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8일자 기사 '박근혜 한 마디에 오락가락 새누리당'를 퍼왔습니다.
김형태 '선 규명, 후 조치'...하루만에 탈당으로
ⓒ김철수 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박근혜 위원장이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제수 성추행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형태(경북 포항 남구·울릉) 새누리당 당선자가 18일 자진탈당했다.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히려던 김 당선자는 일부 언론에서 '생중계'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담을 느껴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보도자료로 대체했다. 김 당선자는 "본인의 불행한 가정사로 인해 발생한 일로 더 이상 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누를 끼지지 않기 위해 탈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탈당이 아닌 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일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루 만에 뒤집힌 김형태 거취
김형태 당선자의 거취와 관련한 기류는 하루만에 뒤집어졌다. 4.11 총선 전 제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선거가 끝나고 13일에야 입을 연 박 위원장은 각각 성추행과 논문표절 논란이 제기된 김형태, 문대성(부산 사하갑) 당선자에 대해 "우리도 알아보고 있고 사실 여부를 안 후에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비대위원들의 김형태, 문대성 출당 요구에 대해 사실 확인이 먼저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16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도 박 위원장의 태도는 단호했다. 김형태 당선자 등에 대한 제재를 건의하는 얘기가 나오자 "사실이 확인되면 거기에 따라 당이 (결정)할 테니까 더 되풀이 할 필요는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남녀관계까지 가진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성추행을 인정하는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당 밖에선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박 위원장은 '선 규명, 후 조치'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가 연루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대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최 의원은 결백을 주장했으나, '박근혜 비대위'는 첫 회의에서 최 의원에게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어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결국, 최 의원은 등 떠밀려 탈당을 선택했다.
보좌관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는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으며 탈당을 권유하고, 현재 당사자간 진실 다툼이 있다고 해도 성추행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묻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김형태 당선자가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 위원장의 언론특보단장을 맡았던 측근이기 때문에 박 위원장이 제재를 주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논문 표절과 성추행 모두 의원직 사퇴까지 할 만한 중대사안이지만 박 위원장이 '선 규명, 후 조치'의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당내에서도 별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이 이미 하루 이틀이 아니고, 당내에서도 의원직 사퇴까지 할만큼 중대사안이라는 인식이 나온 마당에도 박 위원장이 선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인 만큼 당내에서도 더 이상 별다른 얘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의 출당을 주장했던 이준석 비대위원도 "아무래도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부분이다 보니까 신중한 절차를 밟으려고 하는 것 같다"라며 박 위원장의 결정을 이해하는 쪽으로 누그러졌다. 이상돈 비대위원도 "대학과 경찰 수사가 시작됐으니 그 결과를 바라보면서 확실하게 처리하겠다는 거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위원장의 정적(政敵)이었던 이재오 의원 정도가 트위터에 "깜이 엄마 왈, 노선이 다르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함께 정치를 할 수 있어도, 부패한 전력이 있거나 파렴치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 세워두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나, 어쩐다나, 지도자는 그렇게 하면 우선은 편할지 몰라도 대중으로부터 멀어진다나, 어쩐다나...그참, 무슨 소린지"라며 에둘러 박 위원장을 겨냥했을 뿐이다.
박근혜 위원장에게 쓴소리를 많이 했던 친이계 의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한 친이계 의원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는 것 아니냐. 쫓아내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절차가 있으니 (문제가 되면) 그때 가서 쫓아내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도 "공천은 안 주면 그만이지만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을 처리하는 것은 쇄신과도 별개"라고 말했다.
동료 국회의원의 문제라서 동업자 정신을 발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평소 박 위원장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4.11 총선 결과 새누리당의 절대적 대권주자로 입지를 확고히 다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위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절대적 위상 박근혜 따라 오락가락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을 마침으로 해서 새누리당의 당선자 모두가 다 친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과 함께 쓴소리를 많이 했던 이상돈 비대위원도 "우리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위원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대통령 후보 경선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서기 전에도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 패배가 예상됐던 총선을 역전승으로 이끌면서 박 위원장의 발언권은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됐다. 결국, 김형태 당선자에 대한 처리 문제가 하루 만에 오락가락 한 것도 박 위원장만 바라보는 당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일각의 출당 요구에 대해 선을 그었던 박 위원장은 17일 밤 윤리위 소집 후 출당 검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같은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다. 이날 김형태 제수씨가 공개한 성추행 녹취록에 등장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김형태 당선자의 목소리와 일치한다는 소리공학 전문가의 분석까지 나오자, 더 이상 김 당선자를 감싸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수도권에서 낙선한 한 친이계 의원은 "박근혜 위원장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의 권위를 지키는 일이다. 박 위원장이 선을 그으면 다른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다"라며 "김형태 처리를 두고 박근혜 위원장의 태도에 따라 오락가락한 것은 박근혜 (1인)체제의 맹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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