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4일자 기사 '가격 거품 빠지자 버블세븐 지역서 법정 다툼 크게 늘어'를 퍼왔습니다.
ㆍ미분양·재건축·대출 둘러싼 ‘아파트의 역습’
김모씨(34·여)는 2008년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2억원짜리 전셋집을 구한 뒤 남편과 갈등이 생겼다. 남편 명의로 돼 있는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 때문이었다. 이 아파트 때문에 김씨 부부는 금리가 싼 전세자금 대출 대신 일반 대출을 받아야 했다. 매달 내는 이자 차이가 10만원이 넘었다. 사실 용인시 아파트는 명의만 남편으로 돼 있을 뿐 김씨 시부모의 것이었다. 김씨는 남편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용인시 아파트를 팔자”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파트값이 살 때보다 너무 많이 떨어졌으니 다시 오를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자”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값은 다시 오르지 않았다. 이 일로 다툼이 잦아진 김씨 부부는 결국 얼마 전 이혼했다.
아파트값 하락세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2006년 월평균 11만7000여건이던 아파트 거래량이 2007년 5만여건으로 줄어들어니 올 들어서는 4개월간 평균 3만7000건으로 급감했다. 아파트값은 지난달 기준으로 2007년 말에 비해 경기 과천시와 용인시가 각각 17.1%와 14.7% 폭락한 것을 비롯해 과거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졌다.
숨막히는 ‘콘크리트 숲’ 23일 헬기를 타고 내려다본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국민은행 아파트 가격지수를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송파구 아파트의 가격은 2007년 말에 비해 8.3% 떨어졌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오르기만 하던 아파트값의 하락은 국민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정 불화의 출발이 되기도 하고, 법정 다툼의 원인도 되고 있다. 가히 ‘아파트의 역습’이라고 할 만하다.
이모씨(44)는 아파트값 때문에 빨리 헤어지고 싶던 아내와 더 오래 다퉈야 했다. 이씨는 결혼 10년째이던 2006년 부인의 불륜 사실을 알았다. 이혼소송을 제기해 2008년 이혼 판결을 받고 양육권까지 조정했다. 재산은 이씨가 60%, 아내가 40%를 갖는 것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문제가 됐다. 이씨 명의로 돼 있던 용인시 죽전아파트를 법원은 5억원으로 계산해 나누도록 했다. 하지만 이씨는 시세가 떨어졌다며 항소했다. 결국 항소심에서는 아파트값을 4억원으로 보고 나눠갖는 것으로 판결이 나왔다. 그 사이 이들 부부는 원치 않는 다툼을 몇 달 동안 더 벌여야 했다.

재건축아파트 조합원이나 분양자들과 건설사의 다툼도 많다.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아파트값이 원인이다.
김모씨(55)는 2008년 용인시 수지구 신봉지구 아파트를 조합원 자격으로 분양받았다. 김씨는 군인공제회 회원이어서 일반분양가보다 10% 싸게 분양받을 수 있었다. 2010년까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계속되자 군인공제회에서는 일반분양가를 조합원 분양가보다 낮춰 내놨다. 2008년 당시 7억4550만원이던 157㎡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2010년에는 7억190만원이 됐다. 김씨는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자신들도 할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해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서울 강남 아파트 재건축도 시세하락 분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최모씨(56)는 강남구 도곡동에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2008년 재건축이 시작됐다. 최씨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조합원 분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일반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늘었다. 2009년 최씨는 다른 주민들과 함께 입주를 철회하고 대신 청산금을 달라고 했다. 재건축 조합은 “뒤늦게 조합에서 빠지면 설계도 새로 해야 하고, 비용도 오르게 된다”며 거부했다. 소송이 시작됐다.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에도 문제는 아파트 시세였다. 최씨 등은 소송을 제기한 2009년 시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들은 결국 고등법원까지 올라가 얼마씩 양보하는 선에서 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시행사 측에서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분양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바꾸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삼성물산은 2007년 대구광역시에 5개 동 467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초기 분양률이 20%에 불과했다. 결국 2009년 미분양 가구를 임대주택으로 돌렸다. 넓이에 따라 1억3000만~1억5000만원을 내고 2년 동안 살도록 했다. 입주민들은 ”6억원이 넘어야 분양받을 수 있던 아파트가 1억5000만원짜리 전셋집으로 전락했다”며 시위를 벌였다. 삼성물산은 “우리가 사기분양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신용을 훼손했다”며 비상대책위원장 오모씨(48)를 고소했다. 오씨는 예상치 못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고, 2심에서 업무방해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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