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7일 일요일

'디도스 사건' 수사한 경찰·검찰, 결정적 증거 은폐·조작했나


이글은 위키프레스 2012-06-16일자 기사 ''디도스 사건' 수사한 경찰·검찰, 결정적 증거 은폐·조작했나'를 퍼왔습니다.

지난해 10월 26일 재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 경찰과 검찰이 작성한 수사기록을 입수해 분석했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의 방향을 올바르게 이끌었는지 중점을 두고 살펴보았으며, 수사기록을 제공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새로운 정보들에 대해 취재를 벌였다. 분석 결과, 경찰과 검찰에서 이번 사건 수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증거를 은폐하거나 조작한 듯한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검찰의 경우 피의자들이 10월 20일에 이미 선관위에 접속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나왔음에도 이를 수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삭제해 버렸다.
▲ 검찰, 20일 접속기록 알고도 슬그머니 ‘삭제’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20대의 우발적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모(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관)과 공모(최구식 의원 비서)씨 간에 사전모의한 혐의는 있으나, 더 이상 윗선 개입은 없었다는 것. 또한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강모(‘ㄱ’커뮤니케이션 대표)씨 등이 25일 밤에 갑작스럽게 의뢰를 받고 공격했다는 진술을 받아들이며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분석 결과 검찰이 피의자들의 진술에 증거를 꿰맞춘 듯한 정황이 발견됐다. 해당 증거들은 의뢰한 비서관들 뿐만 아니라, 디도스 공격범들도 사전에 공격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는 기록이기 때문에 중요함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12월 24일과 26일에 작성된 두 개의 수사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웹 서버 로그에서 피의자 김OO 등이 사용한 IP확인’이다. 앞서 작성된 24일 보고서에는 총 3개의 IP주소가 나온다. 이 IP주소들은 실제 피의자 김 모씨와 황 모 씨가 사용했던 IP주소로 나와 있다.
이 세 개의 IP 주소 중 두 개의 IP주소의 선관위 접속기록은 이 사건에 대한 피의자들의 주장을 깰 수 있을만한 기록이 제시된다.

검찰의 12월 24일 보고서. 총 3개의 IP가 제시되며, 그 중 두 개의 IP는 20일과 23일에 선관위에 접속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개의 IP주소 중 2개의 IP는 각각 10월 20일과 23일에 이미 선관위 사이트에 접속해 본 것으로 나타나 있다.그동안 피의자들은 줄곧 “선관위가 어떤 기관인지 몰랐다”, “공격하라는 부탁을 받은 후 처음 접속해 봤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12월 24일 보고서의 기록에 따르면, 그들의 주장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틀 뒤인 12월 26일 작성된 보고서에서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해당 보고서는 24일 보고서와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 보고서이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24일 보고서에서 제시된 세 개의 IP주소 중 두 개의 주소가 빠지고 한 개만 남아 있다는 점이다.

검찰의 12월 26일 수사보고서. 24일 보고서와 똑같은 보고서이나, 세 개의 IP중 두 개의 IP가 사라진다.

남아있는 하나의 IP주소는 피의자들이 그동안 주장했던 “25일 밤에 처음 접속했다”는 내용을 확인시켜주는 기록이다. 즉 남은 하나의 IP는 10월 25일 밤 9시 56분경에 선관위에 최초 접속한 것으로 나와 있다. 25일 이전에 선관위에 접속했던 기록들이 슬그머니 빠지고, 25일에 접속했던 기록만 남아 있는 것이다.


사라진 접속기록들을 무마시키는 데는 검찰의 수사도 한 몫을 한다. 당시 검찰은 10월 20일과 23일 접속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었음에도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강하게 추궁하지 않았다. 특히 20일 접속기록에 대한 질문은 전혀 하지 않은 채 23일 접속만을 물어봤고, 이에 대해 피의자들의 답변이 “모르겠다”에서 “내가 접속했던 것도 같다”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추궁을 하지 않았다.
10월 20일 접속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증거를 교묘히 삭제했다는 것은, ‘윗선’을 밝히기는커녕 피의자들의 진술에 맞게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 문서상엔 ‘10월 31일’, 실제 작성일자는 11월 22일?
수사기록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0월 30일 중앙선관위 정보화담당관실 네트워크 담당자 고모씨(51)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진술 과정에서 고 씨는 “디도스 공격 당시 최대 트래픽은 2Gbps(bit per second)로 확인되어 홈페이지가 대량 트래픽으로 장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 최대 트래픽은 고 씨 진술조서 바로 다음에 있는 내사보고서(‘피해자 진술조서’ 초당 공격 트래픽 단위 정정에 대하여)를 통해 수정된다. 10월 31일자 수사보고서에 의하면 경찰이 10월 31일 10시경 고 씨와 전화통화를 해 '2Gbps(2G bit per second)가 아니라 263Mbps(263Mbps)‘라고 정정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보고서. 10월 31일 작성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결재일자, 문서번호, 인쇄날짜 등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그러나 이 문서는 10월 31일 작성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서상 기재된 날짜는 10월 31일이지만 기안과 결재가 11월 22일에 이루어졌고, 인쇄 날짜가 11월 23일이기 때문.
이상한 점은 또 있다. 바로 이 보고서의 문서번호다. 해당 보고서는 문서번호가 ‘2011-01786’번으로, 작성일자로 기재된 10월 31일 전후에 작성된 진술조서나 수사보고서들의 문서번호가 보통 1500번대인 것에 비해 매우 뒷번호를 가지고 있다.
가 자문을 구한 한 관계자는 “문서번호를 미리 받아놓을 수 있긴 하지만, 한 달 뒤의 번호를 미리 받지는 못한다”며 “결재 역시 전자결재를 통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해, 본문의 작성일자만 바꿔놓은 채 슬쩍 중간에 끼워넣은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결국 인쇄날짜와 결재날짜, 문서번호 등을 종합해보면 경찰은 디도스 공격 당시 트래픽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있던 중 ‘나꼼수’ 및 각종 언론에서 의문을 제기하자 11월 20일 이후에서야 제대로 파악한 뒤, 마치 고 씨의 진술 바로 다음날 정정한 것처럼 날짜만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제출된 수사기록 중 누락 페이지만 3864쪽
수사기록의 총 페이지 수는 11199페이지에 달한다. 피의자들은 각각 10여차례가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으며, 자료의 양도 굉장히 많다. 검찰은 지난 1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총 353개 통화내역 조회, 7개소 압수수색, 모바일 및 컴퓨터 분석 111건, 최구식 의원을 비롯한 참고인 44명에 대하여 총 62회에 걸친 참고인조사 등 광범위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전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자신들의 수사 규모를 밝힘으로써 ‘부실수사’여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분석 결과, 검찰은 수사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는 최구식 의원 소환조사 기록을 비롯해 기술적 자료들, 중요한 분석결과 등을 빼고 제출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사기록상 누락된 페이지는 전체 11199페이지 중 3864페이지에 달한다. 특히 4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경찰 수사기록 중 누락된 페이지는 2625페이지로, 경찰 수사기록 중 절반 이상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초동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여러 가지 기술적 자료와 정황증거들이 상당 부분 빠져 있다는 의미다.
또한 검찰 수사기록도 1239페이지가 누락됐으며 그 중 최구식 의원 소환조사 자료 등이 빠져 있거나 기술적 자료들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아 수사기관이 ‘윗선’을 밝히는 데 의지가 있었는지, 보여주기 싫었던 자료들이 무엇이었는지 의문만 무성해지는 상황이다.

▲ 통화한 것만 확인하고 끝난 ‘나경원 보좌관’ 수사
수사기록의 마지막 부분인 11143페이지의 수사보고서는 ‘나경원 보좌진 전화 확인’이다. 이는 피의자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 비서였던 김 모 씨의 휴대전화에서 검찰이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김 씨의 휴대전화에서 통화목록이 삭제된 것을 발견해 이를 복구했고, 복구한 통화목록 중 나경원 전 의원의 보좌관 두 명의 전화번호를 확인한 수사보고서를 2012년 1월 5일 작성했다.

검찰의 나경원 보좌관 확인 수사보고서. 그러나 이후 통신사를 통한 통화내역 조회 등 추가수사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후 수사기록은 끝나버리고, 나 전 의원 보좌관들과의 통신사 통화기록 조회 등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후속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10.26 재보선 당시 박원순 후보와 경쟁했던 후보가 나 전 의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수사는 필히 이루어져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수사 당시 경찰과 검찰은 한목소리로 '성역없는 수사'를 외쳤다. 그러나 접속기록 삭제, 끼워넣기, 수사기록 제출 당시의 누락, 나경원 보좌관 등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아 과연 제대로 된 수사였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10월 20일과 23일 선관위 접속기록이 삭제되면서, 피의자들의 주장을 강화해준 셈이 되어버려 '부실수사'에 대한 의혹이 고개를 들게 된다. 현재 이 사건은 특검의 몫으로 넘어가 있으며, 오는 21일 수사결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어 가는 현 시점에, 과연 충실히 수사에 임했는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유지만 (redpill@wikipres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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