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2일 토요일

승려가 재정 주무르며 잇단 물의… 판돈도 시줏돈 가능성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1일자 기사 '승려가 재정 주무르며 잇단 물의… 판돈도 시줏돈 가능성'을 퍼왔습니다.
ㆍ유명사찰 주지 등 고위 승려들 연루
 ㆍ불투명 종단 회계 처리가 부패 키워

조계종 승려들의 밤샘 도박사건은 승가사회가 세속사회 못지않게 타락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9일 고발장과 함께 검찰에 제출된 동영상에는 판돈이 수북하게 쌓인 도박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또 술과 담배를 하는 승려들의 모습도 비쳤다.

동영상에 포착된 판돈은 대부분 불교 신자들의 시줏돈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조계종은 신뢰도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찰을 포함해 경내 문화재 보수와 관리, 템플스테이 지원 등의 명목으로 국비와 지방자치단체 예산도 지원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도 피하기 어렵다.

종단에 ‘돈’과 관련된 잡음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도 부산 범어사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앞두고 투표권을 가진 스님들에게 50만~300만원의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찰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는 그간에도 입길에 올라왔다. 일부 절에서는 실제로 쓰는 돈의 일부만 회계에 반영하고 나머지는 주지가 개인적으로 쓰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본사 주지가 말사 주지로부터 임명 대가로 돈을 챙기다 사법처리된 일도 있다.


지난달 23일 전남 장성의 한 호텔에서 스님들이 거액의 판돈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 이 장면은 몰래카메라로 촬영됐다. 성호 스님 제공

근본적으로 스님들이 재정을 담당해 돈을 만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2007년 서울 강남의 최대 사찰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이 100억원에 가까운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수행자는 수행에 전념하고 재정은 재가자에게 맡기자”고 해 화제가 됐던 것도 그런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계종은 “한국 불교의 현실이 스스로의 허물에서 기인함을 자각하자”며 자승 총무원장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를 설치해 개혁 의지를 천명했으나 연이은 파문으로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이번 도박사건의 핵심은 도박의 규모나 현행법 처벌 가능성을 떠나 조계종의 지도자급 스님들마저 출가의 정신을 상실했다는 점에 있다. 밤샘 도박판을 벌였다고 의심받는 8명 중에 조계종의 고위 승려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우발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된다. 서울 유명 사찰의 주지·부주지뿐만 아니라 수행의 모범을 보여야 할 모 사찰의 선원장까지도 도박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찰의 행정을 맡는 사판승은 물론이고, 수행에 전념해야 할 이판승까지 속세의 병증에 물든 셈이다.

이들의 도박이 백양사 고불총림 방장을 지낸 수산당 지종 스님의 49재 전날 발생했다는 점도 문제다. 이들은 밤새워 아침 9시 무렵까지 도박을 하다 1시간 뒤인 10시에 열린 스님의 49재에 참석한 것이다. 이는 불교 수행정신 타락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스님들이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는 등 계율을 어기는 일이 비일비재할 만큼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고 출입기자단을 통해 참회문만을 내놓았다. 아직 사실확인이 정확히 되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지만 미봉책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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