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5일자 기사 '“언론 파업에 입 다문 박근혜, 대선 후보 자격 있나”'를 퍼왔습니다.
ㆍ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14일 서울 여의도 ‘희망텐트’에서 만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50)은 말 한마디를 이어가기도 버거워 보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청문회’와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17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그동안 몸무게가 8㎏이나 줄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깊게 파인 주름살에는 고뇌가 묻어 있다. 그러나 힘줘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투쟁의지가 읽혔다.
이 위원장은 MBC·KBS·YTN·연합뉴스·국민일보의 언론사 연대 파업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4·11총선에서 야권이 패한 뒤 언론장악 청문회와 불법사찰 부실수사에 대한 국정조사가 생각보다 어렵게 됐다.
▲ “언론장악 청문회 열고 불법사찰 국정조사를”‘희망텐트’서 단식농성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청문회와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희망텐트’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최근 KBS에 이어 국민일보가 장기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죽을 각오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토록 잔악한 이들이 또 있겠냐”며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작금의 현실을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규정했다. 그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김재철 MBC 사장은 벌써 구속됐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배임·횡령도 모자라 후배들에게 부당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자신이 망쳐 놓은 MBC를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것을 정치파업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이 있으니 국정조사를 하자는데 그것이 무리한 요구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사를 사열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숨겨놓은 비자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후안무치의 그 뻔뻔함이 현 정부와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는 “지도자라면 국민의 75%가 알고 있는 언론사 파업에 대해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 드러난 비리를 조사하자는데 (박 전 위원장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며 “도덕 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대통령 후보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야권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역량이 충분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통합당 의원 수십명이 그를 찾아왔고 1인시위 등을 하고 있지만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19대 국회 개원 조건으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원내 투쟁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통합진보당 얘기를 꺼낼 때는 속이 타는 듯 물 한 모금을 힘겹게 넘겼다. 그는 “총선 전 언론문제에 가장 진보적이었다는 점에서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개인적 친분이 있는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이 단식 농성장을 찾아왔을 때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 그는 책상을 내리치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여당인 새누리당은 뒷짐지고, 낙하산 사장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몇 달씩 언론사 파업이 계속되는 이 나라가 민주주의 사회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도대체 우리 사회가 갈 길을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정치권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안에는 (정치권이) 언론사 파업사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국가의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은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전 잠시 의식이 혼미해져 입원 권유를 받았지만 그는 희망텐트를 떠나지 않고 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만약 이달 안에 파업해결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연대파업은 처음이고 희망텐트는 한 달이 넘었다”고 운을 뗀 뒤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위로했다. 이 싸움은 그래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MBC도, 연합뉴스도, YTN도 꼭 이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두 눈에 끝내 눈물이 고였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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