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1일 토요일

고래 뱃속에서 폭발하는 작살포의 고통을 아는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0일자 기사 '고래 뱃속에서 폭발하는 작살포의 고통을 아는가'를 퍼왔습니다.


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소총 260발 고래사냥 잔혹사
포경선이 가장 즐겨 잡던 참고래란 고래가 있다. 길이 16m에 70t까지 나가는 큰 몸집이지만 연안에 사는데다 배가 접근해도 도망치지 않고, 무엇보다 작살에 맞아 죽어도 가라앉지 않고 물에 뜨는 ‘착한’ 특징을 지녔다. 영어로 ‘(잡기에) 딱 좋은’이란 뜻의 라이트 웨일(Right Whale)로 불리고 우리말로도 ‘참’이란 접두어를 얻게 된 데는 이런 슬픈 사연이 있다.고래는 먼저 잡는 사람이 주인인 수산자원으로 취급받았다. 연안의 고래가 고갈되고 마지막 남은 고래 천국인 남극해에서 1925년부터 1985년까지 잡힌 대형 고래는 200만마리가 넘는다. 그러나 1986년 세계적인 고래잡이 금지 조처는 고래를 바라보는 시각의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고래의 두뇌는 크고 잘 발달했다.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자식과의 유대도 깊다.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상업적 고래잡이를 하는 나라들이 종종 야만국 취급을 받는 것은 이런 고래를 잔인하게 죽이기 때문이다.‘현대화’가 됐다지만 고래잡이는 한 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포경선은 몇 시간이고 고래를 쫓는다. 공포에 질린 고래의 호흡이 가빠지고 물에 떠오르는 빈도가 잦아지면 고래와의 거리를 좁히고 작살포를 쏜다. 포수가 고래를 겨냥하는 것은 쉽지 않다. 40~60m 밖에서 수면을 들락거리는 동물을 파도에 올라탄 배 위에서 정확히 맞혀야 하기 때문이다. 종종 두 번째 작살포를 발사하고 그래도 죽지 않은 고래에게 소총을 발사하기도 한다.요즘 상업적 포경선은 펜트라이트 수류탄 작살을 발사한다. 작살은 고래의 몸을 찢으며 깊이 30㎝까지 파고든 뒤 폭발해 폭 20㎝가량의 상처를 낸다. 문제는 고래의 뇌를 정확히 겨냥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몸통에 큰 상처를 입은 고래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작살포를 맞은 뒤 죽을 때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건 ‘고래 복지’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노르웨이와 일본은 그 시간을 2~3분으로 줄였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고래는 1시간 반에 이르기도 한다. 게다가 그런 ‘즉사’의 비율도 노르웨이가 80%, 일본은 60%에 지나지 않는다. 토착민의 전통적 고래잡이는 윤리적인 면에서 상업적 포경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러시아의 원주민은 2009년 귀신고래한테 작살을 쏘아 건지기까지 77분이 걸렸으며 추가로 260발의 소총을 쏘았다.바다에 사는 고래의 특성으로 볼 때 고래를 인도적으로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반세기 전 남극해 포경선에 승선했던 의사 해리 릴리는 고래를 죽이는 방법을 두고 “뱃속에서 폭발하는 창 두세 개를 꽂은 말을 줄에 매단 도살차가 런던 시내를 피를 뿌리며 지나가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개탄했다.물론 어민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어장은 비어가는데 그나마 있는 고기마저 빼앗기는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우리 근해의 고래가 겪어야 할 고통과 비교할 수 있을까. 이미 한 해에 수백 마리씩 그물에 걸려 질식해 죽는 고통에 더해서 말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