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8일 일요일

이 정도는 돼야 진짜 '시민 저널리즘'이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07일자 기사 '이 정도는 돼야 진짜 '시민 저널리즘'이지!'를 퍼왔습니다.
[대안언론 시리즈 ④] 도봉N, “떡집 사장님, 보육 선생님 글 담을 공간 만든다”

도봉N은 ‘마을신문’이다. 홈페이지는 블로그 형태고, 사무실 주소는 도봉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로 되어 있다. 신문 값은 무료이고 상근기자는 한 명도 없다. 월간으로 배포되는 신문은 타블로이드 8면 크기다. 하지만 결코 도봉N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일단 발행부수가 12000부에 달한다. 도봉N 측 말에 따르면 도봉N이 나오는 날 만큼은, 도봉구에 조선·중앙·동아일보 보다 도봉N이 더 많이 돌아다닌다.
지난 2009년 창간한 도봉N은 올해로 3년을 맞았다. 지역 각 단체 활동가들과 마을신문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모였고 초기 논의 2년 만에 창간한 매체가 도봉N이다. 그들이 마을신문을 원했던 이유는 필요에 의해서였다. 주민들에게 필요하지만 중앙언론에서 다뤄주지 않는 마을의 소식들을 담을 그릇이 필요했다. 지역 내 건강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소통 통로를 마련하고 지방 행정, 의회 권력을 감시·견제하고 새로운 담론을 제안할 공간도 필요했다. 모두 중앙일간지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태어난 이후 도봉N은 순수하게 자원봉사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순수하게 자원봉사로 제작되고 있다. 기사작성, 신문제작, 유통과정 모두 도봉N에 참여한 도봉구 주민들이 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만드는 마을신문’이란 슬로건도 거기서 나왔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구독하는 만큼 도봉구의 큰 이슈는 물론 동네사람들 이야기도 주요하게 다룬다.
이창림 도봉N 편집위원은 “큰 이슈와 동네사람 얘기를 주로 다루지만 지면이 부족할 경우 동네사람들 얘기를 중심으로 편집한다”며 “동네소식을 싣는다는 것이 중앙신문과는 다른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 아이들이 만평을 그려도 올려주려 한다”며 “편집위원 몇 명이 쓰는 기사가 아니라 떡집 사장님 칼럼, 보육교사의 글, 엄마들의 글, 학생들이 쓴 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다만 상근기자가 없는 만큼 전문적인 취재역량이 발휘되기는 힘들다. 도봉N 시민기자들이 취재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생업에 종사하다 필요할 경우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에 일반 매체보다 정보력이 취약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상근기자 1명이 한 가지 루트로 듣는 소식보다 시민기자 30명이 다양한 루트로 듣는 정보가 더 포괄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다.
이창림 편집위원은 “아무래도 정보력이 취약하고 모든 소식을 다 아우르진 못하지만 큰일은 챙겨서 하고 있다”며 “예전에 의정비 관련해 몇 차례 연재해 했고, 학교급식 조례 등에 대해서도 취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근기자는 없어도 여러 사람이 다방면으로 정보를 취합한다”며 “물론 집요한 면이 부족하고 시기적으로도 월간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고 월간이라 재정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신문을 무료로 배포하다보니 재정도 취약하다. 한 달 제작비가 120여만원 소요되지만 CMS나 일부 후원만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무료로 배포하다보니 굳이 돈을 주고 구독하는 유료독자가 부족하다는 것도 고민이다.
이 편집위원은 “CMS 일부와 후원 개념의 광고비가 있고, 지난해 후원주점을 열기도 했지만 별다른 수익구조는 없다”며 “애초에 쓰는 돈 자체가 별로 안 되지만 시민기자들께 고생한 대가를 드리지 못해 늘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월간이라 잊을 만하면 나오는 신문이기도 하고 최근 일간지도 안보는 추세라 고민”이라며 “3년을 무료로 배포 했으니 유료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고, 무료로 하되 원하는 사람들은 구독료를 내고, 직접배송을 하자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배포 형태도 고민이다. 현재 자원봉사자들 중심으로 자발적 배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도봉구 전체 가구가 볼 수 있을 만큼의 양이 안 되니, 배송이 선택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받아 보는 사람은 계속 받아보고, 아직 한 번도 도봉N을 보지 못한 도봉구 주민들도 많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마을신문 도봉N은 창간 3년을 넘어 더 넓은 매체를 꿈꾸고 있다. 문턱을 낮춰 더 많은 구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냄으로서 ‘동네 사람들이 만드는 마을신문’이란 슬로건에 충실해지고자 한다. 직접 도봉마을 미디어문화교실을 열어 마을 사람들에게 일종의 기자교육을 시키는 것도 그 이유다. 이 강좌에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부터 66세 어르신까지 참여한다고 도봉N은 밝혔다.

이 편집위원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만드는 신문을 지향한다”며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단 한 줄이라도 동네 얘기를 같이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마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도봉N이 ‘내가 만드는 신문’으로 느끼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소통의 창구가 되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주민들도 지역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에 대해 도봉N에 제보하고 있다. 도봉N은 대걸레로 학생을 체벌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사건도 특종한 경험이 있다. 일반 매체들이 ‘밸류’를 따지며 쉽게 배치할 수 없어 놓치는 수많은, 소중한 ‘기사거리’가 도봉 주민들의 손을 타고 도봉N을 통해 도봉구 전체로 퍼지고 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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