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대자보 2012-04-13일자 기사 '보수언론 선거 여론조사, 꼼수 부렸네'를 퍼왔습니다.
류정민 (미디어오늘) 기자의 '락 더 보트' 눈길..여론조사 문제 분석
언론사들이 지난 4월 11일 19대 국회의원 총선을 전후에 여론조사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발표한 여론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물론 선거 후 최종 당락으로 보면 비슷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혀 다른 결과도 나타났다. 1~2위 간 오차 범위를 감안해도 1~2위가 바뀌는 황당한 조사 결과도 있었다.
총선 여론조사는 각 지역구에서 선거권이 있는 전체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일정한 표본을 추출해 결과를 예측한다. 전체 유권자 집단의 특성을 모집단(모수치)라고 하고 표본추출을 한 특성을 통계치라고 한다. 모수치(모집단)와 통계치(표본)의 차이를 표집오차라고 한다. 즉 전체 유권자 집단의 여론조사와 표본추출 여론조사는 약간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를 표집오차라고 한다.
예를 들어 1톤의 냄비에 1000개의 스프를 끓이고 1리터 냄비에 스프 1개 끓인다고 가정했을 때, 맛을 느끼기 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스푼을 사용한다. 1톤에 끓인 1000개의 스프나 1리터 끓인 1개의 스프에서 맛을 보려면 똑같은 스푼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단 조건이 있다. 스프가 한쪽에 뭉쳐 있어서는 안 되고, 골고루 잘 섞어 있어야 한다는 동일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모집단의 크기와 표본의 크기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집단이 크다고 해 표본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 마디로 한국의 5000만 유권자나 미국의 2억 5000원 유권자들을 조사할 때 표본을 동일하게 1500명을 추출하면 되는 것이다. 동일한 조건을 충족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럼 여론조사에서 동일한 조건이란 무엇일까. 표본이 모집단으로부터 대표성을 가지려면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모든 요소를 다포함해야 한다. 투표를 할 수 있는 모든 유권자들이 개별 요소로서 표본으로 추출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둘째는 상호 배타적이어야 한다. 표본으로 추출할 수 있는 각각의 유권자들이 각자 달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복이 되면 안 된다. 셋째는 동일한 확률을 가져야 한다. 이는 전체 유권자 개개인들이 표본의 한 요소로서 추출할 수 있는 확률이 똑 같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위 세 가지 조건을 위배했을 때 여론조사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전체 유권자가 50명이다. 이 중 5명을 표본으로 추출할 때 50명이 다 참여해야 한다. 이는 첫 번째 조건인 모든 요소를 다 포함한 의미이다. 50명이 각각 다르다는 것은 상호 배타적이고 중복가능성이 없다. 즉 50명 서로가 다 다르다는 의미이다. 50명 중 5명을 뽑을 때 뽑힐 확률이 동일해야 한다. 바로 여론조사 대표성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역대 선거에도 그랬듯이 지난 4.11총선에서 여론조사의 기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례가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첫째 조건인 모든 유권자를 다 포함했을까. 일부 언론은 아니었다. KT 통신사 가입 집 전화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생활 등의 이유로 KT 집 전화가 없는 유권자들을 배제했다는 의미이다. 최근 집 전화를 없애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인구수가 많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래서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추출된 표본이 동일한 유권자가 중복돼 있으면 상호배타성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세 번째 모든 지역 유권자들이 뽑힌 확률이 동일했느냐의 문제이다. 일반 집전화가 없어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유권자들은 표본으로 뽑힐 확률이 없었다. KT 가입 집 전화 외 다른(SK, LG) 통신사 집 전화번호도 배제했다고 한다면 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 동일하게 뽑힐 확률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여론조사 오류의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 표지 © 인카운터
최근 이런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파악한 책이 출간됐다.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편집국 부국장)가 펴낸 (락樂 더 보트, Rock the Vote)는 정치 여론조사의 허와 실을 실제 역대 선거를 예로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론조사 여론조작이 가능할까. 만약 발각되면 업체 퇴출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지게 돼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통설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꼼수는 조사 주체의 의도에 따라 결과를 합법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여론조사 과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조사방법과 문항 등을 조정해 수치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인들이 여론조사 숫자에 민감할 뿐 여론조사 기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여론조사 기법은 KT 등재 집 전화 여론조사로, 합법적으로 여론조작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KT 집 전화 기법으로 여론조사를 한 (동아일보)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9월 27일 (동아일보) 1면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박원순-나경원 후보 오차범위 접전’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당시 12개 여론조사 기관 모임인 '한국정치조사협회' 결과는 박원순 후보가 상당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동아일보)는 박원순 45.6% 나경원 44%로 1.6%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접전으로 보도했다.
한국정치조사협회와 (동아일보) 조사 결과는 왜 다른 결과를 나타냇을까. 저자는 바로 조사 기법의 차이에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동아일보)가 KT 집 전화 여론조사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교에, 직장인은 직장에 있을 때, 집에 있는 사람은 주부, 노인 등이고, 이들 계층이 나 후보에 관심을 보인 유권자이기 때문에 지지가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나경원 후보 지지율을 좀 더 높게 하려는 (동아일보)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한국 등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들의 보수층과 진보층의 지지율 여론조사는 어떨까. 단연 진보 계층이 높다. 집 전화는 상대적으로 보수 지지층이 높고 휴대전화는 진보 지지층이 높게 나온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나경원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집 전화 기법을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KT 집 전화 여론조사 기법은 현재 외면 받는 추세이다. 대세로 떠 오른 것이 집 전화 + 휴대전화 기법이다. 상대적으로 실제 민심에 가까운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집 전화 비율과 휴대전화 비율을 얼마로 해야 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단점도 있다.” -분문 중에서-
지난 4.11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출구조사가 빗나간 후보들이 많았다. 개별 지역구로 가면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당락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했다. 말만 예측실패이지 당사자 입장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출구조사가 발표되면서 당선자는 잔칫집, 낙선자는 초상집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TV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방송사 출구조사의 문제점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보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더 많은 조사인원과 표본을 활용해 오차를 줄여야 하지만 비용이라는 한계를 무시할 수 없기에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실패했는데 반성하는 언론사는 하나도 없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빙자해 선거에 개입한 일이 가장 심각한 형태이다.
저자는 지난해 10월 2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문화일보) 여론조사는 충격적이었다는 것. 표제 ‘공표 가능한 선거일전 마지막 여론조사’라는 문구와 함께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47.7% 박원순 범야권단일 후보 37.6%를 발표했다.
인터넷포털사이트도 덩달아 마지막 여론조사라는 이유로 이를 부각시켰다. 여론조사 수치는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경향성이 틀린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는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를 넘어 언론의 의도적 개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개별 언론사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접하는 인터넷포털사이트의 형태는 짚고 넘어갈 문제이다. 박원순 후보 승리로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후에도 (문화일보)는 정작 반성하는 기색이 엿보이지 않았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는 언론의 정치 여론조사에 대한 충고를 이어갔다.
“언론의 꼼수가 드러나는 세상이다. 그럴듯한 수치에 가려진 언론의 음흉한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정치여론조사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언론부터 변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정치투표 참여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서 남을 비판해봐야 술자리 푸념에 그칠 뿐이다. 군력의 독선과 오만은 국민의 투표로 바로잡을 수 있다. 군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적인 힘은 실제로 권력을 이길 수 있다. 투표는 그 시작이다. 더 많은 국민들이 투표하는 세상, 투표 의지가 있는 국민이 누구나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세상이 될수록 권력의 오만과 독선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 가장 위험한 것이 정치 무관심이다.”
과거 우리 정치 여론조사는 실제 민심과 거리가 먼 결과를 발표할 때도 있었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빌미로 현실정치에 개입했고, 공신력을 무기로 자신의 입맛대로 여론의 흐름을 바꾸는 꼼수를 부렸다. 지금도 보수신문에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저자가 지적했듯이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인지 모른다.
이 책은 국내 정치 여론조사의 허와 실 그리고 정치선거 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류정민 기자는 (노동일보)에서 근무했고, 현재 (미디어오늘) 정치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진보언론에서만 13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노무현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 출입 기자를 했다. 현재 정치 뉴스 분석과 비평을 주로 담당하며, 특화된 ‘정치 여론조사’ 전문기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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