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9일자 기사 '"가난이 죄인 나라, 우린 갈 곳이 없습니다"'를 퍼왔습니다.
[삭제된 역사, 포이동·①] 포이동, 되풀이되는 용산의 비극
강제 이주 이후 30년 간 행정의 폭력에 유린당한 포이동의 역사는 지금 삭제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산 자들의 증언이 쏟아졌지만 이 나라는 그들의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혜정 (삶이 보이는 창)편집위원이 30년에 걸친 포이동 주민의 이야기를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프레시안)에 기고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착취당한 그들의 노동, 그리고 인권에 대해 되짚어본다.(편집자)
'삭제되어야만' 하는 가난한 이들의 역사
영화 은 '불법'이라는 단어가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난이 죄가 되는 나라에서 가난한 이들은 누구나 불법한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두 개의 진실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구조다. 권력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진실을 만들기 위해 정보를 은폐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뒤바꿔놓는다. 이렇게 또 하나의 진실이 '마련되는' 동안 권력의 바깥에 선 사람들은 명백한 불의 앞에서도 서럽도록 무력해진다. 영화는 관객이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목도하게 한다. 국가권력이 비호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본이라는 것을. 이 영화의 메시지는 그래서 힘을 가진다. 은 이 권력의 구조를 정확히 보아야 한다고, 역사를 정확히 기억하자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권력의 작동은 포이동 266번지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박정희 때는 '재건대'라는 이름으로, 전두환 때는 '자활근로대'라는 이름으로 행정에 의해 30년 간 관리, 착취당했던 그들의 역사는 지금 삭제될 위기에 처했다. 그들의 30년 삶에 대해 서울시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으니 그들의 삶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선 산 자들의 증언은 증거가 될 수 없다. 그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우리는 그것을 용산 참사를 통해 이미 한번 확인했다.

▲포이동의 한 판자집. ⓒ이혜정
박원순 시장, 지키지 않을 약속 왜 했나?
지난 달 8일,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25기 추모제 행사에는 박원순 시장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이날 강연이 끝난 후 한 대학생이 '재건마을'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질문했다. 박원순 시장은 "구룡마을이나 포이동 같은 곳을 이야기하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구룡마을은 포이동과 마을 형성 배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재건마을이라고 부르지 않고 있는데도 그렇게 답한 것이다. 포이동은 재건대 대원('재건대'가 이후 '자활근로대'로 명칭이 바뀜)들이 강제이주를 당해 이루어진 마을이기 때문에 재건마을로 불린다. 포이동에서 공부방 교사로 활동했던 그 학생은 "박원순 시장이 포이동의 역사적 배경이나 자세한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10월 1일, 박원순 후보에게 보낸 서면인터뷰에 대한 답변에서 그는 너무도 겸손한 태도로 "이제라도 시장으로 출마해 찾아뵐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하겠다" 했었다. 그는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조금 더 많은 곳에 관심을 기울이고 여전히 힘겹게 소외되어 사시는 분들을 보듬고 함께 아픔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 이제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선거 기간 중 뻔한 방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30여 년간 지역을 지켜 오시고 삶의 터전을 일궈 오신 분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풀기 위해 진정성을 가진 방문을 하겠습니다."
당시 박원순 후보는 포이동 주민들의 상처에 대해서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 동안 상처 받아오신 시간들이 어떻게 위로되어야 할 지 저 또한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풀어나가겠습니다."
포이동 주민들은 그의 말에 희망을 품었고, 박원순 후보의 선거운동에 함께 했다.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통해 마침내 그는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시장실을 독특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꾸미는 시장,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시장, 반값 등록금 납부를 실현시키겠다는 시장,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시장의 기사가 연일 메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포이동에 관한 기사는 뜨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은 후보시절에도, 시장이 되고 난 이후에도 포이동을 찾지 않았다. 포이동의 사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특별강연 당시 질문을 했던 대학생도, 포이동 주민들도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서울시장 바뀌고 두 배로 늘어난 토지 변상금
"아파트를 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 중인 박원순 시장이 유독 포이동만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이동 옆 구룡마을은 수차례 다녀간 시장이 왜 유독 포이동은 그냥 지나치고 있을까. 박원순 시장이 새누리당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박정재 민철연(민중 주거 생활권 쟁취를 위한 철거민 연합) 연대사업국장은 "한 마디로 여기 땅 값이 비싸서"라고 대답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도 있지만 새누리당 표적이 되어있는 지역이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곳이기도 하다"고 했다. 올해 토지 변상금이 두 배가량 늘었다면서 "아예 내쫓을 생각이 아니면 이렇게 부과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주택과 담당 김중철 팀장은 "그건 오해"라고 못 박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단지 "가산금이 붙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이 임대아파트로 선뜻 나설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인 토지 변상금에 대한 답이었다. 작년까지 25억 원이었던 토지 변상금은 올해 47억 원으로 늘어났다. 여름도 다 지나지 않았는데 빚 22억 원이 더 늘어났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올해 본세가 29억 원이고 가산금이 18억 원"이라고 정리해주었다. 납기 내에 내지 않아 가산금이 18억 원이나 붙었다는 이야기다.
재산은 모조리 가압류 당한 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낼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김 팀장에게 변상금 면제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공영개발안에 주민들이 합의하면 그제야 변상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개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민들에게 수십 억 원의 변상금을 물리고 있는 강남구청과 이를 묵인하는 서울시의 행정은 오세훈 때나 박원순 때나 달라진 것이 없다.
주민들의 생계를 잇던 고물상들도 전부 다른 지역으로 쫓겨났다. 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변상금을 추가 부과하겠다는데 버틸 재간이 없었다. 조철순 전 위원장이 운영하던 고물상은 작년 11월 30일까지 나가라고 통보가 왔다. 그런데 그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단다. 그래서 한 차 분량은 내일 옮기겠다고 강남구청에 이야기를 했고, 다음 날 오전 이사를 마쳤다. 그런데 반나절 늦게 나갔다고 변상금 3억4000만 원이 부과됐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주택과 김 팀장은 "하자(문제) 없다"고 답했다.
"협의각서를 제출했다든가 구청에 협조했으면, 서로 대화가 잘 되고 했으면 그런 문제가 없었을 것 아니에요."
사람과 삶에 포이동 주민들은 없다
30년 전 강제이주를 당해 곡절의 역사를 살아온 박동식 씨는 말한다.
"고아로 자라난 게 자랑입니까. 강제이주 당해서 자활근로대 생활하면서 온갖 수모 다 당한 게 자랑이겠습니까. 자식들에게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자랑이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을 '백퍼센트 너희들 잘못이다. 너희들 못 배워서 그렇다. 너희들 능력 없어서 그렇다. 너희들 게을러서 그렇다'고 하면 안 됩니다. 나라에서 우리를 너무 짓밟았어요. 막연히 우리를 뭘 달라고만 하는 거지새끼처럼만 보지 말고, 나라에서도 잘못한 정책은 잘못했다고 인정해야지요. 그래야 그 같은 과오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고 그러한 역사가 다시 되돌림 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들은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있다. 그들이 살아온 역사, 인권유린과 착취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바깥에서는 '투기 목적으로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러는데요. 두고 보세요. 내가 여기 점유권을 인정해 달라, 여기 이 땅 우리 땅이니까 달라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은 제 얼굴에 침을 뱉으세요. 우리는 그런 거 아닙니다. 여기다가 정든 이곳에 집을 다시 짓고 살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어요. 우리는 잘 먹고 잘 살면서 만난사람들이 아니예요. 땅굴 속에 숨어서, 경찰관들 워커 피해서 동냥해서 깡통에다 얻은 밥 먹고 살아온 사이입니다. 내 인생에 가장 어려울 때 같이했던 사람들이에요. 그렇게 어려운 시절에 떡 한 쪽이라도 나눠먹으면서 살아 온 사람들이에요. 그렇게 이뤄온 공동체예요."

ⓒ이혜정
지금 그들의 30년 공동체를 위협하는 자는 다름 아닌 서울시와 강남구청이다. 서울시의 개발안에 합의해야만 비로소 이 땅의 시민이 되는 나라. 가난하면 제 집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망루에 올라야 하며, 국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도 가해자, 범죄자가 되는 나라. 또 가난하면 경찰과군인에게 끌려다니며 '자활'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당하고, 그들의 '할당'을 채우기 위해 범죄자가 되고, 영문도 모른 채 불법 점거자가 되어 쫓겨나는 나라. 이 나라에 '사람'은, 그리고 '삶'은 있는 것일까.
박원순 시장은 요즘 '사람'과 '삶'을 말하고 다니며 공동체를 지원하는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배울 만큼 배우고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이 모여 친환경 식품 사먹고 자녀들은 대안학교 보내는 중산층 공동체를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사람'과 '삶'에, 그리고 공동체 속에 포이동이 없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금이라도 포이동 주민들과 세상 사람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서울시가 애써 많은 돈을 지원하지 않아도 잘 사는 동네가 아니라, 오늘 내일 하며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는 포이동 266번지에 가야 한다. 2009년 용산에서, 그리고 지금 포이동에서 가난의 역사, 비극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용산에서처럼 포이동 주민들의 역사 역시 국가권력에 의해서 삭제당하고 철거당할 위험에 놓여 있다. 박원순 시장은 그 책임의 한복판에 있다.
/이혜정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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