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7-09일자 기사 '대통령 권한 놔두고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한다고?'를 퍼왔습니다.
[한수경의 미디어의 세계, 세계의 미디어]
이명박 정부의 방송 및 언론장악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파업에 나선 KBS, MBC, YTN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 특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된다는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이름뿐인 공영방송이 이명박 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해온 것이야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개선해야 된다는 점은 언론계, 학계 및 시민단체들의 그간의 노력으로 가시화 되었다. 얼마 전 새누리당도 문제가 된 방송사장의 낙하산 논란을 막을 법안 발의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언론에 전해지면서 정부 여당도 대책마련을 하는듯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대선이 다가오니 뭔가 해결하는 시늉은 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를 통해 학계,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함께 논의한 노력의 결과물로 소위 ‘낙하산 사장 근절’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 7월6일자 미디어스를 통해서도 전해졌다.

▲ 7월 6일,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동수로 추천해 낙하산 사장을 근절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이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미디어스
마치 이 ‘낙하산 사장 근절’ 법안이 통과되면 KBS 김인규 사장이나 MBC 김재철 사장 등 낙하산 사장들이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이 법안도 상당히 미비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방송의 공적역할은 확보되기는 쉽지 않다. 아니 결국 국가권력의 입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 그 이유는 공영방송의 사장을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분’이 바로 국가원수인 문제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방송법 제50조 2항에 따르면,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아무리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을 개선한다 할지라도 대통령의 권한이 방송지배구조의 처음부터 마지막 임명권에 이르는 현행 방송법이 유지되는 한 방송의 독립성 확보는 소리만 요란했지 그야말로 도로아미타불이다.
현재 공영방송 KBS 지배구조와 선임과정을 예로 한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 이사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KBS 이사는 11명으로 여당 측 7명과 야당 측 4명으로 구성되며, 사장 선임은 이사회의 공모나 사장추천위의 추천으로 이사회에서 과반수 찬성표를 얻은 후보가 추천되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기서 KBS 이사를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부속기구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낙하산 사장’이 등장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을 한번 살펴보자. 2008년 2월 29일 시행된 ‘대한민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제8867호)’ 총칙 제1조(목적)에 따르면,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 듣기 좋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 등의 문구와는 달리 방송통신위원회(약칭 방통위)는 전혀 독립적인 기구가 아님을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와 임명에 관한 구체적인 법조항을 살펴보면 금방 드러난다.
제3조(위원회의 설치) (1) 방송과 통신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제5조(임명 등) (1) 위원장 및 위원은 방송 및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중략)
(2)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임명을 한다. 이 경우 국회는 위원 추천을 함에 있어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
이처럼 KBS 이사를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의 손아귀에 있으니 이 방통위를 없애야한다는 요구가 있는 것이다. KBS 이사회 구성을 동등한 비율로 바꾸어 설사 야당 추천인사가 사장 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방송법에 따라 사장 임명권을 또 대통령이 쥐고 있는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 무엇이겠는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또 ‘독립성’을 방송통신위원회란 대통령 직속기구를 통해 실현시키려는 대통령님의 방송을 사랑하는 마음이 방송의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으니 이 얼마나 감탄할 일인가!
방송통신위원회(Korea Communications Commission: KCC)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를 모델로 설립한 것으로 약칭 ‘방통위’ KCC는 한국의 FCC인 셈이다. 특히 MB의 마음에 든 것이 대통령의 권한일 것이다. 미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심어두고 있으니 ‘뼈 속까지 친미주의자’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BBC를 예를 들며, 지배구조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형태가 아니라도 공영방송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한국 공영방송의 임명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공영방송이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국가들이 아닌 바로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한국에서의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 말은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수준과 정치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선진국과 동일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제이지만 연방공화국으로 중앙집권제인 한국처럼 대통령의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하지는 않고, 또 규모면에서도 한국처럼 서울에서 MB가 재채기하면 제주도 시민이 감기에 걸릴 정도로 작은 곳이 아니다. 물론 부시와 같은 폭군이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또 공영방송인 PBS는 비영리기구로 수신료가 아닌 거의 60% 정도를 개인회원들의 후원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어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형태이다. 물론 정부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나 압력은 허용되지 않아 신뢰도는 높지만, 그 위상이 그리 높지 않다는 얘기다. 미디어시장이 크고 극도로 상업화된 미국의 미디어환경에서 PBS의 영향력을 한국의 공영방송과 비교할 수도 없다. 또한 영국이나 독일의 공영방송 차지하는 높은 위상과도 비교할 수 없다. 왜 미국의 공영방송시스템을 모델로 삼는 나라가 없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영국의 경우 왕실칙허장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통치자에게 이렇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여 방송을 장악하게 하는 경우는 선진화된 민주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굳이 뽑으라면 베를루스코니가 언론을 장악하고 휘두르는 이탈리아를 뽑을 수 있을게다. 한국과 닮은꼴이다.
의회입헌군주제인 영국의 경우 총리는 왕/여왕이 임명하고, 드문 경우지만 언제든 해임시킬 수 있으며, 의회에서 신임을 받지 못하면 권력을 유지하지도 못한다. 즉, 한국에서처럼 국민이 직접 선출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은 아무리 소통불능의 ‘불도저’라도 의회가 재신임을 물어 마음대로 퇴출시킬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처럼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도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방법이 거의 없다. 총선에 승리해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이며, 아니면 그냥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송과 언론을 장악한 세력이 또다시 정권을 잡을 가능성도 높아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쉽지 않다.

▲ 2011년 1월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 청와대
더욱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언론인들은 ‘스스로 기는’ 모습을 보이며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는 것이 한국의 언론현실이 아닌가? 대통령이 막강한 힘이 없다면 언론인들이 자존심을 구기는 그러한 비열한 행태는 최소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강력한 보수언론에 대통령이 휘둘리는 사례가 있기도 하지만, 중앙집권제인 한국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다른 나라 총리나 수상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그대로 두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노래한다는 것은 그저 공염불에 불과하다. 대통령이란 직분은 그 자체로 정치권력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확보해야할 최우선 과제인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허망한 꿈인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이 아닌 총리 직속으로 하자는 제안도 있다. 하지만 이 제안 역시 하나마나한 결과를 낳는다. 왜냐하면 한국에서의 총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를 것이며, 총리 또한 정치권력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라 말할 수 없다. 단지 문제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것일 뿐이다.
많은 일반 사람들이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이해하고 있어 정치권력이 방송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도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다시 ‘낙하산 사장 근절’ 법안의 내용으로 돌아가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내용을 한 번 보자. 늘 문제가 되었던 것이 KBS 이사회 구성처럼 여당 추천인사와 야당 추천인사의 비율이 7:4로 불균형적인 형태이다. 이를 추천인사 1명을 더해 총 12명으로 늘리고, 여야 추천인사 비율을 6:6으로 대등하게 하자는 것인데, 기존의 불균형적인 구성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듯하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여당과 야당의 추천인사들, 즉 정치의 입김이 100% 담긴 권력의 산물이다. 설사 시민단체들이 원하는 인사가 추천되었다 하더라도 결국 정당이 추천한 인물일 뿐이며, 또 임명권은 대통령이 쥐고 있다. 말하자면 정치권력이 이사진을 100% 추천하고 그 우두머리가 임명하는, 즉 정치권력이 북치고 장고치는 격이다.
일반인들은 아마도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면 낙하산 사장을 근절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겠지만, 알고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일 뿐이다. 김인규가 아니라 정연주가 다시 KBS 사장에 복귀된다 할지라도, 또 MBC 사장 김재철이 물러난다고 해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이 보장되진 않는다.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우선 대통령과의 관계를 절단시킬 수 있는 보다 혁신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며, 정당의 입김도 3분의 1이하로 낮추고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신경민 전 앵커이자 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의 말처럼 공영방송 구조를 영국의 BBC와 독일의 공영방송시스템을 종합해 한국에 맞는 공영방송 모델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의 공영방송시스템과 지배구조 및 법적 제도장치에 대한 연구는 이미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공영방송의 법적 제도장치에 관한 연구는 사실상 언론학자들보다 오히려 법학자들이 상세히 연구해 놓았다. 공영방송의 제도를 개선할 기초 연구들이 존재함에도 언론학계에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몇몇 좀 알려진 학자들에 의해 별 실효성 없는 제안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이 ‘낙하산 사장 근절’ 법안은 현행법과 비교하면 훨씬 개선된 모습이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정당의 영향력을 축소하지 않고, 또 대통령의 권한을 방송에서 제거하지 않는 한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확보될 수 없을 것이다.
한수경 언론학 박사··마이그린뉴스 발행인 |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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