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8일 월요일

‘북 인권침해 조사’ 각하방침 결국 현병철의 ‘치적사업’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8일자 기사 '‘북 인권침해 조사’ 각하방침 결국 현병철의 ‘치적사업’'을 퍼왔습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가해자 조사 등 애초부터 불가능
80여건 접수받아 1년 동안 방치
“북 인권 공론화 공로는 코미디”

지난해 5월 “북한독재 정권하 인권침해 사례를 신고받아 조사하겠다”며 국내 거주 탈북자들에게 진정을 접수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1년이 넘도록 조사를 전혀 벌이지 못하고 결국 사건 전체를 각하할 방침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조사는 애초부터 불가능한데도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보여주기식’으로 무리하게 공언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1일 청와대는 현 위원장 연임의 근거로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한 공로”를 내세운 바 있다.
17일 인권위 고위 관계자 및 실무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인권위 조사국은 탈북자들이 북한 정부의 인권침해를 고발한 진정사건 80여건을 각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인권위 고위 관계자는 “지난 3월 장기 미해결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라는 사무총장 지시가 있었고, 이에 따라 탈북자 진정 사건도 조만간 각하할 것”이라며 “북한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안은 조사가 불가능하고, 우리가 북한 정권에 권고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지난해 5월, 한국 거주 탈북자 1만5000여명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 “북한독재 정권하에서 고통받은 인권침해 사례를 신고받아 조사하여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신고를 독려했고, 모두 80건의 진정이 지난해 인권위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됐다.
인권위의 한 직원은 “진정을 접수받은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에서 1년 내내 아무것도 못한 채 붙들고 있다가 조사 권한이 있는 조사국으로 이첩한 게 지난 5월이었다”며 “처음부터 (조사 없이) 각하하려고 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내부에서도 “북한 인권을 도구 삼아 전시용 치적 쌓기에 급급해 힘없는 탈북자들을 기만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성심성의껏 조사하겠다고 현 위원장이 편지까지 써서 진정을 받아놓고 1년 만에 조사 대상이 아니니 각하하겠다고 하는 건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이를 최대의 치적으로 인정받아 연임까지 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80여건의 진정 사건에서 탈북자들이 지목한 가해자는 정치범수용소·교화소·국가안전보위부·노동단련대 등에서 일하는 북한의 간부와 직원들이다. 가해자가 북한에 있어 애초부터 조사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이던 2006년, 인권위는 ‘북한 인권에 대한 인권위의 입장’을 내어 “북한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사안은 조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탈북자 진정 80건을 토대로 인권위가 내놓은 성과는 크게 두가지다. 지난해 10월 국무총리실에 북한 주민 인권 관련 정책권고를 했고, 지난 5월 ‘북한인권침해사례집’에 진정 사건의 요지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책권고는 △북한인권법 제정 △분배의 투명성을 전제로 한 인도적 지원 등 기존 정부·여당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사례집에 대해서도 인권위의 한 직원은 “통일부나 국정원 등에서 내는 북한 관련 백서에 나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기록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정책교육국 북한인권팀 관계자는 “진정인들은 사건이 정말 조사되기를 바란다기보다 국가기관이 관심을 갖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고, 탈북자 진정사건은 통일 이후 관련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해명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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