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4일 토요일

[사설] 고리원전 점검 국제원자력기구에 맡길 수 없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3일자 사설 '[사설] 고리원전 점검 국제원자력기구에 맡길 수 없다'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 여부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특별점검을 맡겨 그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단으로 재가동을 시작하지 않겠으며 점검 결과에 따라서는 원전 폐쇄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한다. 지역주민들도 국제원자력기구 점검을 요구한 바 있어 절차를 신중히 밟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재가동을 위한 명분을 찾으려는 요식행위로 보인다. 그런 편법을 쓰지 말고 고리 1호기는 폐쇄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핵무기 사찰 관련 감시를 주로 하는 곳으로 원전 안전에 대해서는 기대할 게 별로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폐쇄 권고를 한 번도 하지 않을 정도로 해당 국가의 의중을 따랐으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원전 옹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말이 특별점검이지 6월3일부터 10일까지 8명이 방문해 진행한다고 하니 지극히 형식적인 점검이 될 수밖에 없다. 신뢰성도 부족하고 실효성도 없는 점검 결과를 재가동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기장읍 주민들이 국제원자력기구 얘기를 꺼낸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믿지 못해 답답한 나머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런 것이다.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고리 1호기의 즉각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1978년 이래 35년 동안이나 가동된 고리 1호기는 원자로의 핵심인 원자로 용기의 ‘중성자 조사 취화’가 상당히 진행돼 금속이 쉽게 깨질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원자로는 핵분열하는 핵연료봉을 보호하기 위해 두께 20㎝의 강철로 만들어져 있지만 수십년간 고온·고압 상태에서 중성자를 비롯한 방사선에 노출돼 점차 약화돼 간다. 지난 2007년 고리 1호기 안전성 심사 결과 보고서는 원자로 용기에 그런 문제가 있지만 다른 검사 결과에선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됐다며 수명 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고리 1호기에선 지난 2월 외부 전원공급장치인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지 않는 중대사고가 일어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 쪽은 사고 사실조차 조직적으로 은폐했고, 지식경제부는 김종신 한수원 사장을 원전의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문책도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관련자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주민 참여 아래 투명하고 객관적인 안전진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
고리 1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전체 발전량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원전 53기의 가동을 중단한 일본도 수요관리로 해결하고 있다. 인구 밀집지역에서 굳이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불안하게 운영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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