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4-20일자 사설 '[사설]민주당, 보여준 게 뭐가 있다고 노선 타령인가'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이 노선 싸움에 휩싸였다. 4·11 총선 패배를 놓고 지나친 ‘좌클릭’이 원인인 만큼 중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제대로 된 정책이라도 내놓은 게 있느냐는 반론이 맞부딪치는 등 논전이 확산되고 있다. 야권연대의 득실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세력 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어지간하면 생산적 논쟁이 되도록 박수라도 보내고 싶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체성 흐릿한 민주당의 고질병이 또 도진 것 같아 씁쓸하다.
민주당의 노선 논쟁은 한마디로 공허하다. 대표적 중도 강화론자인 김진표 원내대표는 “왜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실패했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는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였는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를 놓고 민주당이 소수인 진보당에 끌려다닐 것이라든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보수언론들의 진단처럼 막연한 재단과 제 입맛에 맞는 주장이 있을 뿐이다. 총선에서 ‘경제 민주화’로 상징되는 민주당의 개혁 구호는 새누리당에 침식당했고, 각인된 정책이라곤 반값등록금 정도라는 사실은 다 아는 얘기다. 민주당이 정책다운 정책을 얼마나 내놨다고 노선 타령부터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의 패인은 정책 미비와 전략 부재, 공천 잡음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총체적 평가라고 보는 게 옳다. 야권연대만 해도 당초 양당은 정책연대를 위한 협약까지 맺었으나 유명무실화됐다. 의석을 불리기 위한 선거 공학적 전략·전술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책이나 가치 연대를 부각시키는 데 실패한 탓이다. 양당이 선거 막판에 제2차 야권연대까지 동원해가며 의석 확보에 매달린 게 단적인 예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이 “자기 정체성이 반영된 그런 정책들을 야권연대 속에서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크게 하지 못한 게 아닌가 반성하고 있다”고 한 고백은 진보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때아닌 노선 논쟁은 민주당이 진지한 자성과 쇄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다. 좌클릭이 패인이라는 진단은 제대로 된 성찰을 못했다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중도 강화론은 패배 책임을 내탓이 아닌 네탓으로 돌리는 데서 파생된 논리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야당 같았고, 민주당이 여당 같았다는 일각의 선거 관전평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민주당은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를 재단할 만한 행동을 보여준 게 없다. 민주당이 이마저 헤아리지 못한다면 대선은 어떻게 치를지 걱정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