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1일 목요일

비정규직 해법?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자"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21일자 기사 '비정규직 해법? "비정규직 자체를 없애자"'를 퍼왔습니다.
전태일재단, '비정규직이 말하는 비정규직 해결방안 토론회' 열어

▲ 20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열린 '비정규직이 말하는 비정규직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한 청중이 토론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김동환

"비정규직법 자체를 없애야 합니다."

1895일 동안 비정규직 해고자로 투쟁하며 복직을 위해 숱한 단식을 단행했던 노동자의 결론은 단호하면서도 간결했다. 2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비정규직이 말하는 비정규직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김소연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이같이 말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송경동 시인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법 철폐 외에도 파견법 철폐, 노조법 개정, 전체 노동자의 구분 없는 연대 등이 비정규직 문제 해법으로 논의됐다.

법에 '당해본' 비정규직 노동자들 법 믿지 않아

김소연 집행위원은 금속노조 기륭전자의 전 분회장 출신이다. 그는 이날 토론회 발표를 맡아, 기륭전자의 불법해고 이후 5년이 넘는 시간을 투쟁하며 자신이 얻게 된 결론에 대해 가감 없이 말했다. "되도록 천천히 말하도록 해 보겠다"며 입을 연 그였지만 과거를 떠올리다 보니 감정이 격해졌는지 말이 점점 빨라졌다.

김 집행위원을 흥분하게 만든 감정은 억울함이었다. 그는 특히 노동 관련 법률에 대한 분노를 토로했다. 비정규직 투쟁을 해 본 노동자들이라면 누구나 사회적 형평성과 공정성이 사라진 법 현실에 대해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김 집행위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회사가 불법을 저질러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회사는 처벌을 거의 안 받고 노동자들만 해고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례들이 법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 법 개정에 대한 냉소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그가 비정규직법 개정이 아니라 철폐를 주장하는 이유다.

이와 가까운 사례로는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났던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해고문제가 있다. 올해 2월 대법원에서는 현대차에서 2년 넘게 근무한 파견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결했지만 현대차는 아직도 이와 관련해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권두섭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장도 비슷한 점을 지적했다.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이름 붙여진 법률들이 정작 비정규직 보호와 관련해서는 거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직접적인 고용 책임을 피해가기 위해 교묘하게 활용하는 간접고용, 특수고용 행태 때문이다.

권 법률원장은 "여러 현장에서 여전히 비정규직들에게 차별이 이뤄지고 있지만 법이 있어도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임금 격차도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노동자' 개념과 '사용자' 개념의 확장 필요해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유는 고용 형태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고, 이들이 현실적으로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규직 노조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같은 경우 정규직 노조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정규직 노조 없이는 현대자동차와 교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현대자동차에서 일하고 있지만 교섭이 불가능한 이유는 법적으로 이들의 고용주가 현대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법 2조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법 2조는 '근로자' 개념과 '사용자'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이 개념을 확장하면 현재 노동자들을 외주화시켜 고용책임을 피하고 있는 기업들에 확실하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희망버스'를 기획했던 송경동 시인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동 내부에서부터 차별 없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시인은 "노동운동과 관련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언젠가부터 자신들 이외의 노동운동 세력을 '외부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정한 사회 연대운동을 하려면 서로 '역지사지'의 자세로 끌어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환 (hea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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