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5일 금요일

'포괄수가제 반대' 의협 수술 거부 논란...의료대란 우려 확산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15일자 기사 ''포괄수가제 반대' 의협 수술 거부 논란...의료대란 우려 확산'을 퍼왔습니다.
복지부, 내달 1일부터 7개 질병군의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뉴시스 포괄수가제 시행과 관련 의료계와 보건복지부가 마찰을 빚고 있다.

내달 1일부터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방침에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서 의료대란이 일어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법정 대응 방침으로 강경하게 맞서고 있으며,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지부는 포괄수가제 확대 등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달 1일부터 모든 병·의원에서 실시된다고 밝혔다.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에서는 내년 7월부터 포괄수가제를 적용한다.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질병군은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항문, 자궁, 제왕절개 등 7개다. 


포괄수가제란 전국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동일 진료비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진료 정찰제다. 이는 진찰과 검사, 수술, 입원 등의 치료 과정을 각각 따로 가격 매기지 않고 한 데 묶어 백내장 수술 OO만원, 맹장 수술 △△만원 등으로 같은 질병군엔 동일한 가격을 책정한다. 이는 각 치료 과정마다 검사비, 입원비 등으로 따로 가격을 매기는 행위별수가제와 구별된다. 


환자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질병군에 대해서 병·의원마다 다른 치료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한 진료비를 내게 된다. 이에 병·의원급을 이용하는 연간 환자 75만명의 본인부담금이 평균 21% 줄어들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는 지난 1997년 시범사업 실시 이후 2002년부터 선택적용을 해 오고 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참여 비율은 2011년 당시 전체 병·의원 중 71.5%에 달했으며, 의원급만 보면 83.5%를 차지했다. 복지부는 여기서 더 확대해 종합병원급 이상을 제외한 전국 병·의원급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의료단체 “중증환자 치료 불가능”, 복지부 “이미 80% 시행 중...이상 無”


복지부의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방침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지난 12일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안과 등 4개과의 개원의협의회 회장들과 모임을 갖고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포괄수가제 적용을 받는 7개 질병군에 대해 일주일간 수술을 포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군에 대해 수술을 포기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각과와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협은 맹장수술, 제왕절개 등 응급진료는 수술 거부에서 제외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윤용선 대한의원협회장(대한의사협회 보험의무 전문위원)은 14일 MBC FM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환자의 상태나 질환에 따라서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는데, 7월 1일부터는 환자의 질환 경중에 관계없이 무조건 포괄수가제로 하라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윤 회장은 “문제는 중증 환자라든지 합병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수가 자체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그런 환자까지 제한된 진료비 내에서 치료하라는 것은 치료를 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의료단체에서 진료거부를 결의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포괄수가제를 실시하는 목적은 합리적인 의료비와 의료이용을 유도하는 한편, 의료의 질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포괄수가제로 인해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는 주장과 관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이미 80%의 병의원들이 포괄수가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현재의 수가 수준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7월 확대 시행하면서 기존 행위별수가제에 비해 무려 18% 상당의 수가 인상을 단행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거부까지 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 과장은 “실제 진료거부 사태가 나타나게 되면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서 엄단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법에는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되어있고, 설혹 이러한 정책을 이유로 해서 환자의 동의를 얻어 (진료를) 연기하더라도 이것은 법에 의해서 처벌 받을 수 있는 사항이다”고 못 박았다.


시민사회 “수술 거부 납득 안 돼”


일부 의료단체의 수술 거부 입장에 시민사회단체는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포괄수가제를 더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자 무상의료국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5월 의사협회의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의협하고 복지부가 필요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의원급 80%가 참여하고 있는 마당에 의협에서 수술까지 거부하면서 반대하는 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포괄수가제는 외국에서 대부분이 시행하고 있고, 오히려 행위별수가제가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며 “행위별수가제를 없애고 포괄수가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복지부가 제시한 포괄수가제는 전체 진료의 3%밖에 되지 않는 7개만 포함됐다”며 “이는 의료비 독점을 막고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체계를 마련한다는 본 의미가 퇴색된 요식 행위에 불과한데, 이것마저 의협은 반대하고 있는게 문제다”고 비판했다. 


정 정책국장은 또 “포괄수가제라면 모든 걸 포괄해야 하는데 선택진료비(교수특진비), 차등병실료 등은 빠져있다”며 “병실 입원비로 병원에서 지금도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이 손해 볼 건 없다”고 진료 거부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정 정책국장은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의료의 질이 낮아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 없다. 안 좋아졌다는 연구결과보다 오히려 좋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더 많다”면서 “의사가 돈 조금 준다고 저가 의료품을 쓰겠다는 건 의사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