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7일자 사설 '[사설]일 정치권 소비세 인상, 한국은 말로만 재정 걱정'을 퍼왔습니다.
일본 정치권이 소비세율 인상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당·공명당이 지난 주말 현행 5%인 소비세율을 2014년 4월 8%, 2015년 10월까지 10%로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소비세율 인상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여야의 소비세율 인상 합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데다 여야의 복잡한 정치역학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등 향후 일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이 그동안 치열하게 전개됐던 증세 논쟁을 일단락시키고 합의에 이르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교훈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재정적자 규모나 복지 수준 등을 놓고 한국과 일본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절대 수준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재정악화와 복지지출 증가라는 고민거리를 똑같이 안고 있다. 일본은 재정적자가 1000조엔에 이르고, 국가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200%를 넘는 등 세계에서 재정적자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다. 한국도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적자가 커지고, 국가·공공기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 건전성 문제가 커다란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열악한 복지 수준은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빠른 고령화와 양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가 ‘발등의 불’이다. 일본의 현실을 ‘강 건너 불’로 치부할 일은 아닌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재정 안정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즈음에는 재정악화를 명분으로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공약 점검에 나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재정안정 비전이라고는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2014년에서 1년 앞당기겠다는 것이 전부다. 국가부채나 공공기관부채 축소 계획도 없다. 한 해 32조원에 이르는 기형적인 조세감면을 획기적으로 정리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벌써부터 굵직한 감면제도의 연장 방침을 내놓고 있다. 말로만 재정 안정성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도 다를 것이 없다. 4월 총선에서 여야 정당은 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재원마련 방안은 어물쩍 넘어갔다. 여야 모두 표심 눈치를 보느라 복지지출을 위한 증세의 필요성은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된다. 정부는 조세감면 제도부터 확실하게 정비하고, 정치권은 복지강화만 떠들 것이 아니라 증세 논의를 시작해 복지강화의 진정성과 책임있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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