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6일자 기사 '광우병 위험 10만마리 중 1마리만 샘플 검사'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위험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려라? 러시안 룰렛 게임하나
24일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고 밝혔음에도 우리 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중단 조치는커녕 그보다 이전 단계인 검역 중단 조치조차 당장 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미국에서 BSE가 발생했을 때는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했던 말을 뒤집었다는 비난이 거세다.
자국민의 안전과 주권국가로서 검역주권을 놓고 미국과 다투어야 할 농식품부가,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는 이번에 발생한 BSE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며 미국 축산대기업과 미국 정부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어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음은 전국단위종합일간지 4월25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미국 농무부는 24일(현지시각) 성명에서 “캘리포니아주 중부지방 목장에서 사육된 젖소 중 소 해면상뇌증(BSE), 즉 ‘광우병’에 걸린 개체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 정부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 제공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통상 마찰을 예방하기 위해 미국 측에 상세한 자료를 요청했으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반입이 중단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이나 수입 중단을 위해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즉각 ‘검역 또는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며 당장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의 쇠고기 검사비율은 0.1% 미만인데 이런 검사 비율에서 광우병 발생이 확인됐다면 얼마나 많은 소가 광우병에 걸렸는지 알 수 없다”는 우려다.
광우병 광풍 재발?
정부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비판 기능을 두고 ‘혼돈’과 ‘특정 세력의 선동’으로 치환하는 프레임이 또다시 작동됐다. 조선일보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협상에 대한 국민의 주권 주장에 대해 ‘광우병 광풍(狂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최종결론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는 국내에 유통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도 “국민들은 2008년 ‘광우병 광풍(狂風)’의 기억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 2008년 광우병 사태를 언급하며 “막연한 불안은 공포와 혼돈을 불렀다”며 “이번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부터 혼돈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정부가 미국과 맺은 협정은 허술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국민의 합리적인 의심과 주권·건강권 주장에 대해 “일부 세력의 왜곡과 과장”이라며 “‘미국산’이기에 반미 감정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26일자 2면
조선과 중앙 등은 이번에 미국에서 확인된 광우병은 위험이 낮다며 그 이유를 강조하고 나섰다. 우선 이번에 미국에서 확인된 광우병은 “감염성 낮은 ‘비정형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미 농무부의 말을 인용하며, 비정형적 광우병의 경우 유전적 요인 등 개별적 요인으로 발생하며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또 광우병에 걸린 소는 젖소인데 우리나라에서 젖소를 식용으로 수입하지 않고 있고, 미국산 육우(젖소의 수컷)는 한국에 수입되지만 육우는 젖소와 완전히 분리돼 사육되므로 광우병에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농식품부의 설명을 전했다.
이와 함께 “우유나 치즈를 통한 광우병 감염 가능성은 없다”는 전문가 의견과, 감염된 소의 나이가 30개월이 넘었으나 우리나라에는 30개월 초과 소의 수입이 금지돼 있다는 점을 위험이 낮은 근거로 들었다.
▲ 동아일보 26일자 3면
하지만 보수언론은 정부가 2008년 “추가 발병되면 수입을 중단한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①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②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조사하겠다.③검역단을 파견해 현지실사에 참여하겠다. ④학교 및 군대 급식을 중지하겠다.”
2008년 5월 8일 정부가 일간지 광고에서 약속한 내용이다.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 담화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25일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했음에도 즉각적인 검역·수입 중단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보가 부족하고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혼란의 재연’을 걱정한다며 댄 이유는, 수입 중단을 했다가 재개할 경우 미국화 협상도 다시 해야 하고 국회 심의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 중앙일보 26일자 1면
중앙은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지엽적으로는 “검역 중단으로 일단 문을 틀어막고, 국민에게 설명할 시간을 벌 수도 있다”든지, “인력이 달리고 통관이 지체되지만 당분간은 전수 검사라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정부에 충고하고 나섰다. 그만큼 관련 우려와 여론이 비합리적이고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논쟁과 관련해서는 식품 안전의 문제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와 사회적 소통의 문제도 주요하게 얽혀 있다. 수십만 명의 국민이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할 만큼 그토록 불안해하는데도 정부는 당시 국민을 ‘정부 반동 세력’, ‘배후 세력의 선동’이라는 시각으로 진압하고 ‘불통(不通)’의 태도를 내내 취했기 때문이다.
광우병의 원인에 대한 확정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사전 예방 조치로 검역을 중단해 유통 자체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보다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발표가 자세하지 않다면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정부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여전히 큰 상태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건강보다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더 염려하는 정부의 태도는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모습으로 비춰진다.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마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광우병의 위험성과 국민의 불안과 불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보다 큰 것인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 한겨레 26일자 1면
광우병 위험 정말 무시해도 될 수준일까…대중 상대로 러시안 룰렛 게임하는 미국 정부그렇다면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비정형성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으면 사람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을까? 이는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은 사항이다. 인간에게 옮겨지는 종류의 광우병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견해와, 비정형성 광우병도 인체 감염력이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안전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상식에 가까울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30개월 미만 소에서도 나타났던 두 건의 사례가 존재하기도 한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으면 사람도 인간 광우병에 감염될 수 있다. 인간 광우병이 심각한 질병인 이유는 현재까지 이를 치료할 방법이 없으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평균 6개월 만에 사망하기 때문이다. 인간 광우병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96년 영국에서다. 그만큼 인간 광우병은 오래된 질병이 아니며 이와 관련해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은 질병이라는 얘기다. 첫 발견 이후 세계적으로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례는 현재까지 약 200명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변형 프리온이 원인물질로 꼽히고 있으며, 이 물질은 열에 강해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게다가 매우 적은 양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변형 프리온의 경우 0.001g만 소에게 주입해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었을 때 감염될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변형 프리온이 많이 발견되는 소의 내장이나 골수 등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을 먹는 식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또 논란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계 사람들은 인간광우병에 더취약하다는 유전자형(M/M형)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유럽 등보다 더 많다는 견해도 있다. 한겨레가 이를 보도했다.
▲ 한겨레 26일자 2면
만약 이번에 광우병 발병이 확인된 암소가 샘플로 채택되지 않았다면 동물 사료로 유통됐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현재 고위험군 소에 대해 매년 4만마리씩 광우병 샘플 검사를 하고 있는데 10만 마리 중 1마리를 검사하는 비율에 지나지 않는다.
뉴욕의 소비자단체인 ‘뉴요커스’의 과학자 마이클 핸슨도 “(미국)농무부가 대중의 건강을 대상으로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가 이번 광우병 소 발견으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출이다. 은 “일본, 한국과 같은 대규모 미국산 쇠고기 수입 국가가 일시적 중단을 선언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2003년 첫 광우병 발생 이후 쇠고기 수출액이 30억 달러나 줄어들었으며 이를 회복하는 데 8년이 걸렸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 즉각 미국산 쇠고기 유통 중단
▲ 경향신문 26일자 3면
정부보다도 국민의 마음을 먼저 제대로 읽고 발빠르게 대처한 것은 유통업체였다. 이날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롯데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새벽 6시에 기사를 보고 마트 문을 열기 전 미국산 쇠고기를 모두 수거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에서는 “지금까지 수입된 제품은 정상적인 검역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당분간 판매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전 매장에서 철수 조처했으나 저녁 7시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이마트는 “정부의 지침 등을 지켜보며 판매 지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본디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수입쇠고기 추적하겠다던 정부, 거짓말이었나
▲ 경향 2면
정부가 “광우병 등 이상이 있는 쇠고기는 계산대에서 걸러내겠다”면서 2010년 도입한 ‘수입 쇠고기 유통이력관리시스템’이 무용지물인 것으로 지적됐다. 수입 쇠고기의 유통경로를 관리·추적하는 국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2011년 11~12월 ‘수입 농식물 유통관리실태’ 감사 결과 쇠고기 유통이력관리시스템의 매출·매입 내역이 불일치하거나 아예 기록이 누락돼 부실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25일 밝혔다.
박새미 기자 | ps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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