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8일자 사설 '
한강 하구의 도로를 달려보면 안다. 우리는 얼마나 복 받은 시민인지를.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슴 한켠엔 체증이 묵직하게 걸린다. 풍경의 화폭 하단을 칼로 길게 긁어 버린 철조망 탓이다. 따라서 시민에게 철조망 제거는 축복의 완성이다. 게다가 철조망은 얼마나 분단의 악몽을 되살리고 자극했던가.
그러나 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한강 하구의 철조망 제거 작업을 보면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철조망은 시민에겐 제약과 통제의 상징이지만, 자연의 친구들에겐 인간의 접근을 막아 천혜의 안식처를 제공하는 울타리였다. 습지보호구역인 장항습지 외의 다른 구역도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 저어새 등의 서식처가 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시민에겐 억압이고 자연의 친구에겐 보호막이었던 이 철조망의 제거를 두고 시민사회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것은 이런 까닭이었다.
한강 하구는 국내에서 가장 큰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이다. 해양생태계와 담수생태계가 어울려 생물 다양성이 그 어느 곳보다 풍부하다. 게다가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인간의 발길을 막고 먹이를 양껏 제공할 수 있었다. 수생생태계는 물론 붉은발말똥게나 고라니 등 육상생태계가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철조망이 제거되면 이런 천혜의 생태계가 어찌 될지 걱정이 앞섰던 건 당연하다.
불행하게도 이제 걱정은 현실이 되고 있다. 엊그제 경기도는 장항습지를 포함해 철조망 제거 구역의 개발 계획을 밝혔다. 포장은 시민을 위한 친환경 둔치라고 하지만, 실은 기존의 한강둔치처럼 자전거도로 등 인공물 중심의 유원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보호구역인 장항습지엔 관찰시설과 전망대 등의 조성에 그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변의 막개발과 사람의 발길로 인한 서식지 파괴를 피할 수 없다. 강 건너 김포 쪽의 개발만으로도 장항습지엔 재두루미가 살 수 없다고 한다. 4대강 파헤치기에 열성적이었던 경기도 지사가 앞장서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인근 지역민이 추동하니 막기도 힘들다. 이미 경기도와 김포시는 그 주변에 영상문화복합도시인 시네폴리스 건설을 추진해왔다.
중앙정부가 개발의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밀물 썰물이 드나드는 습지와 공유수면은 모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퇴적물이 쌓여 땅이 된 지역도 개발을 제한해, 산책로 등 제한적인 탐방시설만 허용해야 한다. 우수한 생태경관 때문에 개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자연의 친구들이 떠난다면 상품성도 사라진다는 것을 정부나 지자체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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