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3일 수요일

“검찰, 진보당 머리부터 발끝까지 칼질하겠다는 것”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5-23일자 기사 '“검찰, 진보당 머리부터 발끝까지 칼질하겠다는 것”'을 퍼왔습니다.
당원명부 탈취사태 비판-‘공안정국’ 조성 우려 계속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통합진보당의 당원명부를 확보한 가운데 이른바 ‘공안정국’ 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진보성향 언론과 트위터리안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진성당원제로 운영되는 정당인 만큼 당원명부를 가져간 것은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라는 의미다.

아울러 통합진보당이 자체적인 사태해결노력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왜 검찰이 이 시점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해야만 했느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23일 “정당의 당원명부가 통째로 공권력에 넘어간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통합진보당은 당비를 내는 이에게만 당원 자격을 주는 ‘진성당원제’를 운영하고 있어, 당원명부를 보면 누가 실질적인 정당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겨레)는 “검찰이 맘만 먹으면 서버에 있는 투표정보를 풀어내,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는 당 관계자의 우려를 전하며 “서버에 있는 당원명부에는 당원의 이름과 주민번호, 집전화·휴대전화 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입당과 탈당 시기, 당적 변경 시기, 직업, 집주소, 직장 주소, 인터넷 ID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당비를 납부하는 CMS 계좌번호와, 지금껏 당비를 낸 납부 내역까지도 포괄하고 있다”며 “심지어 특정 당원이 과거 지역위원장 출마를 했는지, 어떤 당직을 맡았는지, 또 어떤 문제를 일으켜 당기위에 제소된 적이 있는지 등 주요 행적과 활동기록이 첨부된 기록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겨레)는 “무엇보다 누계 20만명을 웃도는 당원들의 정보 자체가 검찰에 의해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공권력이 일종의 ‘진보진영 지형도’를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공안기관이 특정 지역 진보적 단체나, 특정 분야의 진보적 활동을 파악하고자 할 때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검찰의 의도에 따라 새로운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진보정당 당원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볼 수 있다. 정당 가입이 불허된 교사, 공무원의 당원 가입 여부가 파악된다”며 “당원의 정치 참여로 사법부 제재 등 불이익이 발생하면 정당 활동이 위축되고 당 기반은 바닥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인터넷판 캡쳐

이날 (경향신문)에 실린 ‘김용민의 그림마당’에는 공안정국을 우려하는 만평이 담겼다. (한겨레)의 만평 ‘한겨레 그림판’에는 선글라스를 쓰고 오토바이를 탄 한 남자가 ‘통합진보당 심장 당원명부’라고 적힌 가방을 가져오는 모습이 실렸다. 

ⓒ 한겨레 인터넷판 캡쳐

하지만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부정경선 목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기 때문에 압수한 증거물을 다른 수사를 위해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자유당-군사독재정권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섬뜩한 느낌”

대검찰청은 22일 발표한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검찰 입장’을 통해 “‘부정경선 의혹’을 해결해야 할 통합진보당은 당내 각 정파의 첨예한 대립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는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넘어 공분을 초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총선 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야권 단일화 관련 여론조작 의혹’, 연일 폭로되는 ‘핵심 인사들의 각종 금품 관련 의혹’ 등으로 인해 통합진보당 사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에 따라 검찰은 ‘비례대표 부정경선’ 등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법원으로부터 통합진보당 중앙당사와 서버 관리업체 등 4개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검은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하여 확보한 서버 및 각종 전산자료 등을 바탕으로‘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에 대하여 그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야권 단일화 관련 여론조작 의혹’ 등을 비롯한 모든 의혹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방침”이라며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행된 폭력행위와 공권력 유린행위’에 대해서는 채증자료를 철저히 분석하여 가담자 전원에 대해 끝까지 색출,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23일자 사설을 통해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어제 발표한 수사 계획이나 배경을 보면 검찰이 이번 기회에 아예 이 당의 존립근거 자체를 파괴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발표를 두고 “비례대표 경선부정이라는 특정 환부를 들여다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인체의 모든 장기와 근육, 실핏줄 등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조리 칼질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진보정당의 지도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자유당 독재정권이나 야당을 척결해야 할 세력으로 여기며 탄압한 군사독재정권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섬뜩한 느낌마저 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신문은 “검찰은 지금이라도 전방위적 공안몰이로 통합진보당의 존립 기반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비례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명백한 불법행위만을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검찰 수사의 정당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총선에서의 야권단일화 여론조사까지 수사대상으로 삼는다면 진보세력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야권연대의 기반을 무너뜨리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검찰 스스로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검찰, 당이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기다렸어야 한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은 ‘비례 경선’이나 ‘중앙위 폭력’ 문제 이외에 ‘야권 단일화 관련 여론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까지 수사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라며 “서울 관악을 경선 여론조사 조작 문제 등은 이미 후보가 사퇴해 일단락된 상태인데 이것까지 보겠다는 건 명백한 검찰권 남용이요, 사실상의 정치개입 선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더구나 야권 단일화 문제를 손대면 통합진보당뿐 아니라 민주통합당에까지 파문이 미칠 수 있다”며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검찰이 굳이 이 대목을 고집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의 의미를 퇴색시켜 보려는 저의가 깔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검찰이 어떤 이유로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강행하고, 야권 단일화 경선까지 수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는지 아직 속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확한 의도는 수사가 진행되는 모양을 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만일 다른 뜻을 품고 일을 벌인 것이라면 엄청난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을 검찰 수뇌부는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을 두고 비판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의사결정 과정에 복수의 정당이 경쟁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각 나라는 헌법에 정당 활동의 자유뿐 아니라 해산조항까지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며 “이렇게 헌법상 특별 지위로 존재하는 정당의 당원 명부 등을 압수한 것은 정당 탄압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특정 정당의 당원인지 여부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한 비밀이 보장돼야 하는 프라이버시이자 정치활동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포괄적인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처사도 신중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이 반국가활동 등 체제 위협적일 경우에는 공권력이 나설 수 있지만, 이번 통합진보당의 경우에는 비례대표 경선이라는 정당 내부 절차에 관한 문제였다”며 “더구나 당내 혁신비대위의 해결방향이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검찰은 당이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기다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선 부정은 민주주의 절차를 부정하는 중대한 문제”라면서도 “정치 영역의 고유성과 자율성을 무시하고 검찰이 전격적으로 개입한 것은 사려깊지 못하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한겨레)는 이들의 말을 전하며 “실제로 통합진보당은 혁신비대위(위원장 강기갑)를 중심으로 경선 부정과 관련해 비례대표 사퇴 시한을 21일로 못박고 거부한 이들에 대한 출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며 “검찰의 주장과 달리 내부 해법이 실행단계에 있었던 셈”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트위터 상에서는 “한 나라의 사법기관에 의한 당원명부 탈취사건을 보는 착잡함..이 정권들어 민주주의는 여러모로 퇴보”(No_la***), “진짜로 걱정이 되네요”(madam***), “당원들이 당할수 있는 피해에 대해 대책을 강구해주길 바란다”(yoji0***) 등의 우려섞인 글들이 올라왔다. 

파워트위터리안 ‘레인메이커’(@mettayoon)는 “검찰이 통합진보당 압수수색하는 정도의 집착을 10.26부정선거와 4.11강남을에 보였더라면 아마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났다는 칭송을 들었을 것”이라며 “검찰개혁은 이제 늦출 수 없는 지상과제가 되었다. 잘못 휘두르는 검은 스스로를 벤다”고 꼬집었다.

이진락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