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3일 토요일

4대강 사업 논리 허구성

정부가 4대강 지류 정비사업을 추가로 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나섰다. 환경부와 국토해양부는 최근 수질 개선, 수생태계 복원, 홍수 예방 등을 위해 2015년까지 20조원가량을 들여 전국 지류 정비 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지류 정비 주장은 4대강을 완공하더라도 홍수·가뭄·수질 등을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지류 사업은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은폐하기 위한 또 다른 토목공사라는것이고 정부가 4대강 사업이 실패했다는 점을 자인하는것이다. 4대강 정비로 지류지천의 수질이 나아지고 홍수조절이 가능할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가 애초부터 허구였다는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방증이다. 애초에 4대강 사업을 추진 하면서 주장한것은
1.홍수피해와 물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
2.수질개선과 하천복원으로 건전한 수생태계 조성
3.녹색뉴딜 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
4.물관리 글로벌리더로서 국가위상 제고
5.국민 여가문화 수준 및 삶의 질 향상
을 내세우고 추진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4대강 본류에 준설공사를 하면 본류 수위가 낮아져 지류의 수위도 낮아진다는 주장을 펴면서 수위가 낮아져 홍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본류와 지류의 합류지점에서 지류 쪽으로 최대 30~50km까지 수위가 낮아진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고 주장이었다. 정부는 낙동강의 경우 4대강 공사를 하면 본류의 수위가 4m 가량 낮아지고 이는 지류의 수위를 2m 가량 낮춰줄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환경단체들은 본류 곳곳에 보를 설치하는 4대강 공사는 오히려 지천들의 홍수위험성을 높일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우리나라의 지천들은 대개 본류보다 수위가 낮아 침수위험이 높은데 보로 물을 가두면 본류의 수위가 높아지고 지천의 배수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한강 지류인 경기 여주 연양천의 범람은 4대강 공사로 인한 본류의 유량증가 때문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또 정부는 4대강 본류에 보를 설치하면 유량이 늘어나 본류와 지류의 수질이 모두 깨끗해질 것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본류의 준설작업이 이뤄지면 모래의 자연정화 기능이 사라지면서 본류와 지류의 수질이 모두 악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의 와중에 정부가 지류의 수질개선과 홍수방지를 위해 또다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정부 스스로 자신들의 논리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박창근 환경운동연합 4대강 특위 공동위원장은 "정부 발표는 애초 4대강 사업의 목적이 수질개선이나 홍수방지가 아니라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지류지천 정비사업에 앞서 본류를 망가뜨려놓은 4대강 사업의 공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경섭 한국교원대 지리교육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하고 싶었으면 애초 지류 일대에 숲을 가꾸고 토양구조를 개선하는 치수사업을 한 뒤 본류를 정비하는 것이 순서였다"며 "4대강에 대한 추가적인 혈세투입은 토목사업에만 매달린 현 정부의 자승자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이 하천 바닥을 긁어내는 준설 작업과 보 건설을 동반하는 4대강 본류 사업과 흡사해서 국민들은 제2의 4대강 사업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지난 13일 국토해양부의 정내삼 건설수자원실장은 기자들에게 “지류 살리기 사업은 제방 높이기만 있을 뿐 준설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4대강 외 국가·지방하천 종합정비계획(1차)’을 보면, 국토부는 홍수 예방을 위해 강바닥을 4000만㎥나 준설할 계획이고 둑을 높이 쌓아 완전제방(규격에 맞아 안전한 제방) 비율을 지방하천의 경우 60%에서 80%로 높인다는 계획도 있다. 준설과 보 개량·확장으로 물길 내 저류량을 늘리고, 물을 인공적으로 상류로 끌어올려 돌리는 ‘물 순환형 하천정비’를 통해 용수 재활용도 추진한다고 한다고 하고 농업용 저수지를 높여 하천유지유량 1억1000만㎥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4대강 사업과 거의 똑 같다.
하지만 과도한 준설과 보 확장이 이뤄질 경우 그 과정에서 수질이 악화하고 물의 흐름이 느려져 부영양화가 진행될 우려가 있다. 경작지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과도하게 제방을 높이는 식의 제방 보완도 적잖은 문제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대강의 지류인 여주 간매천은 수백억비용을 들여 쌓은 높은 제방이 지난해 완공되자마자 홍수에 유실돼 큰 피해를 낳고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되기도 했다.
정부의 지류·지천 정비사업은 가뜩이나 재정 고갈에 허덕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또하나의 짐을 떠안길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지방하천 관련 사업은 국비 60%, 지방비 40% 비율로 진행돼왔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정부가 국비 20조원 안팎을 지류 정비사업에 투입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선 10조원 넘게 분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지천·지류 개선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4대강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선진국에서의 하천관리방식은 인공구조물을 가급적 배제하려는 흐름인데 4대강 방식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으로 홍수피해를 키우고 유지관리비만 늘린다”며 “지류·지천 사업도 일방통행으로 진행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동안 정부는 줄곧 4대강을 준설하면 지류의 홍수 위험도 따라서 줄 것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본류의 강바닥이 깊어지면서 지류의 물이 본류로 쏠리고, 이에 따라 지류의 수위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4대강에 유입되는 지류의 유속이 빨라지고 물길이 바뀌는 등 지형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경북 상주 낙동강과 병성천의 합류 지점에서는 지류 강바닥이 급하게 깎이는 ‘역행 침식’이 발생했다. 본류의 강바닥을 4m 파면서 병성천의 물길이 빨라졌고, 이에 따라 역방향으로 강바닥이 깎이고 물길이 바뀐 것이다. 지난해 9월 집중호우 때 경기 여주 신진교의 갑작스런 붕괴도 4대강 준설 탓에 비정상적으로 빨라진 유속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리고 “낙동강과 한강에서 광범위한 지류 역행 침식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5~20m 길이의 낙차공으로는 침식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1㎞ 정도의 강바닥 공사가 불가피하다며 지류 홍수 예방사업 강행은 4대강 사업이 지천의 홍수 위험을 오히려 늘렸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학계와 환경단체들은 보가 물길을 막으면서 수질이 나빠지고 4대강에 유입되는 지류의 유속이 빨라져 홍수가 빈발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이 적나나하게 나타났으므로 이제는 4대강 사업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주장이다. 이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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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7일 일요일

상춘객에 지친 당신, 이리로 오라

피아골 연곡사를 찾아서

  
▲ 지리산 피아골 깊은 계곡
ⓒ 이희동
 연곡사
화엄사를 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지리산 피아골의 연곡사였다. 처음에는 노고단을 오르는 길에 천은사를 우선 들를까도 생각했지만, 예전에 이미 가 본 적도 있는데다 쌍계사 벚꽃십리길에 얼마나 많은 상춘객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구례에서 하동으로 내려가는 길에 위치한 연곡사에 들르기로 했다.

지리산을 방문할 때마다 꼭 한 번 가리라 마음먹고도 항상 가 보지 못했던 연곡사. 그것은 나의 게으름 탓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연곡사가 다름 아닌 피아골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피아골의 빨치산 루트를 따라 지리산을 타보겠다는 욕심 때문에 연곡사를 채 가 보지 못한 곳으로 남겨 놓았던 것이다.

피아골.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저려 오는 곳. 비록 그 이름은 계곡에 피밭이 많아 피밭골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근현대 역사를 거치면서 피아골은 다른 해석을 갖게 된다. 멀게는 임진왜란서부터 가까이는 구한말 의병전쟁과 한국전쟁 빨치산까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 피아골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갔기에 또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 피아골의 마을 산기슭의 마을들
ⓒ 이희동
 연곡사

게다가 단풍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여 지리산8경 중 하나라는 피아골 단풍. 그 역사를 알게 된다면 그 선홍빛 단풍 색깔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넋들의 붉은 피를 연상시키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섬진강을 따라 만개한 벚꽃들을 보다가 연곡사 안내판에 좌회전을 한 뒤 물줄기를 따라 깊은 계곡으로 한량없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곳은 지리산 토지면. 섬진강변에서 보면 금방이라도 깎아지는 경사가 시작될 줄만 알았건만 계곡은 매우 깊었다. 끊길 듯 끊길 듯 길을 따라 한 굽이를 지나면 또 다른 마을이 있었고 그때마다 풍경은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좁고 깊은 피아골을 직접 들어가 보니 왜 이곳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피아골은 여느 계곡보다 밖에서부터 들어오기는 어렵지만 의외로 계곡을 따라 많은 이들을 품을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의병이나 빨치산 모두 이곳에다 비교적 큰 아지트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고, 또 그만큼 많은 죽음들을 지켜봐야 할 수밖에.

  
▲ 연곡사 대웅전 아스라한 꽃터널을 지나면 보인다
ⓒ 이희동
 연곡사

고즈넉한 연곡사의 봄

얼마나 올라갔을까. 도로의 끝에 국립공원 경계에 선 마지막 마을이 보였고 연곡사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는 참 오랫동안 기다려 오게 된 피아골 연곡사.

모든 관광객들은 쌍계사 벚꽃십리길을 찾아갔는지 주변은 조용했고 오로지 산새 소리만이 우리의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일주문은 공사 중이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공사를 쉬는지 산사의 고요함은 유지되고 있었다.

  
▲ 매화와 전각 고즈넉한 산사
ⓒ 이희동
 연곡사
  
▲ 산사의 봄 이제 피기 시작한 봄꽃
ⓒ 이희동
 연곡사
  
▲ 지금쯤 아름다울 그곳 흐드러지게 필 봄꽃
ⓒ 이희동
 연곡사

연곡사는 다른 사찰들과 달리 일주문을 지나니 곧바로 대웅전이 보였는데, 금강문이나 천왕문이 세워져 있어야 할 그곳에는 대신 매화꽃과  산수유 그리고 벚꽃이 자리하여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4월 초, 피어나는 벚꽃과 점점 지고 있는 매화와 산수유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그 묘한 조화로움. 혹자들은 절정에 선 매화꽃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한 풀 꺾인 매화와 만개하기 시작한 벚꽃의 앙상블도 꽤 볼 만한 봄의 풍경이었다. 

아침에 워낙 큰 규모의 화엄사를 보았기 때문일까, 연곡사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전각도 얼마 없었고 으레 큰 사찰에 딸린 암자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직 국보급 부도들만이 큰 사찰의 명색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깊은 피아골 계곡의 사찰인데 왜 이 정도 규모밖에 되지 않을까.

  
▲ 연곡사의 매화 4월의 연곡사
ⓒ 이희동
 연곡사
의문은 연곡사에 대한 안내판을 보면서 쉽게 풀어졌다. 545년(신라 진평왕 6)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된 연곡사는 신라 말부터 고려 초에 이르기까지 선도량(禪道場)으로 유명했던 곳이었지만 임진왜란 때 소실된 뒤 복원되었고, 1910년 고광순의 의병이 이곳에서 왜군과 싸우는 과정에서 다시 불타버렸고, 그 뒤 곧 중건했으나 한국전쟁 때 다시 폐사되었다고 한다.

이후 1965년과 1981에년 대웅전이 지어져 오늘에 이르지만 연곡사의 사세가 예전만 같지 못함은 당연한 일이다. 전통과 유적을 돈으로 환산하는 이 시대, 모든 것이 불타 아무것도 남겨진 바 없는 연곡사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피아골의 고찰이라는 명분만 존재할 뿐.

결국 연곡사의 흥망성쇠는 우리 역사의 굴곡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 사람들은 연곡사의 부침을 보며 시대를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쇠락한 연곡사가 안쓰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지금의 연곡사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안식을 선사하고 있지 않은가. 크고 웅장한 대신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사. 그곳은 따뜻한 봄볕을 쬐며 명상하기에 최상의 공간이었다.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더라면 절대 상상할 수 없었을 평화로움을 작은 연곡사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죽을 때까지 우상을 부정했던 부처가 진정 바랐던 모습일지도 모른다.

  
▲ 봄볕을 즐기는 모자 피안의 봄
ⓒ 이희동
 연곡사
  
▲ 아이의 피안 떨어진 꽃잎을 즈리밟고 있는 까꿍이
ⓒ 이희동
 연곡사

아이는 섬진강변의 번잡한 차량이 없어서 좋은지 땅에 흩뿌려져 있는 꽃잎들을 지르밟으며 나름 따뜻한 봄볕을 즐기는 듯 했고, 화엄사에서는 그 엄청난 규모에 마냥 감탄하기 바빴던 아내도 연곡사에서는 연신 움직이기 싫다는 투정 아닌 투정과 함께 산사의 평화로움을 만끽했다. 지금 당장 연곡사는 우리 가족에게 피안 그 자체였다.

따뜻한 봄볕을 얼마나 쬐었던가. 계속 연곡사에 머무를 수는 없는 법. 피안을 나와 다시금 홍세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따뜻한 봄볕으로 노곤해진 몸을 가누지 못해, 차마 구경할 수 없었던 국보급 부도들이 나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지만 훗날을 기약했다. 어차피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불변의 진리인 이상, 내가 지금 부도를 보면 '아~이게 국보구나' 수준 밖에 되지 않겠는가. 다음에는 꼭 부도를 공부한 뒤 피아골 빨치산 루트를 통해 지리산 종주를 해 보리라.

  
▲ 매화, 산수유, 벚꽃 조화로움
ⓒ 정가람
 연곡사

속세의 번잡함에 심난한 분들에게 연곡사의 고요함을 권한다. 거기 아랫마을 섬진강변은 너무 번잡하지 않은가.