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7-02일자 기사 '대출 원금 밑도는 집 속출… 은행들 원금 회수 ‘전전긍긍’'을 퍼왔습니다.
ㆍ서울·수도권 ‘깡통 아파트’ 비상
“인천 송도·청라·영종신도시에는 집값이 분양가보다 떨어진 곳이 수두룩해요. 그나마 송도는 소득수준이 높은 편이어서 괜찮은데도 연체규모나 연체율이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집값이 더 떨어지고, 자기가 살던 집마저 팔리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은행대출을 늘리려 할 텐데….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한 대출이 늘어나는 겁니다.”
지난달 28일 찾은 송도의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만난 ㄱ차장은 “집값이 떨어지는데, 중도금 납입 부담이 남아 있는 입주자들이 많아 앞으로 부실 대출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9년 6억원을 대출받아 9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한 모 변호사도 집값은 떨어지고 매매는 되지 않아 연체가 발생했다”면서 “결국 집을 경매로 처분했지만 대출 원금도 회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소득자라도 예외일 수 없고, 은행이라고 손해를 안 볼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인근 다른 시중은행 대출창구 직원 ㄴ씨 역시 “부동산이 침체되고 있지만 주택담보 대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담보가치만 보고 대출을 해줘도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원금상환 능력 등도 점검해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 쏟아져도 매매는 없어 인천 운서동 영종신도시 아파트단지 주변 중개업소에는 최근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2009년 분양된 한 아파트는 당시 3억4000만원에 분양됐으나 최근 시세가 2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집값이 대출 원금에도 못 미치는 ‘쪽박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은행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칙적으로 떨어진 집값만큼 시세를 조정해 일부 대출을 회수하면 된다. 그러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원금을 회수했다가는 오히려 부실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선까지 대출 규모를 규제해 놨기 때문에 부동산발 금융위기는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곳의 사정은 달랐다. 특히 인천 송도·영종·청라, 경기 한강신도시 등 집값이 급락하는 곳에서는 LTV가 이미 든든한 안전판으로 보이지 않았다.
같은 날 송도신도시의 ㄷ중개업소를 찾았다. 중개업자 ㄹ씨는 “2009년만 해도 32평형 송도 아파트 시세가 7억원까지 갔지만 지금 매물 시세는 3억3000만~3억4000만원선”이라면서 “최고점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보다 떨어져 그만큼 돈을 물고서라도 집을 팔려고 하지만 매수세는 뚝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도신도시에서 인천대교를 건너면 만나는 영종 하늘신도시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입주도 하기 전에 집값이 폭락해 계약자들이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고 일부는 소송을 내 입주를 거부하기도 했다. 2009년 집값 거품이 막바지였을 무렵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다가오면서 집값은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 ㅁ씨는 “지금은 계약금 포기는 기본이고, 1500만~2000만원을 더 얹어줘야 분양권을 팔 수 있다”며 “3억4000만원에 분양된 ㅂ아파트 시세가 2억8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대출이자 압박을 못 이긴 집주인들이 급매물로 아파트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매수세가 없다 보니 결국 경매로까지 넘어갈 위험이 높아졌다. 이미 영종·송도의 경매 물건은 늘고, 낙찰가는 떨어지고 있다.
영종어울림2차 아파트는 인천 영종지구에서 입주 3년이 채 안된 새 아파트지만 전용 148㎡ 3가구가 이달 세 번째 경매에 부쳐진다. 이미 두 차례 유찰되면서 감정가 6억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2억9400만원까지 최저입찰가가 하락했다. 집값의 50%까지 대출받았다면 이미 입찰가가 대출원금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의 자료를 보면, 영종 하늘신도시는 2009년 15건에서 2011년 120건으로 8배, 송도신도시는 같은 기간 29건에서 95건으로 경매 물건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서는 영종·송도의 경매 물건이 지난 5월까지 111건으로 지난해 물건 수 215건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영종지구의 평균 낙찰가율은 2009년 81.4%에서 올 들어 57.4%까지 하락했다. 송도도 같은 기간 77.2%에서 71.1%로 떨어졌다. LTV 마지노선을 위협하는 것이다. 결국 주택가격 하락→경매 물건 증가→금융 채권회수 비율 하락→금융시스템 위기라는 시나리오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대형 시중은행 인천본부 관계자는 “올해 아파트담보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도 큰 상황에서 대출 회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매 처리해 손실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주택가격이 추가로 침체된다면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폭락하는 사태가 확산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뿐 아니라 실물경기 침체 가속, 세입자의 보증금 불안 등 동시다발적 충격에 휩싸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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