의 인생을 평가할 때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수동태 형태로 쓰는 것에 대비해보면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연합뉴스의 ‘작심’이 드러난다. 연합뉴스는 김두관 후보를 평가할 때 “참여정부에서 그는 지역주의 타파와 학력파괴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 외 문재인·김두관 후보 기사는 대체로 팩트 중심의 소개였다.

특히 정치적 논란이 있는 대목을 장점으로 평가한 점은 그 편향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강탈’ 논란을 빚고 있는 육영재단이나 영남대학교 이사장 등의 자리에서 “선친의 업적과 역사적 정당성을 외롭게 주장했다”라고 주장한 부분이나, 미래연합 창당 과정을 ‘강단’으로 표현한 부분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각종 사회논란에 박 전 위원장이 침묵을 지킨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지만 연합뉴스는 ‘정치적 칩거’라는 표현을 썼다.

“애국심, 철저한 안보관, 국가·국민에 대한 사랑은 그가 가진 덕목으로 꼽힌다. 부정부패와 불법에 단호하고, 한번 옳다고 결단한 것을 번복하지 않은 결연함도 그의 장점들로 언급된다”라는 평가는 ‘백미’다. 박 전 위원장은 동생인 박지만씨가 삼화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되었을 당시 “본인이 아니라고 밝혔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연루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연합뉴스 기사 속 ‘부정부패에 대한 단호함’과는 다른 의미다.

연합뉴스는 뉴스 공정성 확보를 기치로 100일 간의 파업을 벌였다. 이후 연합뉴스는 정권의 간섭에서 배제된 보도공정성을 위한 제도개선을 합의했고 편집총국장을 신설해 기자들의 평가를 받기로 했다. 아직 그 제도가 실현된 것은 아니나 이런 기사는 똘똘 뭉쳐 보도공정성을 외쳤던 기자들의 100일 간의 싸움에도 연합뉴스가 아직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KBS 최경영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정치기사가 권력자의 선전 찌라시로 어떻게 기능 하는지 잘 보여 준다”며 “일화적 사례는 영웅적이고 부정적 부분은 대중의 이미지일 뿐이라는 어투, 그녀를 시종일관 그로 표기하는 세심한 배려까지. 훌륭한 잡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연합뉴스가 이 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의 한계를 짚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원칙을 고수하면서 수반되는 소통불능의 이미지는 대선가도에서 넘어서야할 장벽이다. 또한 독재, 인권탄압, 비민주화 등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단면과 선친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는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도 그가 안고 있는 무거운 숙제이다” 긴 기사 중, 딱 이만큼이다.

▲ 7월 10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식을 가졌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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