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4일자 사설 '[사설]원로목사의 ‘세습 회개’, 교회혁신 계기돼야'를 퍼왔습니다.
재벌가의 세습이 여론의 비판을 받는 까닭은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식들이 단지 아버지의 핏줄을 타고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이 아버지의 담임목사 직을 물려받는 ‘교회 세습’은 어떤 의미에서 재벌의 세습보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신도들의 것이 돼야 할 교회 재산을 목회자 일가가 사유화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른바 언약(言約)공동체로서의 교회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서울 충현교회의 김창인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물려준 ‘교회 세습’이 잘못된 일이었다고 공개 회개한 것은 세습을 포함한 온갖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교회를 향한 고심어린 충정이라고 할 만하다. 올해 95세의 김 원로목사는 엊그제 경기도 이천시의 한 교회에서 열린 모임에서 “성직자의 기본 자질을 갖추지 못한 아들 김성관 목사를 무리하게 담임목사로 세운 것은 일생일대의 실수였으며 하나님 앞에서 큰 잘못을 저질렀음을 회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는 또 “충현교회가 회복되는 것이 나의 마지막 사명”이라고 밝힌 뒤 아들 김 목사를 향해 “4월20일로 은퇴연령 70세가 지났으므로 임기연장 등을 꿈꾸지 말고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현재 목사직 세습은 적잖은 교회에서 하나의 불문율처럼 굳어지고 있다. 교회재산 1조원을 헤아린다는 충현교회에서 1990년대 후반 세습이 이뤄진 뒤 광림교회, 소망교회 등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러한 ‘세습 광풍’은 마침내 전국 각지의 일부 중소교회로까지 확대됨으로써 교회는 신앙공동체가 아닌 ‘부자(父子)공동체’로 전락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교회 세습이 세습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갖가지 사회문제를 낳는다는 사실에 우려한다. 세습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으로 교인들끼리 칼부림을 하는가 하면, 세습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교회 ‘당권파’들에 의해 묵살되고 교회 밖으로 축출당하게 되는 것이다. 과도한 정치개입, 타 종교에 대한 적대적 배척과 천시 등의 행태도 세습을 통해 형성된 자기중심적 오만함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낮은 데로 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한국교회들이 김 원로목사의 이번 공개 회개를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스스로를 전면 혁신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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