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8일 월요일

미선·효순양 추모 조형물 만든 김운성 “소파협정 개정을”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7일자 기사 '미선·효순양 추모 조형물 만든 김운성 “소파협정 개정을”'을 퍼왔습니다.

조각가 김운성씨(48·사진)가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효순양 10주기 추모 조형물인 ‘소녀의 꿈’을 만들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하기 위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비’를 만든 작가이기도 하다.

높이가 240㎝인 ‘소녀의 꿈’은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선교교육원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곳은 임시거처일 뿐이다. 금속 재질인 ‘소녀의 꿈’은 태어나기 전부터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경기 양주의 국도변 사고현장은 유족들이 원치 않아 물 건너갔다. 미선·효순양 사망사건이 기폭제 역할을 한 촛불의 집결지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은 관련 공무원들이 “미군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서울 중구 정동의 성공회대성당에 설치하려던 계획도 막판에 뒤집혔다. 김씨는 “처음에는 신부님이 취지와 의도에 공감했지만 ‘조형물이 생각보다 크고 이를 안 좋게 보는 신도들도 있을 것 같다’며 꺼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처를 다시 대면해야만 하는 유족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역사적 가치를 고려하면 사고현장에 세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사건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면서 “소파협정(한·미주둔군지위협정·한·미SOFA)의 불평등과 불합리를 이 사건만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설치 장소를 정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작업도 난항을 겪었다.

2009년 말 작품 제작 제의를 받고 나서 조형물이 세워질 자리를 마련하기 전까지 김 작가가 그려놓은 아이디어 스케치만 20개가 넘는다. 처음에는 사건 현장에 남겨진 아이의 신발을 형상화하려고 했다.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던 길에 당한 일이니까 생일케이크 모양으로 만들어볼까도 생각했다.

김씨는 “내가 너무 감상적으로만 빠져드는 것 같아 여러 아이디어를 접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문제의 상징성이 잘 부각될 수 있는 모양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녀의 꿈’에는 두 개의 마름모꼴 철제 기둥이 있는데 자유와 평화를 의미하는 꽃잎이 새겨져있다. 꽃잎의 테두리는 10년 전 촛불을 상징하는 불꽃 문양이다. 조형물 안에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미선양과 효순양이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조각상이 들어가 있다. 김씨는 “미국과 관련되기만 하면 분노해야 할 것들도 분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불합리한 소파협정이 빨리 개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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