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4일 토요일

[사설]“대한민국 법에 절망한다”는 김진숙의 외침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13일자 사설 '[사설]“대한민국 법에 절망한다”는 김진숙의 외침'을 퍼왔습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민주노동당 초선의원 시절인 2006년 8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것이 아니라 1만명에게만 평등하다”고 말한 바 있다. 법이 극소수 특권층을 위해 봉사하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었다. 그는 음식값 수십만원을 가로챈 중국집 배달원은 형기를 채워 복역하는 데 비해 재벌총수나 대기업 경영자들은 수백억 수천억원의 회사 공금을 횡령했는데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등의 구체적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철가방’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나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얼마나 법에 의해 차별받고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지는 그제 국회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 지도위원의 증언에서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김신 후보자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온 그는 지난해 1월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였던 김 후보자가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농성 중이던 자신에게 노동자의 현실을 도외시한 가혹한 조처를 취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농성을 철회하고 내려올 때까지 하루 100만원씩 회사에 이행강제금을 내라’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후 이행강제금은 무려 2억8000만원까지 쌓였다고 한다. 

김진숙 위원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사안이라면 현장 방문을 하는 등 사정을 알아봐야 하는데도 후보자는 사측의 일방적인 입장을 그대로 따랐다”면서 “100만원을 물리면 내려올 거라고 생각했다는 후보자의 답변에 더욱 모욕감과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1200만 노동자를 대표해 대한민국 법에 절망하며 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민사법정에서 원고와 피고에게 ‘화해를 위한 기도’를 요구하고, 기독인 모임에서 부산과 울산을 ‘성시화(聖市化)하자’는 발언을 하는 등으로 물의를 빚은 김 후보자의 종교 편향을 지적한 바 있다. 이제 김 후보자의 비인간적인 노동관과 철저한 기득권 편향까지 접하면서 그가 대법관 부적격자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김 후보자 일개인이 대법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법에 대한 ‘1200만 노동자의 절망’이 없어지거나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판검사를 포함한 법조인들, 국회의원 등의 입법가들, 나아가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모든 이들이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처지를 깊이 헤아리고 배려할 때 그 절망감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김 위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이 땅에서 섬겨야 할 예수가 누구인지, 버려진 사람이 누구인지, 따뜻한 눈으로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섬겨야 할 예수’나 ‘따뜻하게 껴안아야 할 버려진 사람’ 대신에 혹시 물신(物神)만을 숭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단 김 후보자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반성해 볼 일이다. 생산의 주역이자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노동자들이 희망 대신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는 그 얼마나 절망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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