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6일 수요일

‘침몰하는 진보’에… 스스로 올라탄 남자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5일자 기사 '‘침몰하는 진보’에… 스스로 올라탄 남자'를 퍼왔습니다.
ㆍ‘진보 시즌 2’ 운동 선언

진보적 경제학자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정태인 원장(52·사진)이 지난 13일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가입했다.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 이후 존립 위기를 맞은 진보정당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정 원장은 14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놔두면 진보가 무너지겠다 싶었다. 진보정당의 기반이 남았을 때 혁신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투쟁을 위해 옛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 2008년엔 진보신당에 입당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당을 떠났다. 누리꾼들은 정 원장의 입당을 영화 의 주인공 레트 버틀러가 패색 짙은 남군에 가입한 것과 견주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이후 입당했다. 이유가 있나.

“당 밖의 에너지가 당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진보 시즌 1’을 마감해야 할 때다. 1980년대 운동의 힘으로 끌고 왔지만 한계에 왔다. ‘진보 시즌 2’가 시작돼야 한다.”

- 폭력 사태까지 불러온 통합진보당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나.

“비극이다. 갈 데까지 간 거다. 다수에 의해 결정하는 건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힘이 없다. 자유주의(국민참여당계)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런 경험을 못해봤기 때문이다. 민중민주계열(PD)은 소수화됐다. 민족해방계열(NL), 특히 경기동부와 광주·전남의 독선이 심각해졌다.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믿으니 그런 것이다.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태도다. 힘으로 관철하는 것은 조직이 커지면 유지되지 못하는 행동 양식이다.”

- 진보정당의 근원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진보 시즌 1’에 대한 평가일 수도 있겠다.

“1980년대 운동 계파에 따라 만들어진 정파 구조가 분쟁의 근거가 됐다. 정파 간 토론이 활발해도 합의를 위한 게 아니라 다수결을 전제로 한 것이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투표 집중제다. 오로지 투표에서 이기는 걸 목적으로 한다. 조직 내 양극화만 심해졌다.”

- 그렇다면 ‘진보 시즌 2’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다수결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나쁜 것이다. 되도록 합의하고 안될 때 다수결로 하는 거다. 숫자 대결로 가다보니 젊은이들은 진보정당을 구식, 구닥다리로 받아들인다. 새로운 감수성을 흡수하지 못한 결과다. 대대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 비상대책위가 출범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폐쇄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나라 정당도 이념적 선명성만을 내세워 성공한 사례가 없다. 분열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준엄하다. 통합진보당은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념정당과 혁신적 대중정당은 대립적이지 않다. 앞으로 변화에 걸맞은 대중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 당원 ‘정태인’은 ‘진보 시즌 2’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민주주의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다. 가치와 존중이 우선이다. 젊은이들과 호흡하는 감수성을 배울 것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정당, 젊고 대안을 내놓는 정당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구혜영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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