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21일자 기사 '"검찰의 영장청구?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 끝이 보인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이근행 MBC 전 노조위원장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은 20일 언론인들의 공정방송 수호 싸움이 막바지 국면에 돌입했다고 내다봤다.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선 언론인들의 싸움이 마지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을 '물리적으로 제압하겠다'는 생각에 정영하 위원장 등 노조 간부 5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싸움은 이미 우리들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는 길로 향하고 있다."
이근행(47) 전 MBC노조 위원장은 20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5년째 계속되는 언론인들의 공정방송 싸움'과 관련 "종지부가 보인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권이 레임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친박 등 여권마저도 방송장악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검찰은 지난 18일 파업중인 MBC노조 정영하 위원장 등 5명에 대해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21일에는 남부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다. 경우에 따라 노조 간부들이 구속된 상황에서 파업을 벌이는 상황도 올 수 있다. 또 사측은 노조에게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한편 계약직 직원 채용으로 장기화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에 맞서 MBC노조가 줄기차게 싸워 왔고, 이제는 제압을 해야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가 위원장일 때 같은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기각한 사례가 있다. 정치적인 고려가 없다면 낙관적인 결론이 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법인카드 남발, 특정인에 대한 지원 등 김재철 사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해야 할 것이 더 많을 것"이라며 "김재철 사장의 경우 자진사퇴가 아니더라도 비리 때문에 퇴진할 수밖에 없다. 언론 노동자의 입장에서 답답한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1년, MBC에 입사한 이 전 위원장은 그동안 'PD수첩', 'MBC 스페셜' 등에서 맹활약했다. 지난 2003년에는 'PD수첩-너희가 생명수를 아느냐'편에서 다수 언론들이 명예훼손 등을 우려해 꺼렸던 종교단체의 실명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또 2009년, 95.3% 조합원의 지지로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이후에는 '언론악법 반대' 파업, '김재철 사장 퇴진' 파업을 전면에서 이끌어 왔다. 이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했으며 현재는 노종면 전 YTN노조 위원장 등과 함께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를 제작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제 기준으로 노조 후배들뿐만 아니라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선배들까지 나서는 등 99%와 1% 간에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며 "정치권이 피폐한 언론환경을 외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기 때문에 6월 국회에서 (방송장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인 모양새가 갖춰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21일 정영하 위원장 등 MBC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있다. 전임 집행부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이근행 전 위원장은 구속영장실질 심사를 앞둔 현 노조 집행부에게 "낙관적인 결론이 날 것"이라고 격려하는 한편 김재철 사장에게 "검찰이 수사할 것이 많다. 사법처리를 걱정하라"고 경고했다.
"저도 2010년 7월, 39일간 MBC 파업을 주도 한 이유로 신용우 전 사무처장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조합의 노무 거부가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구속은 없으리라고 본다. 사법부는 권력에 종속된 검찰과는 달리 운영상으로 독립적인 기관이다. 정치적인 고려가 없다면 낙관적인 결론이 날 것으로 믿는다.
MBC 파업이 20일로 112일째를 맞고 있다. MBC, KBS, YTN, 연합뉴스까지 전 언론이 싸우게 된 그 밑바탕에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이 있다. 언론인들이 정권의 언론 장악에 맞서 줄기차게 싸워 왔고, 이제는 물리적으로 제압을 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저도 그랬지만 노조 간부들은 희생이나 사법처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인카드 남발, 특정인에 대한 지원 등 김재철 사장에 대해 수사할 것이 많다. 우리측이 감내하는 것 이상으로 김 사장은 사법처리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 MBC노조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5번째 파업을 했다. 올해의 경우 110일이 넘도록 파업을 했는데,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2008년 촛불시위로 이명박 정권이 내몰리더니 2009년부터 노골적으로 언론을 장악했다. 사실상 그 이후엔 '공정보도는 없었다'고 봐도 된다. 지난 2010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39일간 파업을 했지만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보도투쟁 등 현장에서 공정방송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지난 2010년 파업 이후에 정권과 김재철 사장은 조합을 상대로 역공을 했다. 조직을 장악한 사측은 인사권을 발휘해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순차적으로 제거했다고 프로그램에도 개입했다. 그런 과정이 지속됐다.
그러나 친박 체제가 출범하고 레임덕이 오면서 변수가 생겼다. 새누리당 대선 유력주자인 박근혜 위원장은 MB를 끝까지 안고 걸 것인지, 버리고 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MBC의 경우 노조 후배들뿐만 아니라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선배들까지 나서는 등 99%와 1% 간에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5년간 언론을 지키기 위해 싸워 왔는데, 이제 그 싸움이 막바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은 언론을 포함해 전 분야에서 권력 남용을 해왔고, 이제 만천하에 드러날 일만 남았다."
- 총선에서 야권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많은 이들이 '언론사 파업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이 피폐한 언론환경을 외면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민주통합당은 19대 국회 원구성 선결조건으로 공정방송 문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도 친이에서 친박으로 넘어가면서 '방송장악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6월 국회에서 정치적인 모양새가 갖춰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재철, 김인규, 배석규 등 MB 정권에서 편파방송을 이끌었던 사장들은 곧 물러날 것이고 공영방송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나 독립성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사장의 경우 비리까지 있기 때문에 자진사퇴를 하지 않더라도 퇴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답답한 상황이 아니다."
- MBC의 경우 파업 아나운서 복귀, 계약직 채용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파업이 끝나더라도 예전 분위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 지금 남아있는 보직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살기 위해 별 일을 다 했다. 구성원 편가르기의 경우 악랄하게 진행됐다. 싸우는 쪽과 싸우지 않은 쪽이 서로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이 불신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싸움이 끝나고 나면 상처를 치유하는 기간이 상당시간 필요할 것이다. 구성원들이 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으로 자기 가치를 포기하고 김재철 사장에 빌붙어서 입지를 구축해온 사람들에 대한 인적 청산은 불가피하다. 그들은 이미 '왜 내가 청산되어야 하느냐'고 항변할 수 없는만큼 지속적인 악행을 저질러왔다. 단호하게 청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정권이 바뀔 때 수많은 기회주의자들이 양산될 수 있다."
- 현재 해직 상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다수 언론인들이 해직을 당했다. 복직을 준비하고 있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권위주의 체제가 끝난 이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반동집단이 출현했다. 10년간 정권을 빼앗긴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은 정권을 되찾은 이후 언론을 장악했다. 그 상황에서 언론인들이 싸웠다. 15명의 언론인들이 이명박 정권 하에서 해고됐다. 징계자는 200여명에 달한다.
제 복직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탄압국면에서 해직됐기 때문에 책임자를 명확히하는 등 공식화 과정이 필요하다. 국회 차원에서 진상규명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고 그 속에서 복직이 논의돼야 한다. 정권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며 사법적인 단죄도 해야한다. 뒷문으로 복직할 생각은 없다."
- 이 전 위원장은 '언론인들의 싸움이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공정방송 지키기' 한복판에 있던 사람으로서 지난 5년은 어떻게 기록될 것 같은가.
"제가 입사한 이후 22년을 돌아보면 정권 교체시기마다 주기적으로 갈등상황들이 반복돼 왔다. MBC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겪을 수 밖에 없는 과정이었다.
MBC 언론노동자에게 정권을 퇴진시킬 만큼의 힘은 없다. 그러나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압력, 통제에 맞서서 공정방송을 지키는 투쟁을 성실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지난 5년간 언론노동자로 살아가면서 다시는 경험하기 힘들 경험을 했다. 입사 이후 가장 힘든 시기였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살던 간에 힘들지만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정혜규 기자 jh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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