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9일 화요일

“재벌해체·주한미군 철수 입장 재검토”…진보당 금기 깨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8일자 기사 '“재벌해체·주한미군 철수 입장 재검토”…진보당 금기 깨다'를 퍼왔습니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쇄신방안 최종보고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로나기 특위 쇄신안 살펴보니
‘불안한 세력’ 국민 오해 씻기
당권파 “새누리 프레임에 걸려
”대표경선 과정 노선싸움 예고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원석 의원)가 18일 당 지도부와 당원들에게 내놓은 쇄신안은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껏 당내에서 토론하기 꺼렸던 주제들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를테면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태도를 재검토’하자거나, ‘재벌해체 공약의 현실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 등은 그간 당내에서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내용들이다.
논쟁적인 주제들이 많아 오는 29일까지 진행될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쇄신안의 내용을 놓고 치열한 노선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권파 쪽에서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어떻게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특위 위원장인 박원석 의원도 “이번 보고서는 당이 어떻게 대중정당으로 나가야 할지에 대한 토론의 근거”라며 본격적인 논쟁을 예고했다.



■ 대북·대미·재벌 문제 쟁점화
보고서는 당의 새로운 가치지향과 관련해 ‘자유가 진보의 가치임을 분명히 하고, 정의의 요구를 수용하며, 생태를 핵심적인 가치로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북한 인권, 북핵, 3대 세습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세 쟁점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을 적시하면서 당권파와 선을 그었다. 특위가 “한반도 평화가 달성된 뒤 한-미 동맹 해체와 미군 철수를 실행한다는 당의 강령이 당장의 한-미 동맹 해체로 오해받고 있는 것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권파가 그동안 미국에 날을 세우는 데 집중하면서 국민들에게 ‘불안한 세력’으로 비친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당의 대표적 경제공약인 ‘재벌해체론’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면서 이정희 전 대표가 지난해 내놓은 ‘계열분리명령제’의 사례를 든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위는 “재벌을 해체해 3000개의 전문기업으로 만드는 게 현실적인지, 아니면 기업집단으로 적절히 통제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당이 답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 당권파 “정체성 약화하는 내용 많아
”지금껏 특위와 대립해온 당권파는 20일 이상규 의원 주최로 열리는 토론회를 통해 특위의 보고서 내용을 반박할 예정이다. 당권파 쪽은 ‘특위 보고서 내용 중에는 지금껏 진보정당으로서 유지해왔던 당의 정체성이나 역사성을 부정하거나 약화시키는 내용이 너무 많다.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당권파 쪽 한 인사는 “북한 문제만 해도 우리가 그 정도(특위의) 의견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평화협력의 대상으로서 상대에 대한 존중을 기본으로 해왔다”며 “특위 보고서는 ‘북한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으면 종북세력’이라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빠져든 꼴”이라고 반박했다.
특위에서 논의됐던 애국가 논란도 이어졌다. 지난주 이석기 의원이 ‘애국가를 부르는 게 무슨 쇄신이냐.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박원석 위원장은 이날 “애국가는 국가다. 그게 당원들의 평균 생각이다. 이 의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새로운 정당질서”…“노동정치 재구성”도
당 운영과 관련된 특위의 제안에도 논쟁적인 대목이 많다. 특위는 의견그룹(정파) 문제를 두고서 ‘정파등록제’나 ‘정책명부제’ 등을 도입해 정파의 공개활동을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진성당원제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대선 후보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등 공직후보 선출 때 국민참여 경선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지난 총선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던 비례대표 경선을 폐지하고 전략명부를 통해 당원들의 인준을 받도록 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일정액 이상의 당 사업은 공개입찰해 회계지출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은 이석기 의원이 운영했던 회사에 대한 당권파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특위는 또한 당 정치의 중심에 노동(정치)을 두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조직된 노동자와 비정규·영세노동자 그리고 청년 노동자 등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노동계층을 위한 가치를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를 위해 당내에 ‘비정규직 특별본부’(가칭) 형태의 상설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당내엔 현실적으로 가장 큰 세력기반인 민주노총과 관계를 풀어내는 것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