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30일 금요일

[사설]‘도가니 충격’ 장애인 인권 신장 획기적 계기 돼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9자 사설 '‘도가니 충격’ 장애인 인권 신장 획기적 계기 돼야'를 퍼왔습니다.
청각장애 아동시설인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의 상습 성폭행 사건을 담은 영화 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성폭행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형사처벌을 받고 학교 재단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데 대한 국민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경찰은 인화학교 전면 수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교육 당국은 전국 41개 장애아 특수학교 특별점검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한목소리로 관련법 개정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 같은 ‘도가니 현상’을 계기로 복지시설 장애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물론 장애인에 대한 인권 유린을 막을 근원적 해결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2005년 세상에 드러난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처리 결과 때문이다. 교장 등 가해자 10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명뿐이었다. 법원 측은 친고죄인 아동 성폭력 범죄, 피해자와 합의, 공소시효 소멸 등 당시 법과 양형 기준을 따지면 불가피했다고 한다지만, 국민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 큰 분노를 사는 것은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포함해 가해자 5명이 버젓이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용기를 내 성폭력 실태를 고발한 교사만 해임됐을 뿐이다. 재단 이사진이 친인척과 지인으로 구성된 족벌 경영 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건 재수사와 인화학교 폐쇄,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등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치권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 형 감경 금지 등을 담은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회복지재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진에 공익이사 선임을 의무화하고 위법 행위자는 강제 퇴출시키도록 하는 ‘도가니법’(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법안이 처음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인화학교 사건이 폭로된 뒤 2007년 정부가 복지사업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한나라당과 종교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성폭력 범죄 처벌 특별법 개정안은 2009년 발의됐으나 논의 부족을 이유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관련 당국과 정치권은 뼈저린 반성과 함께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복지시설 장애 아동을 성폭력으로부터 지키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감독기관이 평소 철저한 관리와 감시로 문제의 소지를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가니 충격’은 장애인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크나큰 경종을 울렸다. 우리 사회가 모든 장애인의 보호자로서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껴안게 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결코 반짝 관심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그 많던 모래, 어디로 갔을까?


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1-09-30자 기사 '그 많던 모래, 어디로 갔을까?'를 퍼왔습니다.

다큐멘터리사진가. 이미지프레시안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사람들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삶의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뛰어 들지만, 기실 홀로 오지를 떠도는 일을 좋아한다. <흐르는 강물 처럼>, <레닌이 있는 풍경>,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사진가로 사는 법> 등을 쓰고 <중국 1997~2006>, <이상한 숲, DMZ> 등을 전시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inpho 를 운영한다


모래도 증발할까? 섬전암이라는 것이 있다. 낙뢰가 모래에 떨어지면 고압의 전기가 엄청난 열로 전화해 모래를 녹여 만든 유리 암석이다. 수집가들에게 꽤 고가에 판매된다고 하니 흔한 것은 아니다. 결국 모래는 증발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모래가 증발한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국토부의 ‘농경지 리모델링 준설토 부족 반입에 대한 조치계획’이라는 문건에서는 금강 3개 지구와 낙동강 19개 지구에서 농경지 리모델링에 사용할 준설토 반출량과 반입량이 280만1000㎥의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이는 준설토 10㎥를 실을 수 있는 15t 덤프트럭 28만대 분량”이라며 “수사를 의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모래가 증발한 것이다. (사진 경북 상주 낙동강)

전부터 4대강 공사 지역을 다니면서 한국사회 대형프로젝트 후유증 중 하나인 빼돌리기가 있다면 ‘모래’일 것이라 생각했다. 건축업하시는 분 다 이시겠지만 모래 중에서도 ‘강사’가 가장 귀하다. 건축자재로 으뜸이라는 것이다. 그런 모래가 흙과 뻘이 혼합된 준설토에 함부로 섞일 수 있는가? 준설 때부터 모래는 따로 적치했다. 농지 매립에 사용되는 것은 준설 된 흙과 뻘이고 건축용 모래는 애초부터 돈이 되는 물건이었다. 모래는 증발한 것인가? 빼돌린 것인가? 권도엽 장관은 “골재 반입량 차이는 반입된 뒤 다지는 과정에서 물빠짐 등 변형 때문”이라 했다. 그 말대로라면 28만대 분량의 물이 빠져나간 것이다. 과학적 근거 있나? (사진 위 충남 공주 금강, 아래 경북 창녕 낙동강변)

영산강에서 퍼 올린 모래는 나주시가 멋대로 관변단체에게 기증하고, 상주는 시가의 1/10정도인 ㎥ 당 1300원에 팔았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인심은 참으로 후해 3000원을 넘어가는 지자체가 없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낙동강사업 초창기부터 준설토 선별처리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4대강추진본부가 공기 등을 이유로 선별처리 없이 매각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세척시설을 갖추고 공간을 확보하려면 시간, 공간, 예산 등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공사의 빠른 진척을 위해 정부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말뜻은 준설토가 모래와 흙이 섞여있는데 선별할 시간이 없어 헐값에 넘겼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헐값에 받은 놈은 노난 것이다. 아니면 함께 노났던지. (사진 위 충남 부여 금강, 아래 경북 상주 낙동강변)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 골재 8억㎥을 준설해 판매한 8조 원으로 “국민 세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토해양부도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준설토 판매 수익으로 전체 사업비의 20~30%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준설토 판매 수익금이 3171억 원이며, 그 중 909억 원을 국고로 환수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준설 공정이 대부분 마무리된 현재까지 지자체의 준설토 판매 대금은 1892억 원에 불과하다. 특히 생산 비용을 제외한 수익금이 100억 원 이상 발생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어, 국고로 환수된 수익금도 0원이다. 김진애 의원은 “경남 창녕군에서 두 명의 전직 군수가 골재채취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아 구속되는 등 골재사업은 이미 비리와 특혜의 복마전이 되었다”며 “대구·경북지역 지자체들이 준설토를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또 다른 ‘준설토 게이트’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 위 충남 연기 금강, 아래 경북 상주 낙동강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모래강은 내성천이다. 내성천의 물줄기 보다 몇 배 큰 유역이 모래로 덮여 있다. 금모래 은모래라 이름 되는 그 내성천 모래다. 수만년 동안 물을 정화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노릇을 해왔지만 영주댐으로 수몰된다. 아마도 영주댐이 물을 가두기 시작하면 이 모래들을 모조리 퍼낼 것이다. 그리고는 소리 소문 없이 누구네 건물을 짓는 특급 건축자재가 될 것이다. 이 얼마나 어리숙한 나라인가? 이 얼마나 멍청한 국민인가? 내 땅 누대로 물려줘야 할 국토가 이렇게 유린 당하고 전유 당하는데도 분노하는 이 없다. 모래는 증발하지 않는다. 강에서 퍼 올린 모래를 몰래 팔아먹고 사들여 제집 짓는데 사용한 죄과는 끝까지 물어야 한다. (사진 경북 영주 금광리 내성천 지류)

[사설] 외교부가 외교문서 존재조차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9자 사설 '외교부가 외교문서 존재조차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를 퍼왔습니다.
미국의 전문직 비자 쿼터와 관련해 한·미 정부 대표가 교환한 외교서한을 놓고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자중지란에 빠졌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2007년 6월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때 미국 국무부 고위관계자와 교환한 2건의 외교서한을 엊그제 행정소송 재판에서 공개했다. 미국이 한국에 전문직 비자 쿼터가 따로 배정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런 중요한 외교서한이 공개됐는데도 통상교섭본부는 서한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한다. 협정문 한글 번역 오류 사태에 이어 통상교섭본부의 무책임한 자세와 무능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다.
미국의 전문직 비자 쿼터 배정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나라에 주는 일종의 혜택이다. 우리 정부가 2007년 6월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추가협상을 하면서 겨우 얻어낸 성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협상 타결 뒤 김현종 본부장은 물론이고, 당시 협상 수석대표였던 김종훈 현 통상교섭본부장도 쿼터 확보 가능성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 정부의 약속이 이행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통상교섭본부는 “전문직 비자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어떤 공식적 약속도 받은 바 없다”고 다른 말을 해왔다. 하지만 김현종 전 본부장이 지난해 12월 펴낸 에서 외교서한이 교환된 사실을 거듭 밝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이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내 결국 법정에서 드러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제 통상교섭본부는 “김현종 당시 본부장이 외교서한을 미국 쪽에서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본부는 지난 4년간 그 존재를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중대 외교문서를 김 전 본부장이 본부에 공식 접수시키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통상교섭본부가 이를 알고도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유무역협정은 서로 요구 사항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주고받기를 하면서 타결된다. 그런데 전문직 비자 쿼터와 관련한 통상교섭본부의 해명은 서로 주고받은 중요한 약속 가운데 하나를 빠뜨린 채 협정문에 정부 대표가 서명을 하고,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비준동의안 심의에 들어간 국회가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사설] 미군 범죄 부추기는 불평등조약 개정 서둘러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9자 사설 '미군 범죄 부추기는 불평등조약 개정 서둘러야'를 퍼왔습니다.
1995년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병사들이 현지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오키나와가 발칵 뒤집히고 일본 여론이 들끓었다. 미국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죄했지만 이후 오키나와 정서는 미군기지 반대로 완전히 돌아섰다. 후텐마 미 해병대 기지 이전문제 갈등의 뿌리도 그 사건과 닿아 있다. 세계가 주목한 그런 미군 강력범죄가 이 땅에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법당국은 미군 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기는커녕 수사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부당한 현실은 지난 24일 동두천 미군 10대 소녀 성폭행 사건을 통해서도 재확인됐다. 경찰은 범행 사실과 범인을 확인했음에도 당사자의 자진 출석을 미군 당국을 통해 요청했다. 출두한 미군은 범행 사실을 시인하고도 자신의 부대로 돌아갔고,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불구속 의견을 냈다. 그가 한국인이었다면 당장 구속 수감됐을 사건이다.
주한미군 범죄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당하지 않는 한 우리 경찰이 마음대로 구속 수사할 수 없다. 강력범죄에 한정해서 현행범이 아니어도 미군을 구속할 수 있지만 미군 쪽이 동의해야 한다. 미군은 응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충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일 뿐이다. 거꾸로 미군 당국이 피의자를 자체 구금하겠다고 주장하면 우리 당국은 이를 ‘호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001년에 개정된 현행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22조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 이번 성폭행 사건 담당 경찰이 검찰에 불구속 의견을 낸 것도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다. 해보나 마나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 본 것이다.
유사 사건들, 심지어 60대 성폭행 같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흉포한 사건들이 이 어이없는 협정 때문에 왜곡 처리되고 있다. 그것이 다시 범죄를 부추긴다. 최근 주한미군 수는 3만8000여명에서 2009년 2만6000여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미군 범죄는 2004년 298건 324명에서 2010년 316건 380명으로 늘었다. 병력 감소를 고려하면 75%나 는 셈이다.
미국은 재빨리 진화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그들의 ‘유감’ ‘사과’와 ‘협조’ 약속으로 이런 고질병이 치유될 리 없다. 숱한 전례들이 그걸 말해준다. 또다시 적당히 얼버무릴 작정이 아니라면 하루빨리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사설] 인천공항 편법 매각 안 된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9자 사설 '인천공항 편법 매각 안 된다'를 퍼왔습니다.
인천공항공사가 신주 발행 형태의 편법 매각 방안을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장제원 의원이 공개한 인천공항공사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작당 모의하듯 이런 계획을 세우고 매각 주간사들과 함께 지분매각 협의체 운영회의까지 열었다고 한다. 어제 국회의 인천공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집중 성토를 한 것은 당연하다.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정례적으로 하는 실무적인 회의 중 하나여서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알았다면 법을 무시하고 월권을 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하고, 몰랐다면 사장 자격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분매각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 관련법의 개정논의가 지지부진하자 편법으로 이런 수를 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어 자체적으로 지분매각을 추진할 권한이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뒤에서 편법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정황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부 유출과 특혜 시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인천공항 지분 매각에 열을 올리는 속셈은 뻔하다. 관련법이 상임위에 계류중인데도 기획재정부는 새해 예산안에 인천공항 매각 대금으로 무려 4000억원을 잡아놓았다. 국토해양부는 앞서 인천공항 지분 15%에 해당하는 매각 대금 수천억원을 도로 포장 예산에 미리 배정했다. 4대강 등에 재정을 쏟아붓고는 알짜 공기업 지분을 팔아서 주머닛돈 쌈짓돈으로 벌충하려고 안달이 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인천공항 확장공사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는데 인천공항의 이익금과 차입금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어 설득력이 약하다. 공항 서비스가 세계적 수준이지만 효율성이 떨어지고 취항사와 환승률은 세계 주요 공항에 비해 여전히 미흡해, 지분매각을 통해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도입해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논리 또한 궁색하다.
인천공항은 해마다 수천억원의 흑자를 내는 알짜 공기업으로 6년 연속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될 정도로 경영실적과 서비스가 좋다. 민영화하면 공공성은 뒷전이고 수익성이 우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분 매각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정치적 논란을 무릅쓰고 굳이 지금 시점에서 우량 공기업 매각을 추진할 이유는 없다.

뉴라이트, '자유 민주주의' 용어 집착 왜?


이글은 미디어 오늘 2011-09-28 기사 ' 뉴라이트, '자유 민주주의' 용어 집착 왜?'를 퍼왔습니다.
[기고]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이 결성한 한국현대사학회의 활약이 눈부시다. 한국현대사학회는 '2009 개정 역사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모두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것도 모자라 '식민지 근대화론'도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 학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이 유엔의 도움으로 세워졌다는 내용을 반영하자고 했다고 한다.

기실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학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현대사학회 전에 식민지 근대화론에 터잡고, 5.16군사정변을 혁명이라 칭했던 교과서포럼이 있었다. 교과서포럼은 역사투쟁의 일환으로 역사교과서를 만들었는데, 교과서의 이름이 대안교과서였다. 교과서 포럼과 한국현대사학회는 사상적 배경이나 주요 구성인물, 주장 등이 거의 동일해 샴쌍둥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뉴라이트 진영의 이론적 교사라 할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이영훈 서울대 교수, 박효종 서울대 교수, 이인호 서울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 등이 교과서 포럼과 한국현대사학회에 모두 포진하고 있는 걸 봐도 두 단체의 사상적 근친성이 확인된다.

경제성장과 반공이라는 관점으로 본 조화로운 대한민국 역사

한국현대사학회의 교과서 개정 운동은 몇 개의 코드로 포착할 수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열광적인 애호는 근대성 및 경제성장에 대한 맹신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반공(反共)이라는 가치의 절대성을,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48년 건국을 강조하는 행위는 이승만 체제의 규정력과 우월성을 각각 의미한다.


조선일보 9월21일자 8면.
한국현대사학회의 해석에 따르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계기적 사태는 일제의 식민통치와 이승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기초한 건국이다. 일제의 식민통치는 근대적 제도와 인프라를 조선에 이식, 착근함으로써 야만과 전근대에 머물던 조선에 탈아입구(脫亞入歐)와 근대화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이는 곧 본격적인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의 시발이 되었기 때문이며, 이승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기초한 건국은 반공과 친미, 세계시장과의 결합을 국가지도이념으로 채택한 까닭이다.
한국현대사학회를 위시한 뉴라이트 진영의 눈을 빌어 한국현대사를 바라보면 한국현대사는 근대화 및 산업화로 상징되는 경제성장과 반공을 중핵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두 축으로 해서 쉼없이 발전해 온 역사이다. 일제의 식민지배나 이승만의 제왕적 통치, 박정희가 저지른 2번의 쿠데타(5.16군사정변과 10월 유신)와 유사파시즘적 통치 등은 흠이 없지는 않았지만, 경제성장과 자유민주주의를 부단히 신장하고 확산시킨 탓에 강한 긍정의 대상이 된다.
일제의 조선반도 강제병탄 및 일제하 식민통치의 혹독함도, 이승만이 저지른 성급한 단독정부 수립 및 그 결정에 상당부분 기인한 분단과 전쟁, 그 과정에서 벌어진 숱한 인권유린과 민간인 학살, 독재와 민주주의 유린도, 박정희가 자행한 헌정중단행위와 극단적인 인권억압 및 민주주의 말살도 경제성장과 반공이라는 이름의 뉴라이트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불가피했거나 대의(?)에 수반(隨伴)되는 현상일 따름이다.
한국현대사학회를 포함한 뉴라이트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이처럼 조화롭고 아름답고 일관되다. 일제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임과 역할에 충실했으며, 암(暗)보다는 명(明)이 비교할 수 없이 큰 존재들이다. 반공을 핵심가치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돌진적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한 박정희의 생물학적 딸이며, 정신의 적장자이기도 한 박근혜는 뉴라이트 역사관에 의해 당당히 대한민국 역사의 한복판으로 진입하게 된다. 박정희가 뉴라이트 역사관에 의해 완벽히 복권됨에 따라 역사적 정당성은 박근혜에게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탈바꿈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
뉴라이트 학자들이 구성한 한국현대사학회의 한국현대사 인식이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성장과 물질적인 풍요를 인간의 존엄성 보다 우위에 놓는다는 점이다. 우리 민족의 주체적 역량에 대한 폄훼(貶毁)도 이들이 저지르는 대표적 오류 가운데 하나다. 뉴라이트 지식인들은 '우리 힘으로는 근대화도, 경제성장도, 자유민주주의도 불가능했다, 일제가, 미국이, 이승만이, 박정희가 경제성장과 자유민주주의를 가능케했다'고 굳게 믿으며 우리 민족의 주체적 역량 더 나아가 인간이 지닌 주체성을 불신한다.
또한 우승열패의 신화가 이들의 신앙이며, 물질적 풍요만이 이들이 사는 이유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심화시키기 위해서 경제성장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를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은 언제라도 유보될 수 있다는 것이 뉴라이트 지식인들의 생각이다.
진실로 우려되는 것은 뉴라이트의 역사관이 한국사회의 주류에 해당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의식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우승열패의 원리와 물질적 풍요를 종교로 삼고 살아간다. 반공이라는 악성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도 제법 된다. 공동체의 장기지속을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인 정의, 공정, 박애, 연대, 평화 같은 가치들은 교과서 안에서 화석이 된 지 오래다. 공동체의 통합과 지속을 위해서 필요한 덕목들은 개인 삶의 고양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바로 지금 국민들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뉴라이트 역사관과의 결연한 이론투쟁이 절실히 요청된다. 역사를 보는 눈이 현재와 미래를 규정짓기 때문이다. 우승열패의 신화와 물신숭배를 사상적 배면에 깔고 반공을 핵심가치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제일주의를 역사의 동력으로 삼는 뉴라이트 역사관은 이미 파산선고를 맞았다. 뉴라이트 역사관을 따라 걸어온 대한민국의 현실이 가장 강력한 증거다. 

정의, 공정, 박애, 연대, 평화라는 가치가 결핍된 대한민국은 박정희식 경제발전이 남긴 후유증에 신음하고 있다. 뉴라이트 역사관의 실증적 귀결은 공동체의 해체와 개인 삶의 피폐일 따름이다. 뉴라이트 역사관이 관철된 역사 속에는 인간적 존엄도, 주체성도, 지속가능한 경제발전도 없다.

2011년 9월 29일 목요일

대숲 바람... 혼을 쏙 빼놓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09-28일자 기사 '대숲 바람... 혼을 쏙 빼놓네'를 퍼왔습니다.
[여행] 거제 제일브랜드를 꿈꾸는 하청 '거제맹종죽테마파크'


▲ 담쟁이넝쿨 담쟁이넝쿨이 가을에 물들었다. 대나무를 칭칭 올라가며 공존하는 모습이다. ⓒ 정도길대나무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 하나가 사군자 중 하나라는 것. 또 하나는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하는 시의 한 구절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하나는 왜 속을 비우고도 그렇게 잘 자랄까 하는 것. 인터넷 백과사전에도 이런 의문은 줄을 잇는다. 뜬금없이 왜 대나무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 대숲길 거제맹종죽테마파크에 있는 대숲 길. 아늑하고 걷기에 아주 편하다. ⓒ 정도길
우리나라에서 대나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데가 죽제품으로 유명한 담양이 아닐까? 그런데 경남 거제에도 대나무 숲을 조성하여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해서 25일 이곳을 찾았다. 거가대교를 건너 장목 IC에서 5.7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하청면 '숨소슬'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제맹종죽테마파크'. 이곳 하청은 거제에서도 대나무 숲으로도 유명한 곳.

진한 푸른색이 가득한 울창한 대숲에 다다르자 푹신한 길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때맞춰 부는 바람에 잎사귀가 춤을 춘다. 대숲 바람에 춤추는 잎사귀는 여행자의 혼을 빼 놓는다. 맑은 날씨인데도 저 깊은 대숲은 어두침침할 정도다. 그만큼 대나무가 빽빽이 서 있다는 것. 평평한 길을 지나 약간 언덕길로 접어들자 중간 중간 쉼터도 있다. 분위기에 맞게 대나무로 만든 의자다.

▲ 대나무 거제 대나무 숲 공원 ⓒ 정도길

잠시 쉬는 동안 대숲을 바라보니,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하는 시, 가 생각난다. 고산 윤선도가 56세 때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할 무렵에 지은 산중신곡(山中新曲)의 한 소절. 이 시는 자연 중에서 물(水), 돌(石), 소나무(松), 대나무(竹) 그리고 달(月)을 다섯 벗으로 삼아 자신의 자연애를 표현한 시조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키며 속은 어이 비어있는고
저렇고도 사철에 푸르니 나는 그를 좋아하노라

원문을 찾아보니 이렇다.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는다
뎌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햐 하노라

▲ 대숲 길 대숲 길 ⓒ 정도길발길을 옮겨 대숲을 따라 걷는다. 쭉쭉 뻗은 대나무와 달리 어떤 대나무는 허리가 굽어 있다. 마디도 여느 대나무와는 달리 간격이 좁다. 품종이 다른 것일까. 담쟁이 넝쿨이 대나무 허리를 감은 채 끝까지 오를 기세다. 생장을 멈추고 결실의 계절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노랗게 물이 들었다. 들국화의 한 종류로 보이는 야생화가 곱게 펴 있다. 대나무와 국화, 4군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가을에 잘 어울려 보인다.

▲ 야생화 거제맹종죽테마파크에 핀 야생화. 가을을 한층 느끼게 해 준다. ⓒ 정도길

대나무는 왜 속을 비우고 자랄까? 대나무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 때문에 줄기의 벽을 이루는 조직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지만, 속을 이루는 조직은 세포분열이 느리게 일어난다. 그래서 겉과 속이 다른 성장 속도로 속이 비게 된다는 것.

속을 비우면 그 만큼 힘도 강해지는 법. 대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휘어질지언정, 결코 부러지는 법이 없다. 공사장에 비계용으로 쓰는 쇠 파이프도 대나무 속이 빈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 사람도 대나무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걷다보니 산 중턱까지 올라왔다. 높은 곳 대나무 숲에도 가을바람에 대숲이 소리 내며 울음을 울어댄다. 대 잎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청만은 호수와 닮은 그림 같은 평화로운 풍경이다. 여기가 아니면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 하청만 거제 맹종죽테마파크에서 바라본 하청만. 호수와도 같은 바다다. ⓒ 정도길

이곳 대숲 길은 여유로움을 가지고 뭔가 생각을 하게끔 해 준다. 인간은 자연에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지조와 절개의 상징인 대나무는 예부터 선비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다. 사계절 그 어느 때를 보더라도 그렇다.

봄철 죽순은 새로운 힘을 상징하고, 여름철 푸름은 더위를 잊게 하는 시원함 그 자체. 가을바람에 잎사귀 끼리 부딪치는 대숲바람은 꿈과 낭만을 노래하고, 푸른 잎사귀에 내린 겨울눈은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절개를 상징한다. 유난히 대나무를 좋아하는 나, 그래서 나를 상징하는 닉네임도 오죽하면 죽풍(竹風)이라 지었을까.

▲ 댓잎 가을하늘을 덮은 댓잎 ⓒ 정도길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행. 먹고, 마시고, 즐기며 노는 것도 좋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라는 생각이다. 여행지에서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휴식하러 왔는지, 고민하러 왔는지 해서는 아니 되겠지.

하지만, 이런 대숲 길에서 천천히 걸으며 사색에 잠기는 여행이야말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아닐까. 더 나아가 삶의 지혜를 배우는 뜻 깊은 여행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물질만능주의 사고를 쫓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런 곳에서의 가족여행은 커다란 깨우침으로 돌아오리라는 생각이다.

▲ 거제맹종죽테마파크 거제맹종죽테마파크 입구 ⓒ 정도길

앞으로 이 공원은 여행자들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총 면적 10만 2154㎡의 우거진 대나무 숲을 조성하고, 걷기 편한 숲길을 조성한다는 것. 천연의 맹종죽을 활용한 캐릭터와 이미 개발한 댓잎차, 댓잎환을 비롯하여, 장아찌, 일품메뉴, 즉석메뉴 등 식가공품도 개발 중이란다. 통합브랜드는 '숨소슬'로 지었으며, 품질확립을 위한 지리적 표시제 등록도 마친 상태.

▲ 대숲 길 걷기에 아주 편한 거제맹종죽테마파크 대숲 길 ⓒ 정도길

명품이나 브랜드는 하루아침이나, 일이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공요인에는 반드시 특별한 그 무엇이 있기 마련. 거제에 하청 맹종죽이 들어온 것은 소남 신용우 선생이 1927년 일본에 갔다 오면서 3그루의 맹종죽을 가져와 심었던 것이 최초.

1980년대까지 높은 가격으로 일본으로 수출돼 효자노릇을 했으나, 이후 중국산에 밀리면서 한 때 주춤했던 것. 다시 재도약을 꿈꾸는 죽순의 본고장, 이곳 하청 '거제맹종죽테마파크' 공원. 거제 제일의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의 여행자를 불러들일지 관심 있게 지켜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으며, 거제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 뉴스앤거제, 거제in에도 싣습니다.

낙화암에 삼천궁녀는 없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09-28일자 기사 '낙화암에 삼천궁녀는 없었다'를 퍼왔습니다.
[여행] 1500년 전 백제의 시간을 걷다, 부소산성

햇살이 뜨거웠던 지난 8월 20일,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부소산으로 갔습니다. 백마강을 옆구리에 끼고 부여 시내를 부드럽게 내려다보는 산이 부소산입니다. 그곳에는 옛 가락에 늘 빠지지 않는 삼천궁녀의 낙화암도 있습니다. 학창시절 경주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수학여행 코스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예전의 기억은 간 데 없고 다만 주차장만 낯에 익었습니다.

▲ 부소산성 ⓒ 김종길

매표소를 지나니 숲길이 이어집니다. 돌로 바닥을 깔았는데 걷기가 영 불편합니다. 그래서 숲으로 난 길을 걸었습니다. 안내판이 나왔습니다. 길은 두 갈래, 어떤 길로 가도 낙화암과 고란사에 이를 수 있습니다.

여행자는 오른쪽 비탈길을 택했습니다. 낙화암만 곧장 다녀올 거면 왼쪽 길이 빠르지만 그냥 느긋하게 걷기로 마음을 먹은 바에야 그 옛날 백제의 흔적을 구석구석 느끼고 싶었습니다. 삼충사에서 옛 성의 흔적을 따라 반월루와 사자루를 거쳐 낙화암과 고란사에 이르는 길이었습니다. 전체 4km정도로 2시간 남짓 걸리더군요.

▲ 삼충사 ⓒ 김종길

삼충사에 제일 먼저 들렀습니다. 백제의 충신이었던 성충, 홍수, 계백을 기리기 위해 지은 사당입니다. 1400년 전 그들의 충심이 사당 옆 붉은 배롱꽃에 서려 있는 듯합니다. 숲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사당은 그 단정함으로 엄숙하기 그지없습니다.

삼충사 옆을 돌아 숲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길은 옛 부소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토성의 흔적이지요. 울창한 솔숲에 토성의 흔적이 가려질 법도 하지만 옛 흔적은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해설사가 아니었다면 이 호젓한 길을 모르고 누구나 가는 무미한 길로 갔을 것입니다.

▲ 부소산성 토성 ⓒ 김종길

햇살도 숲에 가려 잠시 번득이는가 싶더니 이내 자취를 감춥니다. 숲의 기운과 옛 역사의 뭉텅한 흔적만을 쫓아 얼마간 걸으니 구름에 비켜선 누각 한 채가 나타났습니다. 반월루입니다.

부소산의 누각 이름에는 해와 달이 있습니다. 해를 맞이하는 영일루가 동쪽에 있고, 달을 구경했던 송월대가 서쪽에 있습니다. 반월루는 딱 그 중간쯤에 있습니다. 높이 106m에 불과한 언덕 같은 부소산이지만 평지에 우뚝 솟은 산이라 해와 달을 보기에 이처럼 좋은 장소도 없을 듯합니다. 그 옛날 밤이면 화려했던 사비궁과 유유히 흘러가는 백강을 보며 후원 부소산에서 달구경을 했다면 이보다 기막힌 경치가 어디 있었을까요.

▲ 반월루 ⓒ 김종길

땀 한 번 훔치고 반월루에 올랐습니다. 누각의 층계를 한 층 한 층 오를 때마다 풍경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마침내 시원한 바람 한 자락을 몰고 왔습니다. 그 바람의 끝에 드넓은 부여가 나타났습니다. 가슴이 탁 트이는 전경이었습니다. 부여 시내를 천천히 에둘러 흐르는 백마강은 순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한참이나 넋을 빼고 보았습니다. 아예 난간에 걸터앉아 멍하니 내려다보았습니다. 굳이 저기가 어디라고 말하는 이도 없었습니다. 아득한 풍경은 백마강을 거슬러 그 옛날 사비로 가고 있었습니다.

▲ 반월루에서 내려다본 부여 시내와 백마강 ⓒ 김종길

다시 숲길이 이어집니다. 옛 백제 왕자들이 산책했다는 태자골 숲길이 나옵니다. 길이 여러 갈래니 굳이 욕심내지 않고 그 숲길은 왕자들에게 내어주고 사자루로 향했습니다.

얼핏얼핏 숲 사이로 보이는 길이 너무 곰살맞습니다. 쭉쭉 뻗은 소나무와 짙은 풀 사이로 허연 속살을 드러낸 야릇한 길입니다. 백제의 여인과 남몰래 단둘이 걷고 싶은 그런 길입니다. 꼭꼭 숨겨 놓고 싶은 길입니다. 가끔 길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해 다시 길 위에 서곤 합니다. 어느새 그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 남몰래 걷고 싶은 길 ⓒ 김종길
▲ 남몰래 걷고 싶은 길 ⓒ 김종길

길은 사자루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합니다. 사자루는 부소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원래 달구경을 했다는 송월대가 있었던 자리로, 1919년 임천면의 문루였던 개산루를 이곳으로 옮겨 지으면서 사자루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건물을 세울 때 정지원이라고 적힌 백제시대 금동석가여래입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사자루 현판은 의친왕 이강이 썼습니다.

사자루에서는 금강이 백마강으로 들어오는 장대함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인위적으로 모래를 파냄으로 인해 백제에 대한 회상마저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낙화암으로 곧장 가지 않고 고란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사자루에서 고란사까지는 제법 경사가 있는 내리막입니다.

▲ 사자루 ⓒ 김종길

강변 언덕에 있는 고란사는 아주 작은 절입니다. 황톳물 백마강이 바로 앞에 흐르고 강을 오르내리는 선착장이 코앞입니다. 고란사가 언제 창건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백제 아신왕 때 창건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낙화암에서 목숨을 던진 궁녀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고려 초기에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법당 건물은 조선 정조 21년(1797)에 은산의 숭각사에서 옮겨왔다는 것입니다.

고란사하면 누구나 고란초와 낙화암을 연상하게 됩니다. 그 흔했다는 고란초는 이야기일 뿐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물을 먹고 아이가 되었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고란약수는 지금도 콸콸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 고란사 현판, 해강 김규진이 썼다. ⓒ 김종길

고란사라고 적힌 법당 현판이 너무 예뻐 절로 눈길이 갔습니다. 자세히 보니 해강 김규진의 글씨였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낙화암으로 돌아갔습니다. 낙화암은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었습니다. 낯섦이 없으면 편안해야 되는데, 애잔하고 가슴 한 구석이 퀭한 듯합니다. 백화정에 잠시 올랐다가 벼랑 끝에 서서 저무는 해를 바라보았습니다. 강 아래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구슬픈 음악을 실고 배 한 척이 다가옵니다.

▲ 낙화암 백화정 ⓒ 김종길

낙화암에 오면 누구나 삼천궁녀를 떠올립니다. 그에 대한 말도 무성하지요. 에는 사비도성이 함락될 때 궁인들이 투신했다고 하여 '타사암'이라 불렸다고 적고 있습니다. '낙화암'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문인들의 글에 자주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궁녀의 수를 삼천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 노을 지는 백마강 ⓒ 김종길

15세기 후반의 문인 김흔이 에서 '삼천가무위사진三千歌舞委沙塵 삼천 궁녀들이 모래에 몸을 맡겨'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는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백제 멸망의 역사를 극적으로 묘사한 시적 표현으로 여겨집니다. 낙화암에 서 보니 이조차도 허망하게 여겨집니다.

지는 해를 남겨두고 내려왔습니다. 사람들이 서둘러 내려가 버린 빈 숲길을 혼자 걸었습니다. 숲에 새겨진 길처럼, 희미한 백제의 역사도 이제 조금은 또렷이 다가온 듯합니다.

▲ 관북리 왕궁 터 ⓒ 김종길

터만 남은 서복사지에는 어둠이 내렸습니다. 숲을 빠져나왔습니다. 왕궁 터 너머로 햇빛이 아주 잠깐 비추었습니다. 그러곤 사라졌습니다.

백제,
천오백년, 별로 오랜 세월이 아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 할아버지를 생각하듯
몇 번 안 가서 백제는
우리 엊그제, 그끄제에 있다.
...
  
신동엽의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설] 여당과 종편사의 ‘특혜 공작’은 국민 우롱 행위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8자 사설 '여당과 종편사의 ‘특혜 공작’은 국민 우롱 행위다'를 퍼왔습니다.
다음달 5일 동아일보 종편사를 시작으로 6일 중앙일보 종편, 18일 조선일보 종편사가 광고주 대상 설명회를 연다고 한다. 에스비에스는 7일께 한국방송광고공사에 공문을 보내 사실상 광고 직접영업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체제가 무너지고 방송광고 시장이 난장판으로 들어가기 일보 직전이란 뜻이다.
종편사의 광고 직거래 문제는 시청자 주권과 알권리 등 국민의 이해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일자리나 등록금 문제가 먹고사는 문제라면, 방송은 공기와도 같은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삶에 필수적인 공기처럼, 평소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 생각과 의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보가 오염되거나 왜곡되면 국민들의 감각을 마비시키거나 오도하고 자칫 민주주의의 기초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런 중요성에 비해 지금 종편과 미디어렙 문제는 국민들이 관심을 쏟지 못하는 사이 매우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법안심사소위는 미디어렙법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나 벽에 부닥쳐 있다. 2008년 헌법재판소가 방송광고공사의 광고영업 독점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면 대체입법을 할 책임은 일차적으로 여당에 있다. 그런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당론도 정하지 않고 있다. 1공영 1민영 체제를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이 여야 지도부를 포함시킨 6인소위 구성을 제안하자 “문방위 차원에서 결론을 내자”며 반대해놓고도 시간만 끌고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종편에 광고 직거래의 특혜를 줌으로써 보수 권언복합체의 힘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뜻이다. 날치기 입법을 기초로 마구잡이 허용한 종편은 그 자체로 시장을 도외시한 ‘괴물’이란 비판을 받는 판이다. 그런 마당에 광고 직거래 특혜까지 준다면 국민들 사이에서 “해도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허원제 소위원장은 종편의 광고 직거래를 금지하는 게 위헌이 아니라는 법률자문을 받아놓고서도 여전히 미적대고 있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방자한 행태다.
국민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시민단체가 나서서 법안심사소위원장부터 낙선운동을 벌이지 말란 법이 없다. 최소한 2009년 전례처럼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방송광고공사에 광고를 위탁하도록 방통위가 종편사에 권고하는 임시조처라도 취해야 한다.

[사설] 정치개혁 의미 엿보이는 ‘선거비용 펀드’ 모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8자 사설 '정치개혁 의미 엿보이는 ‘선거비용 펀드’ 모금'을 퍼왔습니다.
‘박원순 펀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중인 박 변호사가 목표했던 38억8500만원의 선거자금을 펀드 방식으로 사흘 만에 너끈히 모았다. 펀드 방식은 먼저 선거자금을 빌려 쓰고 나중에 국고보전금을 받아 이자를 붙여 후원자한테 되돌려주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처음으로 시도한 바 있다. 여러모로 정치개혁 차원의 의미를 새겨볼 만한 움직임이다.
무엇보다 이 방식은 공직선거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선거에는 돈이 많이 들고 그런 판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그 때문에 공직에 봉사할 뜻과 나름의 능력을 갖추고도 순전히 돈이 없어 나서길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결과 주로 돈 있는 사람들만이 정치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펀드 모금이 보편화되면 시민들의 공무 담임 접근성이 늘어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비용을 조달한다면 정치인이 돈 때문에 발목 잡히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본래 세상일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선거 때 신세를 지면 언제든 갚아야 하기 마련이다. 선거비용을 검은돈에 의존하고, 그 대가로 나중에 특혜나 이권을 제공하는 부패 구조도 척결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펀드 방식은 빌려 쓴 자금에 이자를 붙여 갚아버리면 그만이다. 참여한 사람들의 뜻을 고맙게 기억하되 그 이상으로 빚이 되지는 않을 터이니 훨씬 투명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박원순 펀드에는 어제까지 7000명이 넘게 참여했다고 한다. 제법 많은 숫자다. 낸 돈을 나중에 돌려받으니까, 그냥 후원금을 내고 마는 것에 비해 시민들이 참여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확대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참여하지 않고 욕만 하고 있어서는 정치를 바꿀 수 없다. 공직자의 전횡은 시민들의 냉소주의를 먹고 자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선거비용 펀드는 외국에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실험 성격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해도 무방하다’고 할 따름이지, 제도적 근거는 아직 없다. 앞으로 정치관계법을 개정할 때 관련 근거를 정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물론 기본 방향은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되 부작용 여지를 미리 없애는 쪽이 되어야 한다.

[사설] 국회, 약사보다 국민 불신 두려워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8자 사설 '국회, 약사보다 국민 불신 두려워해야'를 퍼왔습니다.
그제 편의점 등 약국 외에서도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을 팔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곧 국회에 이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 법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약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찬성하는 법안을 국회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편익을 높일 뿐 아니라 정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약사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4명을 대상으로 한 중앙일보 조사에 따르면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2명, 반대 9명, 유보 13명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사정이 그렇다면 약사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 통과는 고사하고 상정조차 될지도 불투명하다. 이런 조짐은 앞서 국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다. 상당수 의원이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복지부를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여야 구분이 없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홍준표 대표까지 “감기약에 마약 성분이 들어 있고, 특정 해열진통제에는 간을 손상시키는 독성이 있어 약사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국회는 약사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한결같이 약의 오·남용이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을 꼽고 있다. 국회가 정말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반대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국회의 반대 논리는 국민의 편익보다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약사회의 주장과 똑같다. 약사법 개정안이 일부 가정상비약을 약국 외에서 팔 수 있게 하되, 안전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 놓고 있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차라리 약사회의 압력이 두려워 개정안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다면 용납은 못해도 솔직하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을 터다.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이미 일반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국회의 약사법 개정안 반대 논리는 이들 나라가 자국 국민의 건강을 도외시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따져봐도 국회가 약사법 개정안을 반대할 만한 명분은 찾을 수 없다. 시민단체들은 약사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일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회는 약사회보다 국민의 정치적 심판이 더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국회가 정신을 차리고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길 바란다

4대강 모델, 라인강은 어떻게 '죽음의 강' 벗어났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09-28자 기사 '4대강 모델, 라인강은 어떻게 '죽음의 강' 벗어났나'를 퍼왔습니다.
4대강 모델, 라인강은 어떻게 '죽음의 강' 벗어났나
[해외리포트] 25년 전 산도스 화학공장 화재, 그리고 라인강의 교훈
한귀용(ariguiyong)

지구촌 시대라 하지만 남과 북의 철조망에 익숙한 내게 유럽의 국경은 '어~ 이게 국경?' 하는 순간 넘어가버리는 존재다. 별 통제 없이 이렇게 우습게 남의 나라로 갈 수 있나 싶다.
이렇게 어려움 없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자연 재앙 역시 국가와 상관없이 발생지 주변의 모든 이에게 위협이 된다. 이런 '자연 재앙의 지구촌화'에 독일 산업화의 큰 줄기를 이루는 라인강이 크게 위협받았던 적이 있다.
스위스 바젤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 있으며, 독일과 네덜란드를 통해 대서양으로 흘러나가는 라인강의 상류에 자리잡은 도시다. 1986년 11월 1일, 이곳 산도스 화학공장의 저장 창고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출동한 소방차들은 불을 끄기 위해 엄청난 양의 소화액을 부어댔다. 화재로 유출된 수은, 솔벤트 등의 화학약품과 진화에 사용된 소화액 30~40여 톤이 라인강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가면서 엄청난 환경 재앙이 발생했다.


▲ 산도스 화재 이후 오염된 강에서 죽은 장어들을 그물로 떠내고 있다. ⓒ Swissinfo.ch
라인강으로 유입된 독성 물질은 강 상류 400여 킬로미터를 완전히 죽음의 강으로 만들었다. 강물은 순식간에 벌건 핏물로 변했고, 라인강에 서식하던 900여 종의 물고기와 어패류가 떼죽음을 당했다. 또 강 주위를 날아다니던 수많은 조류 역시 떼죽음을 당해 강 위를 떠다니거나, 강 주위에 떨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화학공장 단 한 곳의 화재가 거대한 라인강을 순식간에 죽음의 강으로 만든 것이다.
재앙은 동식물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를 흐르는 라인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라인강 주변의 수많은 도시의 시민들은 한동안 라인강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핏물로 붉게 변한 라인강과 수많은 동식물의 죽음은 독일 시민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화재 후 수많은 매체를 통해 이뤄진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의 토론 및 TV 토론장에 죽은 물고기와 새떼를 양동이에 담아와 던지며 항의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독일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냈다.
산도스 화재 1주일 후 1만 명의 바젤 시민들이 인간 사슬을 만들면서 시작된 시위는 라인강의 수많은 다리에 인간 사슬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독일 정부가 "라인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하는 주요 동기로 작용한다.
산도스 화학공장 화재... '죽음의 강'으로 변했던 라인강

▲ 라인강 수질 측정소에서는 이 같은 강물 채취 기구를 통해 실시간으로 강물 오염도를 측정해서 오염물질이 강으로 유입되면 즉각 경보를 하도록 한다. ⓒ Rheinguetesstation 웹사이트
독일 연방정부의 수자원과 최고 담당자인 웬텐부르크 헬게 박사는 산도스 화재 이후 변한 수자원 관리 정책이 "첫째는 공업과 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자연(강물)에 유입되는 것을 철저히 방지하는 것, 둘째는 '자연 생태'를 복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기자에게 강조했다.
첫 번째 오염 방지 정책은 화재나 홍수 때 오염물질이 그대로 강물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공장은 물론 주유소까지 이중의 오염물질 저장 처리 시설을 설비하게 하는 '건물 허가제'로 구체화되었다. 또한 오염물질의 양만이 아니라 질에 따라 더 많은 하수 처리 비용을 내게 하는 사용자 부담 제도를 정착시켰다.
'자연적 생태'를 복원하는 두 번째 정책은 오염 방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독일 정부가 추구하는 '자연 생태'에 대한 보충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웬텐부르크 박사는 "인공적으로 자연을 만들거나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생태 환경 조건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산업화 이전에는 연어가 바다에서 라인강으로 돌아와 거침없이 강물을 타고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는데, 산업화 시기에 많은 공장이 라인강 줄기를 따라 자리 잡으면서 강이 오염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60~1970년대 라인강은 거품이 둥둥 떠다니는 오염된 강이었고, 물류를 위해 많은 선박들이 오가면서 연어를 비롯한 많은 생물종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상류지역에 제한되어 있지만 당시 건설된 라인강 운하 역시 물고기들의 이동과 자연적 생존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웬텐부르크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희망을 내비쳤다. 

"어떻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식수를 확보하고 물류 운송, 전력 생산 등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독일 수자원 정책의 화두다. 많은 배들이 물자 운송을 위해 라인강을 오가고 있지만, 2021년까지 라인강 전역에 연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헤엄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벌써 라인강의 몇몇 구역에서 연어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이 라인강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기자의 설명에 웬텐부르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2002년에 한국을 방문했다. 독일에서는 홍수 방지 댐이나 운하 건설이 오히려 홍수를 더 심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조사가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인공적 건설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도 그랬지만, 자연을 인공적으로 지배하려 하는 것은 더 많은 문제점과 경제적 비효율성을 불러온다." 웬텐부르크 박사는 라인강의 '자연 생태'를 복원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효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산도스 화재에서 독일이 배운 점은 무엇일까. 웬텐부르크 박사는 "한번 훼손되거나 오염된 자연을 원상 복구하는 것이 정말 어렵고 많은 비용과 부단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자연을 오염하고 훼손시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인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다행히 독일이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 독일 연방정부 수자원과 최고 담당자인 웬텐부르크 헬게 박사. ⓒ www. Bde-berlin.org

거품 둥둥 떠다니던 라인강에 연어가 돌아왔다
산도스 화재가 일어난 지 25년이 지났다. 그동안 독일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엄청난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이제 겨우 강물에서 많은 중화학 성분을 제거하고 수질을 국제기준 2등급으로 복구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자연 생태'를 복원하려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진정으로 독일 라인강을 모델로 삼았다면 수많은 물고기와 조류가 서식지를 잃고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비롯한 강의 주인들이 '자연 생태' 상태에서 편안히 살아가게 하는 것이 모델을 제대로 따라가는 게 아닐까? 라인강 주변 퀼른이 고향이라는 슈엘 클링엔씨는 15년 만에 다시 찾은 라인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자랄 때 라인강은 필름을 담그면 인화가 될 것 같은 화학물질 덩어리였다. 그런데 이젠 연어가 돌아올 수 있는 강이 되었으니, 산도스 화재가 무서운 재앙이었지만 독일엔 좋은 교훈이 된 셈이다."
2011.09.28 19:18 ⓒ 2011 OhmyNews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33221

[사설] ‘정의로운 검찰’의 모습은 요원한 꿈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28자 사설 '‘정의로운 검찰’의 모습은 요원한 꿈인가'를 퍼왔습니다.
검찰을 신뢰한다는 시민 응답자가 17%에 그쳤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제 공개됐다. 법무부가 지난해 3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일반 시민과 법률 전문가, 검찰 구성원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검찰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3%가 ‘권력과 돈, 피의자의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수사’라고 했고, 26%는 ‘정권에 편파적 수사’라고 답했다. 그간 검찰의 행태에 비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도 아니지만 검찰을 신뢰한다는 국민이 다섯 명 중 한 사람이 채 못된다니 충격적이다. 의례적인 일로 넘길 수 없는 검찰의 총체적 위기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검찰의 안이한 인식과 태도다. 검찰 구성원들은 검찰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54%가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검찰을 보는 국민과 검찰의 인식이 17% 대 54%라는 엄청난 괴리를 드러낸 것이다. 검찰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묵과하기 어려운 착각이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사법연수원 강연에서 “검찰보다 깨끗한 조직이 어디 있느냐”고 말해 이런 시각의 일단을 드러낸 바 있지만 이토록 자신의 허물에 무디다니 어이가 없다. 더구나 검찰이 자기 조직의 권한과 기득권 유지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태도를 감안하면 이런 괴리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대검찰청 중수부를 폐지하고 수사권 일부를 경찰에 넘기자는 논의가 나왔을 때 검찰은 간부에서부터 평검사들까지 모두 들고 일어나 반대했다. 절망스러운 것은 ‘검찰 불신’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닌데도 검찰은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 등 허다한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에서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현 정권 들어서는 권력 눈치보기가 극심해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엊그제도 최근 불거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할 게 없다고 했다가 하루아침에 말을 바꿨다. 

오늘날 검찰이 처한 위기는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결과다.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거나 밤새워 일하는 검찰 구성원들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을 원망할지 모른다. 그러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검찰을 정의의 파수꾼으로 볼 만큼 국민은 모자라지 않다. 이제라도 검찰은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도 통절한 반성과 쇄신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검찰의 신뢰 회복은 불가능해질지 모른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인내가 인계점에 와 있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제주올레 19코스 개장... 난 주저앉고 말았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09-27자 기사 '제주올레 19코스 개장... 난 주저앉고 말았네'를 퍼왔습니다.
제주올레 19코스 개장... 난 주저앉고 말았네
조천만세동산~김념마을 이르는 18.8km... 가을 즐기기에 제격
김강임(kki0421)
제주올레 19코스
제주올레 19코스(총 18.8km, 6~7시간)
조천만세동산 → 관곶 2.2km → 신흥해수욕장 3.1km → 조천초등학교 신흥분교장 → 제주대학교 해양연구소 4.8km → 앞갯물 5km → 함덕서우봉해변 5.9km → 서우봉 7.1km → 북촌일포구 8.3km → 너븐숭이 4.3 기념관 8.9km → 북촌교회 9.7km → 북촌 등명대(북촌포구) 9.8km → 북촌동굴 10.8km → 난시빌레 11.4km → 동복교회 11.9km → 동복리 마을운동장/벌러진동산 12.9km → 김녕마을 입구 14.8km → 김녕농로 15.8km → 남흘동 18km → 백련사 18.4km → 김녕 어민복지회관 18.8km



▲ 제주올레19코스 신흥리 마을길 ⓒ 김강임
얼마나 기다렸던 가을길이었던가?  지난 24일 오전 10시 제주올레 19코스가 가을길을 열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다. 그래서일까. 역사적 함성이 울려 퍼졌던 제주시 조천읍 만세동산에는 600여 명의 올레꾼들이 모여 들었다. 맑고, 높고, 풍성한 가을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제주올레 19코스 개장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애타게 기다려온 가을길, 그 길은 어땠을까.
지인 5명과 함께 찾은 제주시 조천읍 만세동산 잔디밭에는 9월의 햇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걷기에 너무 좋은 가을날씨. 올레꾼들은 날씨에 감사하고, 길을 터준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제주올레 19코스는 마을길과 들녘, 함덕해수욕장을 지나 서우봉에서 숨고르기를 한다. 그리고 다시 북촌포구를 지나 동복 곶자왈과 가을들녁을 거쳐 김녕포구까지 장장 18.8km로 이어진다.



▲ 마늘밭 들녁 ⓒ 김강임
흙룡장성이라 일컫는 제주 돌담길. 제주도에서는 흔한 돌담길이지만, 이날 걷는 돌담길은 특별했다. 사람들은 찌들었던 지난 여름의 일상을 훌훌 털어 버리고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그 돌담길을 걸었다.
한적하던 시골마을을 올레꾼들의 발자국 소리와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채웠다. 여유롭다 못해 쓸쓸한 마늘밭과 배추밭. 느릿느릿 걷는 게 제주 올레라는데 심장소리는 자꾸만 발걸음이 빨라지게 만들었다.


▲ 해안길 신흥이 해안길 ⓒ 김강임
신흥리 마을에 들어섰다. 제주시 조천의 푸른 바다가 오롯이 펼쳐졌다. 제주도에 살면서 승용차로 이 길을 몇백 번을 달렸던가. 하지만 이날 신흥 바다는 참 푸르렀다.
관곶 해안도로에 이르렀다.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는 해안도로는 온 세상이 쪽빛이었다. 땅끝 마을인 해남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관곶. 관곶 아래 갯바위는 속살이 드러내 보였다. 파란 수평선, 가을 바다, 참으로 오랜만에 바라보는 바다가 아닌가 싶었다. 이날만큼 푸른 바다가 또 어디 있었을까? 바다를 바라보며 돌담 아래 오롯이 피어 있는 쑥부쟁이가 올레꾼을 맞이했다. 잡초처럼 피어난 쑥부쟁이에도 두근거리는 가슴.


▲ 바닷길 바닷길 ⓒ 김강임
▲ 서우봉에서 본 함덕해수욕장 올레19코스 함덕해수욕장 ⓒ 김강임
1시간쯤 걸었을까. 서우봉이 오롯이 보이는 정자에 주저앉았다. 물소 같은 서우봉이 전설처럼 바다 위에 떠 있었다. 함덕 바다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번 해 봤다. 정자에 주저앉아 마시는 진한 커피맛, 쉼없이 걷는 올레꾼들의 행렬에 삶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쪽빛 바다로 유명한 함덕해수욕장을 지나니 서우봉 가는 길. 다소 비탈길인 서우봉 등반로에서 많은 올레꾼들이 숨고르기를 한다. 뒤돌아 보니 아스라이 펼쳐지는 하얀 백사장, 올여름 저 백사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쌓았을까.
길은 다시 서우봉의 허리 숲길로 이어졌다. 소나무 숲을 지나니 가까스로 조그만 북촌마을이 보인다. 서우봉 내리막길에서 보는 달여도가 환상이다. 척박하지만 다져진 서우봉 허리 올레에서 보는 북촌 바다는 왠지 끈적끈적하다.


▲ 등명대 북촌등명대 ⓒ 김강임
▲ 동북포구 동북포구 ⓒ 김강임
북촌, 말만 들어도 안타깝고 애석한 이름이 아니던가. 그 이름을 달래듯 4·3의 성지인 너븐숭이 위령탑 앞으로 길이 나 있었다. 구부러진 내리막길을 따라 다다른 곳은 북촌 등명대, 포구를 지키는 도댓불 아래로 통하는 길은 바로 북촌 포구로 통했다.
북촌포구, 현기영의 에서 들었던 이름 같다. 그런데 이 포구에서 멸치국수를 먹는 올레꾼들은 그 아픈 사연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포구에 떠 있는 배 한척이 북촌 마을사람들의 마음인 양 고독하다.
만세동산에서부터 북촌포구까지는 9.8km. 북촌 바다를 등지고 포구를 바라보며 멸치국수를 단숨에 삼켰다. 멸치국물의 시원함이 가을하늘만큼이나 맑다. 2시간 정도를 걸어온 올레꾼들에게 북촌새마을부녀회에서 마련한 멸치국수는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 곶자왈 곶자왈길 ⓒ 김강임
북촌포구의 아치형 다리를 벗어나자 빌레길이다. 제주올레 19코스 중에서 가장 고독하고 쓸쓸한 길을 꼽으라면 북촌동굴에서 난시빌레를 지나 벌러진동산까지 이어지는 올레가 아닌가 싶다. 3km, 즉 1시간 정도를 걷는 이 고독한 길은 몇 채 되지 않는 민가, 그리고 제주의 척박한 땅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난시빌레, '냉이가 자란다'는 '너럭바위'라는 의미의 난시빌레 올레길은 혼자 걸으면 호젓해서 눈물 나는 길이다. 바람마저 숨어버린 이 길은 정말이지 '간세다리'가 되어 걸어야 제맛이다.

▲ 김녕농로 김녕농로 ⓒ 김강임
인적이 드문 빌레에서 만나는 교회당, 그곳이 바로 동복교회. 이런 빌레에 교회가 있다는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동복교회 신도들의 따뜻한 관심에 잠시 쉬어갔다. 교회당 앞에서 먹는 쑥떡과 조릿대차는 또 하나의 시골인심.
소나무 숲길은 꽤나 운치있다. 아스팔트길을 걷는 냉정한 사람들에게 다소 포근한 느낌과 전율을 준다고나 할까. 벌러진동산의 암벽 위를 걷는 기분 또한 알싸하다. 산길을 걷는 느낌이다.


▲ 가을길 김녕농로 ⓒ 김강임
▲ 주저앉은 올레꾼 아픈다리로 주저앉은 올레꾼 ⓒ 김강임
김녕농로는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돌담 안에 조가 익어가는 풍경을 보니 '아 가을인가'라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18.8km.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길위에 주저 앉아 휴식을 갖는 올레꾼들도 볼 수 있었다. 그 아픈 다리를 치유시켜 주는 곳이 바로 김녕포구, 그리 넓지 않은 포구는 행정구역상으로 제주시 구좌읍 소속이다.
18.8km의 가을길, 제주올레 19코스는 그동안 애타게 기다려온 가을길이었다. 덧붙여, 지난 여름 쌓였던 고뇌와 답답함을 훌훌 떨쳐 버리기에 충분했던 풍요로운 가을길이었다.

2011년 9월 28일 수요일

[사진] 지리산 둘레길 황금빛 유혹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1-09-27 기사 '지리산 둘레길 황금빛 유혹'을 퍼왔습니다.
가을 들판 벼 익어 가며 황금물결... 함양 마천면 창원마을 들판, 탐방객 탄성

▲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탐방객들은 둘레길 3코스(함양군 금계리~남원시 인월면 19.3km) 창원마을 들판의 황금물결을 보면서 걷고 있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탐방객들은 둘레길 3코스(함양군 금계리~남원시 인월면 19.3km) 창원마을 들판의 황금물결을 보면서 걷고 있다. ⓒ 함양군청
지리산 둘레길이 황금물결이다. 벼들이 익어가면서 들판마다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맑고 화창한 날씨를 보인 27일 오전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 들판 사이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던 탐방객들은 황금물결에 탄성을 자아냈다.

이곳은 지리산 둘레길 3코스(함양군 금계리~남원시 인월면 19.3Km)에 포함된다. 10월 1~3일 연휴 때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은 황금빛 유혹에 흠뻑 젖어들 것 같다.

▲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탐방객들은 둘레길 3코스(함양군 금계리~남원시 인월면 19.3km) 창원마을 들판의 황금물결을 보면서 걷고 있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탐방객들은 둘레길 3코스(함양군 금계리~남원시 인월면 19.3km) 창원마을 들판의 황금물결을 보면서 걷고 있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탐방객들은 둘레길 3코스(함양군 금계리~남원시 인월면 19.3km) 창원마을 들판의 황금물결을 보면서 걷고 있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탐방객들은 둘레길 3코스(함양군 금계리~남원시 인월면 19.3km) 창원마을 들판의 황금물결을 보면서 걷고 있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탐방객들은 둘레길 3코스(함양군 금계리~남원시 인월면 19.3km) 창원마을 들판의 황금물결을 보면서 걷고 있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탐방객들은 둘레길 3코스(함양군 금계리~남원시 인월면 19.3km) 창원마을 들판의 황금물결을 보면서 걷고 있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의 코스모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의 코스모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의 코스모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의 코스모스. ⓒ 함양군청
▲ 지리산 둘레길의 코스모스. ⓒ 함양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