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4일 토요일

[사설] 청와대의 ‘불법사찰 보은인사’, 해도 너무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13일자 사설 '[사설] 청와대의 ‘불법사찰 보은인사’, 해도 너무했다'를 퍼왔습니다.

어제 있었던 검찰 인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검사장으로 승진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연루돼 야당이 극력 반대한 것은 물론 검찰 안에서도 설마 강행하겠느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역시 이명박 정부는 용감하게 밀어붙였다. 그것도 사법시험 동기 중 선두주자 3명에 포함시켜 승진을 시켰으니,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 청와대, 정권이 시키는 일이면 뭐든지 하는 ‘충견’ 검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셈이다.여전히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수하에 있던 권재진 법무장관이 자기들 밑에서 행동대장 노릇을 한 김 전 비서관을 임기말 마지막 인사에서 욕먹을 각오 하고 챙겨준 것이다. 마치 범죄를 저지른 똘마니를 끝까지 봐주는 조폭들의 의리와 꼭 빼닮았다.김 전 비서관은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민정2비서관으로 근무하다 최근까지 서울고검 검사로 있었다. 그가 있을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과 은폐·축소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1차 수사 때 소극적으로 수사한 배후로 민정수석실이 지목된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은 무마자금으로 관봉된 5000만원을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김 전 비서관은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증거인멸의 핵심으로 지목해 날려버리겠다고 했다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최종석 전 행정관이 찾아가 항의하자 그가 검찰에 전화를 걸어 “어쩌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질책했다는 증언도 있다.이 대통령과 권 장관 등 극히 일부를 빼놓고는 모든 국민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불법사찰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는 것을 명분으로 그 행동대장격인 인물을, 그것도 동기생 27명 중 선두주자로 검사장으로 승진시켰으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그동안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사건이나 피디수첩 사건 등 정권의 청부수사를 해낸 검사들이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줄줄이 영전한 데서 보듯이 이 정권은 인사권을 철저히 검찰 길들이기에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불법사찰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범죄 은폐의 도구로 사용한 것이라고 할 만큼 그 정도가 지나치다.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앞두고 있는 국회와, 진상이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에 대한 정면도전이기도 하다. 이런 엉터리 인사는 즉각 바로잡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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