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5일 금요일

미쓰비시 등 한국내 자산에 청구가능 독립법인이면 일본서 다시 재판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25일자 기사 '미쓰비시 등 한국내 자산에 청구가능독립법인이면 일본서 다시 재판해야'를 퍼왔습니다.

배상금은 파기 환송심서 결정

대법원이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함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이들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대상으로 국내법에 따라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체불임금과 손해배상금을 받으려면 먼저 고등법원에서 손해배상금 등을 확정해야 한다.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리 판단을 했을 뿐 구체적인 금액은 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의 원심 법원인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에서 체불임금 등을 고려해 배상금을 결정하고,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배상금은 확정된다. 소송을 낸 피해자들은 각자 1억~1억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금액이 확정되면 피해자들은 해당 기업에 배상금 지급을 요구하면 된다. 해당 기업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면 가압류 등의 법적 절차를 밟아 강제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해당 기업의 한국지사 재산 또는 국내 은행 예치금 등이 대상이며, 국내법에 따라 부동산 경매와 예금 추심(대금 지급을 요청하는 절차) 등의 절차를 거쳐 배상금을 받으면 된다.
그런데 국내 지사가 일본의 본사와 전혀 별개로 설립된 ‘독립법인’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독립법인은 회계·결산이 따로 운영되는 전혀 다른 회사로,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는 일본 본사이기 때문에 한국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들은 일본 내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해야 하고, 일본에서 또다른 법적 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윤성식 대법원 공보관은 “일본 법원에서 이미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난 만큼 한국 법원의 판결을 승인해줄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호 경희대 명예교수는 “강제징용 당시 일본인들은 피해자들에게 강제저축을 시켰는데, 이런 미불임금 등을 포함한 돈이 현재 일본 은행에 공탁돼 있는 상태”라며 “수조원 규모에 이르지만 일본 정부는 이 공탁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제동원 피해자 쪽은 판결 집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소송 대리를 맡은 최봉태 변호사는 “이들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리랑 3호 위성 관련 용역을 수주하는 등 한국과 잦은 거래를 하는 일본 기업이 비도덕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배상 책임을 회피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에 있는 한국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본사가 100% 출자한 현지법인으로, 1986년부터 한국 기업의 일본수출용 자재 구매 업무를 하고 있다. 신일본제철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소와 국내 자동차업계에 많은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쪽은 와 한 통화에서 “판결 결과는 전해 들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특별히 언급할 만한 게 없다”고 밝혔다.
일제피해자공제조합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피해자 단체들은 24일 성명에서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과 관련한 줄소송이 예상되지만, 구순에 이른 피해자들은 판결을 기다릴 만큼의 시간이 없다”며 “독일처럼 전범 기업들이 손해배상 기금을 출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황춘화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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