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7-16일자 사설 '[사설]‘쿠데타 5·16’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니'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의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이 “(5·16은)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이 어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5·16이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초석을 만들었다고 본다”면서 한 말이다. 박 의원은 5년 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최선의 선택’이니 ‘구국의 혁명’이니 하는 말 속에서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요지부동임을 알 수 있다.
박 의원으로선 지난 5년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구국의 혁명’ 대신 ‘최선의 선택’이라는 수사를 동원해 표현의 수위를 조절한 것 같다. 역사가 명백하게 ‘쿠데타’로 기록하고 있는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미화한 데 따른 반발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보자는 속내가 엿보인다. 그러나 표현만 바뀌었을 뿐 5·16 쿠데타 옹호라는 본질은 추호도 변한 게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5년 전의 추상적 평가를 구체화하면서 실체적 평가를 곁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후퇴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박 의원이 말미에 ‘아버지의 딸’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아버지의 정치·경제 철학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실토했듯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다시금 노출한 셈이다.
유력 대권주자인 박 의원의 5·16 인식은 빈곤한 민주주의·역사관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면 5·16은 절차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았으니 양해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경제발전이라는 목표지상주의를 위해선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인권이 유린돼도 괜찮다는 얘기인지 묻고 싶다. 1960~70년대식 권위주의 통치 논리가 되살아나는 듯한 기시감을 떨칠 수 없다. 한 역사학자의 지적처럼 ‘그의 최선’과 ‘우리의 최선’을 분간짓지 못한 데서 온 오류다. 5공 청산 과정에서 국민들을 경악하게 한 바 있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설사 박 의원이 ‘5·16은 분명 잘못된 일로 되풀이돼선 안된다. 다만 성과를 함께 봐달라’고 한다고 해도 공과가 달라지진 않는다.
한 국가 지도자의 민주적 소양이나 역사관은 그의 철학이나 신념과 마찬가지로 그 어떤 정책보다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정작 민주주의는 진척은 더디지만 퇴보는 쉬운 법이다. 몇 사람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만큼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의원 발언의 어간에 비친 대로 한낱 자연인이라면 딸이 아버지를 부정한다는 건 못할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인을 넘어 국가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박 의원이다. 마땅히 아버지의 과오를 극복해야 하고, 그것이 역사의 발전이다. 하물며 ‘5·16=쿠데타’라는 기록마저 부인하려는 것은 역사에 대한 도전이고, 도발일 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