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인 2012-05-11일자 기사 '“종교열 높은 사회는 안전하지 못한 사회”'를 퍼왔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세속적인 나라 덴마크와 스웨덴은 종교적 근본주의 운동으로 탄생한 나라 미국보다 범죄 발생률·인권 수준 등에서 월등히 앞선다. 종교열이 높은 사회는 안전하지 못한 사회다.
심리학자인 제시 베링은 (필로소픽 펴냄, 2012년)에서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라는 가설을 통해,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고유한 종교 본능을 입증하고자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인간은 인간을 ‘몸’ 이상의 존재로 대한다. 인간은 타인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는 서로를 가구나 바위 이상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며, 공격욕·이기심·충동·쾌락과 같은 동물성을 제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타인의 의도와 목적을 추론할 수 있는 마음을 발전시킴으로써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능력을 높였다.
인간은 마음을 발달시킴으로써 공동체 내에서 협력자를 얻고, 경쟁자를 기만할 수 있는 심리적 기술을 터득하게 됐다. 돌도끼를 잘 휘두르는 사람보다 마음을 잘 읽는 사람이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하다는 경험칙은 상대의 눈빛과 신호를 세심히 살피게 만들었다. 마음은 이처럼 인간 대 인간 관계에서 생긴 소통의 산물이다. 그런데 발달된 인간의 마음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연현상에서마저 마음을 발견하고자 했다. 즉 ‘자연현상들을 신의 메시지 혹은 초자연적 메시지’로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5년 서남아시아 일대를 덮친 쓰나미를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일갈했던 어느 목사의 발언을 생각하면 대번에 이해가 된다.

마음의 확장은 자연계의 모든 사물에는 영적(마음)인 것이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어떤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는 애니미즘이나 신에 대한 관념으로 발전했다. 신(종교)은 인간의 마음이 진화하면서 만들어진 부산물인 것이다. 지은이는 이 대목에서 (김영사 펴냄, 2007년)을 쓴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입을 맞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마음의 진화가 만들어낸 부산물의 역할을 놓고 충돌한다. 지은이는 신이 우연히 발견된 것이면서 인류 역사의 장애물에 불과하다는 리처드 도킨스에 반대한다. 지은이는 자연 속에서 초자연적 존재를 지각하게 됨으로써 인간은 허구의 ‘도덕적 감시자’를 얻게 되었고, 인류의 조상은 신이 자신을 항시 지켜본다는 느낌 속에서 ‘비도덕적 행동의 빈도 및 강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경제 평등, 종교에 대한 의존 없애
이 책의 지은이는 진화론자나 창조론자 모두를 만족시키고자 곡예를 부린다. 특히 신은 인류가 생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생겨난 ‘적응적 환상’이라고 써놓고서, 어쩌면 이런 결과마저 “신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도록 인간 뇌의 진화를 설계”했을 수도 있다고 슬그머니 덧붙일 때는, 아예 조롱을 당한 기분이었다. 종교에 대한 지은이의 견해는, 신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이 지적 해방을 선사할지는 모르지만 “유전자적 관점에서 이 환상을 파괴하는 것은 생식적 이익에 전반적으로 해가 된다”라는 쪽이다.
이 신을 수긍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덕적 사회 건설에 필수적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이 책과 같은 달에 출간된 펄 주커먼의 (마음산책 펴냄, 2012년)는 제시 베링은 물론이고 “하느님이 없는 사회는 지상의 지옥이 될 거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입에 담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사회학자인 지은이는 종교가 없으면 사회가 도덕적으로 파멸한다는 널리 알려진 정치적·종교적 선전을 반박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세속적인 두 나라와 가장 종교적인 한 나라를 비교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신 없는 사회>펄 주커먼 지음마음산책 펴냄
지은이가 태어난 미국은 원래 종교적 근본주의 운동에서 탄생한 나라다. 거기에 걸맞게 미국인은 70% 이상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거나 지옥의 존재를 믿는다. 이 나라의 정치가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공공연히 표명하지 않고서는 표를 모으기 힘들다. 반면 덴마크와 스웨덴은 국교가 없는 미국과 달리 루터교를 국교로 삼아온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10~ 20%만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거나 지옥이 있다고 인정한다. 두 나라에서는 공직자가 절대 자신의 종교를 밝혀서는 안 되며, 일반 시민은 종교를 가진 사람을 미쳤거나 타락한 이쯤으로 여긴다. 그런데 가장 종교적인 국가와 세속적인 두 나라가 보여주는 허다한 사회적 지표는 덴마크·스웨덴을 천국으로, 미국을 지옥으로 여기게 만든다. 공무원 청렴도·자선 액수 등에서 두 나라는 가장 좋은 지수를 보였고, 각종 범죄 발생률·인권 수준·폭력 시위 발생 가능성·시민 간의 신뢰 수준 등을 종합한 2007년 세계평화지수 순위에서 두 나라는 3위와 7위를 차지한 반면, 미국은 96위였다.
미국의 보수주의 정치인과 복음주의 설교가들은 한 나라의 종교성과 사회 건전성이 비례한다고 되뇌어왔다. 하지만 의 지은이는 “특정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안전에 확신이 없으면, 종교에 더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많은 사람이 안전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으면, 종교와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한 나라의 종교열이 높은 것은 그 사회가 그만큼 안전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한다. 안정된 주거와 식량, 의료 서비스, 자연재해 등에 취약하고,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이나 공동체의 생존이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종교에 의지하게 된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미국과 다르게 경제 평등과 복지 제도가 잘 구비된 나라다.
종교에 대한 정의는 분분하지만, 종교가 되려면 반드시 ‘초자연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것에서 메시지를 발견하고자 할 때, 그것은 신이 되고 종교가 된다. 그런데 초자연적인 것을 믿고 따르려는 노력은 위험 사회의 특성이며, 안전 사회에서는 초자연적인 것을 불가지의 몫으로 남겨둔다. 지은이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했던 150명의 덴마크와 스웨덴인 가운데는 유령을 보았거나 초자연적 경험을 했던 사람이 없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밀쳐두었지 거기서 신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지은이의 결론은, 인간에게 종교가 선천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늘 위의 눈’이라고 불리는 대타자를 모시고서야 이루어지는 도덕화는 인간의 주체화 가능성을 막고 미숙한 어리광부리를 양산한다. ‘빤스 목사’와 그 추종자들을 보면 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대통령의 말은 진즉부터 농담이었지만, 사법처리 초읽기에 들어간 이상득·최시중은, 한 교회가 주축이 되었다는 이번 정권의 도덕적 파산을 맛보기로 보여준다.
장정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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