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9일자 기사 '보수매체 또 색깔론 카드 꺼내...이유는?'을 퍼왔습니다.
보수언론들이 또다시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지난 총선에서의 '경기동부' 카드가 소득없이 끝나는 '굴욕'에도 아랑곳않고 통합진보당 지도부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18일 "없어진 줄 알았던 민혁당, 민노당 이어 통진당까지 장악"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통진당의 당권을 차지한 세력은 '경기동부연합'이 아닌 민혁당 잔존 세력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현준 남북청년행동 사무처장의 발언을 인용한 해당 기사의 요지는 '민혁당 잔존세력이 경기동부연합을 활용해 신분 세탁을 한 후 통합진보당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19일 "경기동부 뿌리는 민혁당"이라는 기사를 통해 (동아일보)와 같은 요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보수매체, 근거없는 색깔론 공세 또다시 시작
두 매체는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민혁당 잔존세력'이 장악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기사 어디에서도 그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동아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허 처장의 발언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그는 기사에서처럼 '운동권 세력에 정통한 전문가'라고 보기 힘든 인물이다. 전북대 88학번인 허 처장은 학생운동을 하다 90년대 중반 활동을 그만둔 후 뉴라이트로 전향한 인물이다.
(동아일보)의 보도대로라면 민혁당은 97년 해체됐는데, 허 처장이 당시 이미 '운동권'을 떠났기 때문에 이후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따라서 허 처장의 주장 자체가 근거를 가지기 힘들지만 는 이를 그대로 '받아쓰기'한 셈이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한 술 더 뜬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과거 운동권 관계자들'이 이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사 어디에서도 '과거 운동권 관계자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못했다. (동아일보)와 거의 동일한 내용의 기사임을 볼 때, (조선일보)의 기사도 허 처장의 발언을 근거로 했거나 (동아일보)의 기사를 '베껴쓰기'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한 기사에는 사실을 아예 왜곡한 부분도 눈에 띈다. (동아일보)는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이상규 당선자도 1992년 민혁당 창당 당시 참여해 ‘수도남부지역사업부’를 이끌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도 다르다. 이 당선자는 민혁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당국에 체포되거나 처벌된 사실이 없다. (동아일보) 보도대로라면 수사당국이 임무를 방기했다는 게 된다.
이 때문인지 (조선일보)는 이상규 당선자와 관련해서는 (동아일보)처럼 '드러났다'고 명시하지 않고 '알려졌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다.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노린 보수매체들의 색깔론 공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도 보수매체들은 '종북파가 진보당 휘어잡고 진보당은 민주당 끌고 간다'면서 '경기동부' 논란을 촉발시킨 바 있다.
하지만 "대학 1년 때부터 경기동부연합이 이정희를 찍었고, 남편 심재환 등이 대중 선동 능력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아이돌 스타로 기획”(조선닷컴 2일자)했다고 하다가, "이정희 남편 심재환씨는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사법연수원 시절 이 대표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일보 24일자)고 하는 등 앞뒤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아 '우스갯거리'가 된 바 있다.
색깔론 공격 목표는 '야권연대'...지난 총선과 마찬가지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매체들이 총선이 끝난 지금 다시 색깔론 카드를 꺼내드는 이유를 유추하는 건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단 오는 5월 지도부 선거가 예정돼 있는 통합진보당을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눠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제3당으로 자리하게 된 통합진보당이 단일한 지도부를 구성하기전에 당내 갈등을 증폭시켜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같은 의도는 보수매체가 심상정 당선자의 발언을 확대보도한 후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이 또다시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밝혀라"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와의 갈등으로 몰아가려는데서 잘 드러난다. 이에 심 당선자도 19일 "남북관계에 대한 당내 다양한 입장 차가 있고 그에 대해서는 책임있게 풀 일이지, 이념적 공격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내 발언을 왜곡해 색깔론을 합리화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문제는 진보진영에서는 사상의 자유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논란거리가 되기 힘들다. 따라서 색깔론 공세로 통합진보당 내에서 심각한 갈등이 유발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수매체라고 해서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보수매체가 색깔론을 다시 꺼내든 목적은 통합진보당 내의 갈등 유발보다는 '야권연대'에 대한 공격에 중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은 152석을 얻은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야권연대는 수도권에서 이긴데다 부산경남에서 약진하면서 보수세력은 대선 승리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실제로 야권연대는 득표수에선 12만표나 앞섰고 정당투표에서는 84만표나 앞섰다. 총선 결과를 두고 보수세력내에서는 투표율이 더 올라가는 대선에서는 이대로라면 야권연대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따라서 보수세력의 입장에서는 야권연대의 결렬은 새누리당 '대선 승리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셈이기 때문에, 다시 통합진보당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을 '종북파'로 몰아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럽게 만들려는 것.
지난 총선 당시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매체들은 이른바 '경기동부' 논란 등을 통해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공격하며 야권연대를 흔들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우스운 꼴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야권연대가 지속된다면 보수세력이 대선 승리에 이르는 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시 색깔론 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