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7-21일자 사설 '[사설]이 대통령,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마저 부정하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온 세계가 당면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고소득 노조의 파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와 금융노조의 파업 결의를 지칭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정말 어려운 계층은 파업도 못한다”고도 했다. 그의 뿌리깊은 반(反)노동적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낸 발언이다.
이 대통령의 말은 우선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헌법에 규정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은 소득에 따라 누구는 행사할 수 있고 누구는 행사할 수 없는 권리가 아니다. 사실관계도 틀렸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항공관제사, 전력공사, 최대 정유회사 토탈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다. 영국의 경우 국영철도노조와 BBC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일이 있고, 노르웨이에서는 연봉이 1억원 이상인 유전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선다. 미국에서는 영화·드라마 작가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세계적 스타들이 이를 지지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무산되기도 했다.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나라가 우리밖에 없는 게 아니라, 고소득 노조가 파업한다고 눈치 봐야 하는 나라가 우리밖에 없는 것이다. 이른바 ‘고소득 노조’의 대표 격인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가운데 연간 3000시간 이상 살인적 노동을 하는 사람이 28.7%나 된다”며 “외국에서도 고소득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지만 소득이 얼마인지 묻는 대신 왜 파업을 하는지 묻는다”고 했다.
“정말 어려운 계층은 파업도 못한다”는 인식은 왜곡된 노동관의 절정이라 할 만하다. 이 대통령 말대로 ‘고소득 노조’도 파업을 하는데 정말 어려운 노동자들은 왜 파업조차 못하는가. 친자본·반노동 분위기 속에서 노조 설립 자체가 힘들고, 간신히 노조를 만든다 해도 복수노조하의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로 인해 소수 노조는 교섭권을 갖기 힘들다. 교섭도 못하는 처지이니 파업은 언감생심 꿈꾸기 어렵다. 여기에 학습지 교사, 간병인, 택배·퀵서비스 노동자 같은 ‘특수고용직’처럼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도 많다.
이 대통령의 비뚤어진 노동관은 여러 차례 회자된 바 있다. 2007년 대선 때는 “인도에 가보니 대학 출신 종업원들이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오버타임(초과근무)을 해도 수당을 안 받는다고 하더라. 노조도 만들지 않는다는데, 스스로 프라이드(자부심)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대학교수 노조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했다고 해서 충격받았다. 대학교수란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겠다니, 교육이 제대로 되겠느냐”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뼛속까지 반노동적’인 대통령으로 인해 지난 4년반 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채기를 입었다. 남은 7개월이라도 자중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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